제주지법, '공무집행방해' 혐의 기소 남성에 '무죄' 선고
가정폭력 신고로 1차 출동한 경찰, 가해자는 집·피해자는 밖으로 '분리조치'
분리조치 어기고 집으로 온 피해자···"문 안열어준다" 경찰 신고
2차 출동 경찰, 담 넘고 안방 침입···피고인 "누구냐, 경찰이냐" 밀어

제주지방법원.
제주지방법원.

주거지 안방에 들어온 경찰을 밀치고 때린 60대의 행위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가정폭력 사건으로 출동한 경찰이 가해자를 집에 머물게 하고, 피해자를 밖으로 나가게 하는 '분리 조치'에서 비롯됐다. 

재판부는 "집에 머문 가해자가 술에 취해 안방에 누워있는 상태에서 경찰이 담을 넘고 들어왔다"며 "위법한 경찰관에 대항한 폭행"이라고 무죄 취지를 언급했다. 

제주지방법원 형사3단독(부장판사 김연경)은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A씨(67. 남)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4일 밝혔다.

A씨는 2020년 10월8일 밤 10시15분쯤 자신의 주거지에서 가정폭력 관련 112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의 가슴을 밀치고, 발로 때린 혐의로 기소됐다.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A씨가 출동 경찰을 밀친 것은 맞지만 인과 관계를 살펴보면 폭행 행위가 인정된다는 것이다. 

인과 관계 파악을 위해서는 같은 날 저녁으로 시간을 되돌려야 된다. 

A씨와 이혼한 전처 B씨는 그날 아들을 보기 위해 사건이 발생한 주거지를 찾았고, 저녁 8시20분쯤 "전남편이 아들을 폭행한다"고 신고했다.

출동 경찰은 A씨가 아들 훈계 중 빗자루로 1회 팔을 때린 사안을 확인했다. 또 B씨와 아들은 형사사건으로 접수할 마음은 없고, 오늘 하루만 지인의 집에 있고 싶다고 했다.

의견 청취를 종합한 경찰은 전처 B씨와 아들을 지인 집으로 분리조치를 한 후 돌아갔다.

문제는 그다음 벌어졌다. 분리조치가 됐던 B씨와 아들은 지인의 집에서 잠을 잘 형편이 안돼 A씨 주거지로 돌아왔지만 문을 열어주지 않자 경찰에 다시 신고했다.

출동 경찰관은 초인종을 누르고, A씨에 전화를 해도 응답이 없었다. 결국 담은 넘은 경찰은 거실 창문을 통해 A씨의 안방까지 들어갔다. 

술에 취해 침대에 누워있던 A씨는 낯선 사람이 들어오자 "너희가 경찰이냐, 왜 마음대로 들어오냐"며 경찰을 밀쳤다.

전후 관계를 파악한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첫 번째 사유는 경찰이 1차 출동했을 때 분리조치다. 남편인 A씨는 집에 있고, 피해자 아들은 퇴거하라는 조치를 해놨으니 당연히 아들은 집에 오면 안 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주거지 안방은 사생활이 보호되야 한다는 취지다. 만취한 피고인이 경찰관이 담을 넘고 들이닥칠 것이라고는 예상할 수 없다는 점을 들었다.

재판부는 "경찰이 담을 넘고, 안방에 강제로 들어갔다"며 "1차 출동 시 분리조치도 이상하게 돼 경찰 출동 적법성도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위법한 경찰관에 대항해 폭행을 가했다고 해도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무죄 사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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