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사주 밝히지 않는 피고인, 아마도 현재도 영향력 있는 인물"
"피고인 변화무쌍 바뀌는 진술들, 형사 처분 면하기 위한 것"
피고인 "진심으로 억울, 나도 들은 이야기를 거짓말 했을 뿐"

1999년 발생한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 교사범이 캄보디아에서 붙잡혀 8월18일 경찰과 함께 제주국제공항을 통해 송환돼 들어와 조사를 받고 있다.
1999년 발생한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 교사범이 캄보디아에서 붙잡혀 2021년 8월18일 경찰과 함께 제주국제공항을 통해 송환돼 들어와 조사를 받고 있다.

1999년 제주도에서 발생한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 공모 공동정범 법리가 적용된 50대 전직 조직폭력배에 검찰이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10일 오후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부장판사 장찬수)는 '살인 등' 혐의로 재판대에 오른 김모(55. 남)씨의 결심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검찰은 준비한 PPT 자료를 활용해 그동안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피고인의 뒤바뀐 진술이 거짓임을 강조했다. 

자신이 만든 허구를 진실이라고 믿는 '리플리 증후군(Ripley Syndrome)' 주장부터 변호사 살인을 사주한 사람을 밝히지 않는 피고인의 입장을 하나하나 분석하면서 검찰은 재판부를 설득했다.

이환우 검사는 "이번 재판은 장기 미제로, 범인이 방송을 통해 범행을 시인하는 등 유례가 없는 사건으로 기록될 것 같다"며 "피고인은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크게 네 가지 진술을 번복하면서 범행 관여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주지검이 언급한 피고인의 진술은 다음과 같다.

①"내가 윗선 사주를 받았고, 실행은 갈매기(다른 조폭)가 했다" ②"윗선의 사주를 받은 것도, 범행 실행도 갈매기다"③"나도 갈매기도 범행에 관여를 안 했고, 나는 '리플리 증후군'이다" ④"윗선의 사주를 받은 것은 갈매기다. 나는 사건 발생 10년 후에 들은 내용일 뿐이다"

피고인은 경찰과 검찰 수사 과정에서 ①, ②, ③번 발언을 수시로 해왔다. 그러다가 재판에 접어들면서 새로운 ④번 주장을 내세웠다. 

진술의 흐름을 살펴보면 ①-②-③-①-③-①-③-②-④으로, 번복과 재번복을 거듭하다가 결국은 "나는 전혀 몰랐고, 사건 10년 후에 들었다"로 법원에서 입장을 바꿨다. 

피고인의 변화무쌍한 입장 번복에 제주지검 이환우 검사는 처벌을 면하기 위한 목적으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검찰이 주목한 발언은 ④번이다. 

공소장을 본 피고인이 범죄 가담 혐의에서 빠져나올 수 없을 것으로 판단, 결국은 "10년 후에 들은 말"이라는 억지 주장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제주지방법원.
제주지방법원.

이승용 변호사 살인을 사주한 사람을 밝히지 않는 이유도 검찰 측은 분석했다. 

검찰에 따르면 피고인 김씨는 수사 단계에서부터 사주자 공개를 꺼려하거나 "연동에 거주한다"는 발언을 몇 차례 했다.

그러다가 "사주자는 사망한 조직폭력배 선배고, 의문사를 당했을 것"이라고 피고인은 말하기도 했다. 검찰은 피고인이 언급한 숨진 사주자 주변을 확인했지만, 날짜 등 유사성을 찾을 수 없었다고 했다. 

결국, 김씨가 사주자를 공개하지 않은 것은 현재도 살아있고, 여전히 '힘'이 있어서 피고인을 위협할 수 있는 존재라고 검찰은 추론했다.

검찰은 "정말로 억울하다고 하면서 사주자를 밝히지 않는 사유는, 사주자가 드러났을 때 자신의 범죄 혐의와 동기까지 밝혀질 것도 피고인은 우려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환우 검사는 "피고인은 공범 갈매기와 공모해서 장기간 계획 끝에 계획 살인을 했고, 피해자를 살해한 지 20년이 지났지만 살해를 지시한 배후 등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기 생각과 달리 사건이 재수사되자 범행을 갈매기에게 책임 전가했고, 수사 과정에서도 오로지 자신의 형사처분을 면하기 위한 부분만 몰두하는 등 죄책감이나 유족에 대한 사죄는 없어 보인다"고 재판부에 무기징역을 요청했다. 

피고인 김씨는 최후 진술에서 "20년도 지난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을 친구(갈매기)의 우연한 고백으로 알게 됐다"며 "정확한 사실 확인 없이 내보낸 방송 때문에 제가 살인범으로 낙인찍혔다"고 했다. 

또 "(방송에서 거짓말을 지어낸 부분들) 모든 것이 제 잘못"이라며 "저는 사건 범행에 정말 관여하지 않았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제주지법은 2월10일 선고 재판을 진행키로 예고했다. 

한편 이날 피고인은 '무기징역' 구형 전 변호인 심문에서 자신의 주변사람들과 방송에 했던 이야기는 허세와 허풍이 담긴 거짓말로 사실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1999년 발생한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 교사범이 캄보디아에서 붙잡혀 8월18일 경찰과 함께 제주국제공항을 통해 송환돼 들어와 조사를 받고 있다.
1999년 발생한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 교사범이 캄보디아에서 붙잡혀 지난해 8월18일 경찰과 함께 제주국제공항을 통해 송환돼 들어와 조사를 받고 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피고인 김씨는 1999년 당시 제주 유탁파 조직폭력배 행동조직 격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그해 8월~9월 사이 성명불상자로부터 "골치 아픈 문제가 있으니 이승용 변호사를 손 봐줘야겠다"는 지시를 받은 피고인은 현금 3,000만원을 받고, 범행 결정권을 이임 받았다. 

이후 같은 조직폭력배 친구인 A씨(2014년 8월 사망)와 공모에 나선 피고인은, 이승용 변호사가 검찰 출신으로 상해만 입힐 경우 자신들의 범행 은폐가 어렵다고 판단해서 살인하기로 마음 먹었다. 

1999년 11월5일 새벽 3시15분에서 오전 6시20분 사이, 이승용 변호사는 제주시 제주북초등학교 인근 노상에서 가슴과 복부를 A씨 흉기에 3회 찔려 숨졌다. 검찰은 김씨에 공모 공동정범 법리를 적용해 살인죄 혐의가 성립된다고 했다.

살인 용의자를 찾지 못해 미제로 남은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은 2019년 10월 피고인이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에 접촉하면서 다시금 수면 위로 드러났다. 

방송국 측은 2020년 피고인 김씨의 인터뷰 내용을 내보냈다. 내용은 김씨가 변호사 살인을 교사했다는 것이다. 당시 김씨는 "조폭 두목의 지시를 받고, 조직원 중 한 명에게 변호사의 살인을 교사했다"고 주장했다.

재수사에 돌입한 검경은 지난해 7월1일 자로 김씨를 입건하고, 올해 4월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인터폴 적색수배에 나섰다. 

캄보디아에서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숨어있던 김씨는 올해 6월23일 현지 경찰관에 잡혔고, 8월18일 추방돼 인천공항을 통해 국내로 들어와 결국 구속기소 돼 현재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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