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법, '업무상 과실치상' 기소 공무원 '무죄' 판결
2020년 2월 한림읍 한수리 해안산책로 관광객 추락
법원 "명시적 책임 주체 '제주도지사'···개인 공무원 형사처벌은 부당"

제주지방법원.
제주지방법원.

제주 해안 산책로를 구경하던 관광객이 난간에 기댔다가 추락하는 사고의 책임을 묻는 재판이 열렸다. 검찰은 제주시청 소속 공무원을 향해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를 적용했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12일 오후 제주지방법원 형사3단독(부장판사 김연경)은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제주시 소속 공무원 A씨 등 2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해당 사고는 2020년 2월22일 발생했다. 제주시 한림읍 한수리 해안 산책로를 찾은 관광객은 난간에 기댔다가 추락했다. 이 사고로 관광객은 전치 6주의 부상을 입고, 제주도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또 해양경찰은 당시 제주시청 공무원 두 명에게 책임을 물어 송치했다. 사유는 해안 산책로 난간 관리 의무를 다하지 않아 사고가 유발됐다는 것이다. 

A씨 등 공무원 두 명은 약식기소로 300만원의 벌금형이 나왔고, 불복해 지난해 4월2일 정식재판을 청구한 바 있다. 

검찰의 공소사실 전제는 기소된 공무원들이 사전에 조치를 해야함에도 하지 않은 법률적 '부작위'다. 즉, 국민의 봉사자인 공무원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제주지법 형사3단독은 '어촌어항법'과 '제주특별법'을 살펴보면, 명시적 책임 주체는 제주특별제주도지사의 업무라고 봤다. 

제주도지사가 모든 업무를 수행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따라서 소속 기관이나 단체로 역할을 위임·위탁 할 수 있다. 

다만 재판부는 한수리 해안 산책로 난간 업무가 사무분장에 없는 등 명시적으로 피고인들에게 위임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공무원 신분이라고 해도, 책임을 전가하는 것도 무리라고 판시했다. 

제주지법 형사3단독 김연경 부장판사는 "(이번 사건은) 국민의 봉사자인 공무원의 의무 여부인지를 봐야 한다"며 "재판부는 의무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담당 공무원의 업무가 아니라면 책임은 제주도지사에게 있는데, 하급 공무원인 피고인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부담하는 것은 무리"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연히 담당 부서로 배정됐다는 사유로 형사처벌을 할 수 없다"고 무죄 사유를 설명했다. 

한편 지난해 12월1일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피고인들은 시설물 관리가 본인의 업무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담당 부서가 관여함으로 책임이 있다"며 "사고 발생 전 민원으로 보수공사를 했던 점 등을 토대로 사고를 예견할 가능성이 높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피고인들은 인력에 비해 업무가 과중해 안타까운 부분도 있다"며 "임시 수리를 소홀히 한 점 등으로 '인재(人災)'라고 판단했다"고 각각 벌금 300만원을 구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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