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분석] 
1월11일 '사기' 형사 사건, 비공개 선고한 제주지법···피고인 신분 배려한 특혜 논란
법조계 "이례적인 판단"···법원 "재발 방지 노력"
임재성 변호사 "법 앞에 평등, 재판부가 원칙 깬 행위"

▲ 제주지방법원 사진 자료 ©Newsjeju
▲ 제주지방법원 사진 자료 ©Newsjeju

최근 제주지법이 특정 사건 선고 재판을 비공개로 진행하며 논란이 되고 있다. 헌법에 규정된 '재판공개의 원칙'을 위반했다는 지적과 함께 피고인이 지역사회에서 얼굴이 익히 알려진 인물이라 '특혜' 공분으로도 번지고 있다. 

올해 1월11일 오후 제주지방법원은 '사기' 혐의로 기소된 현직 변호사 신분 A씨 선고 재판을 진행했다. 

취재진은 재판부가 결정할 A씨의 양형 사유와 선고 결과를 듣기 위해 법정 안으로 들어갔으나 "퇴정을 하라"는 안내를 받았다. 결국 A씨의 형량은 보도되지 못했다.

추후 취재진은 제주지법에 비공개 선고 사유를 질의했고,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답장을 받았다. 제주지법의 입장은 다음과 같다. 

도민사회에서 익히 알고 있는 변호사인데, 다른 피고인들과 나란히 세우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선고 상황만이라도 덜 창피를 사게 하자는 약간의 측은함도 존재했습니다. 해당 변호사가 따로 요청한 사안은 아니고, 재판장 재량이었습니다. 앞으로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내막을 모르는 사람들은 '이것이 무슨 문제지'라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혹자는 취재를 못 했으니 트집을 잡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A씨의 '사기' 형사사건 비공개 판결은 어떤 문제들이 존재할까. 

제주도내 여러 법조계에 문의 결과 "이례적이다"는 평가는 일치했다. 다만 "제주라는 지역사회 특성상 언급을 하기가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취재진은 제주도에 연고를 두고 있지 않은 도외 법조계 등에 질문들을 던졌고, 의견들을 수합했다. 임재성 변호사(법무법인 해마루)만 실명 보도화에 동의했다.  

#. 공개 재판의 원칙

우리나라 재판은 공정한 운영과 사법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위해 심리와 판결은 공개하도록 한다. 즉, 국민 누구나 재판을 방청할 수 있다. 

법률에도 명시됐다. 대한민국헌법 제109조와 법원조직법 제57조 등은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한다'라고 직시 됐다. 

다만 '심리' 경우는 예외성이 있다. 같은 법률은 '심리는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안녕질서를 방해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할 염려가 있을 시 법원의 결정으로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전제를 달았다. 

법원에서 비공개 결정이 내려지는 '심리'는, 대부분 피해자를 위한 배려다. 형사소송법 294조의3, 성폭력처벌법31조 등은 피해자의 사생활이나 신변보호를 목적으로 한다. 

피해자의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배려로 비공개 심리를 진행할지라도, 특별한 사유가 존재하지 않은 한 재판 선고는 공개가 원칙이다. 가령, 부득이하게 '선고'도 비공개로 진행 시 재판장은 명시적인 이유를 밝혀야 한다. 

지난 11일 비공개 선고로 진행된 현직 A변호사 재판은 모든 절차가 무너졌다. 

▲ 제주지방법원 사진 자료 ©Newsjeju
▲ 제주지방법원 사진 자료 ©Newsjeju

#. 선고 재판 '특혜' 논란의 시작점

우선 선고 재판을 비공개로 열었다는 자체가 '특혜'가 될 수 있다. 

범법 행위를 저지르고, 피고인 신분이 된 사람이라면 누구나 방청객이 없는 분리된 장소에서 자신의 형량을 듣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공개 원칙인 선고에 특정인만 비공개로 진행되면, 당연히 불공정 특혜가 된다는 논리다. 

'사기' 혐의가 적용된 제주도내 현직 변호사 A씨 사건의 비공개는 '특혜' 논란이 확장될 수밖에 없다. 

'공인(公人)', 사전적인 용어로는 '공적인 일에 종사하는 사람'을 칭한다. 그러나 최근 대중은 공무원, 국회의원, 연예인, 운동선수 등 폭넓은 직업군을 사회적으로 공인의 범위로 인식한다. 

현직 변호사인 A씨는 과거 제주 지역사회에서 "도민들의 심부름꾼이 되겠다"며 자세를 낮춰 총선에 뛰어들었던 인물이다. 도내 정당에서 직책도 맡아왔다. 적어도 제주도에서는 익히 아는 유명한 인물로, '공인'에 해당한다. 

지역사회에서 '인물'로 꼽히던 A씨의 사건을 공개하지 않은 제주지방법원의 결정은 '특혜'에 가깝다. 헌법 제11조,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원칙을 법원이 간과했다. 

다른 도내에 알려진 사람들에 대한 판결 원칙을 봐도 균형이 어긋남을 확인할 수 있다. 

제주지법은 2020년 12월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 원희룡 제주지사에 벌금형을 선고할 때 공개재판에 나섰다. 지난해 5월12일 동종 혐의가 적용된 현직 송재호 국회의원 벌금형 선고 역시 공개재판이었다. 

제자를 추행한 파렴치한 제주대학교 교수 선고와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재판대에 오른 다른 변호사 사건을 비롯해 전·현직 기자들의 범죄 행위 등 사회적 지위와 성별을 배제하고 법 앞에 모두 평등했다. 

임재성 변호사는 "특정 피고인만 비공개 선고를 내리는 것은 특혜라고 봐야 한다"며 "법 앞에 평등을 위해 앞장서야 할 재판부가 그 원칙을 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의 명성이나 지위를 고려했다는 결정은, 어떤 논리로도 옹호가 될 수 없다"며 "현직 변호사라는 피고인의 가진 일말의 사회적 영향력을 법원이 지켜주는 꼴"이라는 소견을 전했다.

▲ 제주지방법원 사진 자료 ©Newsjeju
▲ 제주지방법원 사진 자료 ©Newsjeju

#. '사기' 혐의 A씨의 내막

당일 재판에서 선고 결과를 듣지 못한 취재진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A씨 사건을 들여다봤다.

A씨는 2019년 지인에게 2억원의 돈을 빌린 후 돌려주지 않았고, 지인은 2020년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사건이 접수됐다. 

사기 사건은 지난해 8월 기소돼 올해 1월11일 비공개 선고가 났다. 법원은 A씨에 1,000만원의 벌금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과정에서 A씨가 많은 금액을 변제한 내용 등이 참작된 판결로 전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범법 행위를 저지른 변호사 신분은 어떻게 될까. 변호사법은 금고 이상의 형량을 받은 자로 규정해 신분에는 지장이 없다. 

물론 제주지법의 최근 선고는 1심으로 추후 검찰의 항소 여부에 따라서 최종 판결까지 시간이 소요돼 현 단계에서는 결론을 논할 수 없다. 

그러나 대한변호사협회에서 내부 징계를 내릴 수는 있다. 

변호사법 제91조는 직무의 내외를 막론하고, 변호사의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한 경우도 징계 사유에 포함한다. 

같은 법 제97조2는 지방검찰청검사장은 범죄 수사 중 변호사 신분이 징계 사유가 있는 것을 발견했을 시 대한변호사협회에 징계 개시를 신청해야 한다고 명시됐다. 

사건을 수사한 제주지방검찰청은 징계 개시를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면 윤리위원회 등 관련 절차를 밟게 된다. 

#. 비공개 선고에 대한 법조계와 제주지역사회 반응

임재성 변호사는 "우리 헌법은 공개 재판을 원칙으로 천명하고 있다"며 "법률이 정한 예외적인 비공개 사안이 아니라면 반드시 공개 재판으로 이뤄져야 했는데, 헌법 원칙을 위배한 것"이라는 소견을 내세웠다.

그러면서 "재판장의 재량은 법률이 정한 범위 내에서 행사가 가능한데, 어떤 법률도 선고 비공개 여부에 대한 재량권을 부여하지 않는다"며 유감을 표했다. 

제주시민사회단체 B대표는 "누가 보더라도 형평성이 어긋난다. 피고인의 신분 지위를 막론하고 법과 정의의 원칙대로 처벌을 받은 것은 당연하다"며 "특정인의 신분에 의해서 공개 여부가 달라지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고 씁쓸함을 전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제주지법의 논란을 향한 대처 방법이다. 답변을 거부하기보다는 논란 여론을 수용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 표명에 위안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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