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교육의원들, 연구용역 설문 결과는 애써 외면하고 공론화만 주장
제주참여환경연대 "학생인권조례도 부정하는 교육의원은 교육자치 주체 될 수 없어" 

제주도 교육의원들이 교육의원 제도로 인한 폐해는 외면한 채 교육의원 폐지 반대만을 주장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제주 교육의원 제도 폐지 논란을 두고 제주특별자치도의회 교육의원들은 17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해식 국회의원이 국회에 제출한 제주특별법 개정안이 정상적인 도민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며 즉각 제주특별법 개정 시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제주참여환경연대는 "교육의원들이 교육의원 제도가 사라지면 교육자치도 없어지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며 "게다가 정작 교육의원 제도로 인한 폐해는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본회의장. 올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교육의원 제도 폐지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본회의장. 올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교육의원 제도 폐지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제주에서만 시행되고 있는 교육의원 제도는 교육부와 교육감을 비롯한 지역교육청을 견제하고 지방교육자치의 발전을 위해 도입됐으나, 지난 제5회 지방선거 이후 일몰제 논란이 불거져 제주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폐지됐다.

논란이 되는 이유는 교육의원은 피선거권에 제한을 두고 있어서다. 별다른 제한이 없는 다른 일반의원과는 다르게 교육의원이 되려면 교원 경력이나 교육행정 경력에 각각 5년 이상이거나 두 경력을 합해 5년 이상인 자격을 갖춰야만 한다. 즉, 교육 공무원 출신이거나 교직에 종사했던 이들만이 교육의원이 될 수 있었기에 이는 결과적으로 사실상 퇴직 교장들의 전유물이 되고 말았다.

이와 함께 교육의원은 이 자격요건에 의거해 '교육행정'에 관해서만 의결권을 행사해야 마땅하나, 실제로는 지방행정의 모든 법안에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특히 제주에선 제9대 의회 때엔 여야 정수가 엇비슷한 상황이어서 오히려 정치와 무관해야 할 교육의원들이 '캐스팅보트'를 쥐게 되는 황당한 일도 자주 발생했었다.

이러한 문제들 때문에 교육의원 제도가 폐지됐으나, 제주는 '특별자치도'라는 명분으로 인해 계속 존치하는 것으로 남아있게 됐다. 허나 지난 7회 지방선거 때엔 5개 지역구에서 무려 4명이 무투표로 당선되는 일이 발생해 다시 교육의원 제도 폐지 논란이 불붙었다.

이 논란은 이번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서도 이어지게 됐다. 인구편차 문제로 일반의원 정수를 더 늘려야 하는 시점에서 선거구획정 문제가 차일피일 계속 미뤄지고만 있다. 교육의원 제도가 없어지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상황인터라, 결국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자 타 지역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로 나서게 된 형국이다.

▲ 제주도 교육의원들은 교육의원 제도 폐지가 교육자치를 뒤흔들고 제주특별법 취지를 훼손하는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Newsjeju
▲ 제주도 교육의원들은 교육의원 제도 폐지가 교육자치를 뒤흔들고 제주특별법 취지를 훼손하는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Newsjeju

이날 제주 교육의원들의 기자회견은 다시금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이다. 때문에 교육의원들도 이러한 문제들이 있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교육의원 폐지는 제주특별법에 명시된 의사결정권과 주권을 무시하고 훼손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교육의원은 반드시 존치해야 하고, 지방선거 이후 도민공론화를 거쳐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제주참여환경연대는 "교육의원 사라진 다른 지역은 교육자치가 사라졌느냐"고 반문했다.

제주참여환경연대는 "현재의 교육의원은 교육과 무관한 도의원의 모든 권한을 부여받아 도의회 본회의에서 각종 개발사업 허가의 거수기 역할과 보수적 투표에 몰표를 던지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교육자치라 하면 학생들의 인권 신장에도 노력해야 하지 않나. 정작 교육의원들은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거부하기도 했다. 이건 오히려 교육자치에 역행하는 행태가 아니냐"고 꼬집었다.

또한 제주참여환경연대는 "교육의원들이 그간 공론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교육의원 폐지를 밀실 입법에 의한 정치적인 음모라고 몰아가고 있다"며 "교육의원 제도만이 교육자치의 유일한 대안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 제주특별자치도의회. ©Newsjeju
▲ 제주특별자치도의회. ©Newsjeju

한편, 이날 교육의원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지방선거 이후에 공론화를 거치겠다고 공표했다. 허나 정작 공론화를 통해 나온 결과를 그대로 수용할 순 없다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제주도의회 부공남 교육위원회 위원장은 "교육의원 제도 문제점을 인정하고 개선하기 위해 한국교육행정학회에 연구용역도 의뢰했다. 이걸 기초로 해서 이번 6월 지방선거가 끝나면 도민토론회와 공청회 등을 통해 도민의견을 수렴해 개선안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허나 지난 12월에 보고된 한국교육행정학회의 연구용역 결과에선 교육의원 폐지 찬성 여론이 더 높게 나왔다. 이를 두고 부공남 위원장은 "한 번의 설문조사를 절대적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다른 부분에선 긍정적으로 표시된 부분도 있다"며 되레 도민여론 결과를 외면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자 기자단에선 "공론화 과정에서 나온 결과를 수용할 것이냐"고 물었고, 부공남 위원장은 "결과를 그대로 수용하겠느냐는 극단적"이라고 한 발 물러서면서 "(공론화)과정에서 (개선사항 결과를)적용해 나가야 하고, 교육의원 제도는 절대 필요하다. 제주교육이 정치인들에 의해 좌지우지 되선 안 된다"고 답했다.

즉, 교육의원들은 교육의원 제도 폐지를 제외한 '교육의원 제도 개선'만을 위한 도민 공론화를 하겠다는 의도인 셈이다. 정작 문제가 되고 있는 '폐지' 여부를 묻진 않겠다는 심산이어서 제대로 된 도민 공론화가 시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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