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심 청구권자 34명···33명 재심 결정, 1명 기각
"미군정 재판일지라도 4.3관련은 국내법 영향 행사"

제주지방법원 사진 자료
제주지방법원 사진 자료

제주 4.3 당시 '일반재판'으로 유죄를 선고받은 30여명에 대한 '특별재심' 개시 결정이 났다. 제주지법은 청구인 1명을 제외한 모든 피해 어르신들의 사례에 대해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미군정이 진행한 재판 당사자도 재심이 이뤄지게 됐다. 

15일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부장판사 장찬수)는 과거 '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34명 중 33명에 대해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제주지법은 세 차례 심문기일을 진행하며 개시 여부를 고민해 왔다. 재심 청구인 중 생존자는 고태명(90. 남) 어르신이 유일하고, 나머지는 유족들이 청구 당사자다. 

우선 이번 재심 청구는 미군정 시기 판결(故 이경천. 남)을 대한민국 법원이 판단할 수 있을지 여부가 가장 큰 쟁점이었다. 

대한민국 법원 혹은 군사법원이 심리해 선고한 재판이 아닌, '태평양 미국 육군총사령부' 아래 미국 육군에게 적용되는 절차법에 따른 선고 재판이기 때문이다. 즉, 주권면제 원칙 등 여러 분쟁의 우려가 존재했다. 

당시 미군정 재판을 받은 지역은 제주도가 유일하다. 재심 청구자 34명 중 미군정 재판을 받은 어르신은 1명이다. 

다음은 이미 재심을 통해 공소기각 판결을 받은 어르신이 법률적으로 재심이 허용되는 여부와 형사소송법에 청구권자로 정해지지 않은 조카들도 재심에 포함되는지 여부 등이다. 

故 이경천 어르신은 1947년 4월12일 태평양 미국 육군 총사령부가 설치한 육군점령재판소에서 포고 2호 위반으로 징역 8개월에 5,000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미군정 재판의 시대적 배경에 주목했다. 당시 미군정은 주권국가 수립 과정에 있는 대한민국 정부의 사법 체계 일부로 주둔군인 미군이 일정한 권한을 대리해 행사하는 특수한 절차라고 판단했다. 

이경천 어르신이 체포돼 구금된 상태에서 군정재판에 회부 전까지는 한국인에 의한 수사절차를 거쳤고, 그 과정에서 형사절차를 위반했다면 재심 이유로 삼아야 한다고 재판부는 명시했다. 

또 재판부는 제주 4.3사건 특별법에 명시된 '희생자로 결정되면, 특별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을 토대로 4.3과 관련된 사안이라면, 대한민국 법원에 재심청구 권한을 부여했다고 해석했다. 

개시 결정을 받지 못한 1명은 이미 공소기각(1950년 광주형무소 사망 직후) 결정을 받았다는 이유로 재심 청구가 기각됐다.

끝으로 조카들이 재심을 청구한 내용에 대해 법원은 4·3사건으로 재심 청구권자인 희생자 본인과 배우자, 직계친족, 형제, 자·매가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들었다. 자녀 없이 사망했을 시 재심 청구권자의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제주지법이 미군정 당시 재심 청구를 인정하면서, 향후 관련 피해를 입은 어르신들의 청구도 잇따른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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