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법, 이달 3일 희생자 14명 재심개시 결정···제주지검, 10일 '항고'
검찰 "법원이 심리기일 미진행 등 절차적 문제"
4.3 유족회 "재판부는 절차적 흠결 없어···되려 검찰이 특별법 부정"

3월16일 제주 4.3 재판이 시작됐다.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하는 순간, 유족들은 눈물을 쏟아냈다
제주 4.3사건 재판을 위해 방청석에 앉은 희생자 유족들 / 뉴스제주 사진자료 

탄력 있게 진행되던 제주 4.3사건 희생자 재심 절차가 잠시 속력을 잃게 됐다. 제주지법이 재심 개시 결정을 내린 사안에 대해 검찰이 '항고'에 나섰기 때문이다. 검찰은 "법원이 심리기일을 진행하지 않았고, 희생자 심사자료가 없다"는 절차적 정당성을 내세웠다. 

4.3유족회는 "검찰이 특별법 취지를 부정하는 행위"라고 지적하면서 논란이 심화되고 있다. 검찰이 '절차'를 내세우고, 유족회가 유감을 표하는 사이 4.3 희생자와 유족들만 '시간'이라는 인고를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지난 10일 제주지방검찰청은 법원이 '재심 개시 결정'을 내린 희생자 10여명에 대해 항고 절차를 밟았다. 

검찰이 재심 개시 결정에 제동을 건 희생자는 故 김천종씨 등 14명이다. 이들은 제주 4.3유족회 측이 지난해 11월과 12월 순차적으로 청구 재심에 나섰고, 제주지법은 올해 3월3일 전원 '재심 개시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제주지검이 판단한 항고 사유는 법리 오해다. 

법원이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법리를 오해했고, 그 결과 재심 개시 판단에 필요한 규정(형사소송법)을 적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즉, (재판부가) ①심리기일을 지정하지 않은 점 ②사건관계인의 의견을 청취하지 않은 점 ③희생자에 대한 심사자료가 없는 상태에서 재심 개시 결정 등 사유가 항고로 이어졌다. 

검찰은 "재심 심리 과정에서 법령상 필요한 절차를 충실히 갖춰 재심의 절차적 완결성과 정당성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항고에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11일 법조계와 제주 4.3유족회는 검찰의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검찰이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하 4.3특별법)을 부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4.3유족회 등에 따르면 형사소송법은 '재심을 청구한 쪽과 상대방(검찰 측) 의견을 들으면 된다'는 규정이 있고, 반드시 심리기일을 지정해야 한다는 명시는 없다. 

'희생자에 대한 심사자료가 없다'는 검찰 설명도 유족회 측은 고개를 저었다. 

4.3특별법 제14조(특별재심) 1항은, 희생자로 유죄 확정판결을 선고받은 사람, 수형인 명부 등 관련 자료로 서 위와 같은 사람으로 인정되는 사람은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424조 및 「군사법원법」 제469조, 제473조에도 불구하고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됐다.

같은 법 조항 3항은 「형사소송법」 제423조 및 「군사법원법」 제472조에도 불구하고 재심 청구는 제주지방법원이 관할한다고 명시됐다. 

검찰이 항고한 4.3 피해자 故 김천종씨 등은 당시 국가보안법 위반, 내란음모 등 혐의로 일반재판을 받고 수형 생활을 했다. 모두 판결문이 존재하고, 희생자로 결정된 사람들이다. 

제주 4.3유족회는 "희생자 대한 심사자료가 없는 상태에서 재심개시결정이 이뤄졌다는 검찰의 문제 제기는, 특별법 취지와 맞지 않는다"며 "4·3특별법에 의해 희생자로 결정된 분들은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 측이 재심 단계에서 희생자들의 심사자료를 확인하겠다는 취지는 희생자 결정을 되돌리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형사소송법이나 4·3 특별법에도 어긋나는 납득 불가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또 "형사소송법에 있는 '재심을 청구한 쪽과 상대방(검찰 측) 의견을 들으면 된다'는 규정에 따라 재판부는 2021년 12월30일 검찰에 의견요청서를 보냈다"면서 "재심 개시 결정이 이뤄진 올해 3월3일까지 검찰은 아무런 회신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제주지방검찰청.
제주지방검찰청.

제주지검 측은 4.3 희생자의 명예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다만 절차적인 문제가 얽혀 부득이하게 항고에 나섰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검찰은 "이번 재심 개시 결정은 앞서 이뤄진 재심절차(405명)와는 달리 심리기일이 지정되지 않은 등 절차적 문제점이 존재했다"며 "재심 심리 과정에서 법령상 필요한 절차를 충실히 갖춰 절차적 완결성과 정당성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항고가 이뤄지게 됐다"고 해명했다. 

4.3유족회는 "재판부의 재심 개시 결정은 아무런 절차적 흠결이 없다"며 "절차적 완결성과 정당성을 확보한다는 검찰의 해명은 '4·3의 완전한 해결'을 공약한 여야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처사라고 볼 수 밖에 없다"고 유감을 표했다. 

그러면서 "유족회는 잘못된 공권력의 행사로 인해 희생을 당하고, 오랜 세월 억울하게 살아 온 희생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권리 구제가 신속하게 이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특별재심의 주인공은 법원도, 검찰도 아닌 바로 '희생자'"라면서 "4.3특별법의 취지를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했다. 

제주지법의 '재심 개시 결정'에 검찰이 항고에 나서면서 해당 사안은 광주고법 제주부가 추후 판단하게 된다. 

한편 이원석 제주지방검찰청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제주 4․3의 아픔을 잊지 않고 희생자와 유족들의 명예 회복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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