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제주지부 등 10곳 성명
"졸업 후에야 학교에서 벌어진 인권 침해 말하는 이유 생각해야"

3월15일 제주학생인권조례TF팀'과 '제주평화 인권 연구소 왓', 제주여고 졸업생들이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전교조 제주지부를 포함해 도내 시민사회단체와 정당으로 구성된 '제주학생인권조례 올바른 이행과 개정을 위한 연대'가 성명을 내고 제주여고 인권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교사들이 학생들을 동등하게 보지 않고, 해결 의지가 없는 현실이 지금의 사태를 만들었다는 주장이다. 

21일 '전국 교직원 노동조합 제주지부(이하 전교조 제주지부)' 등 10곳의 단체는 성명을 통해 "제주여고 졸업생은 일부 교사의 일상적인 폭언 등으로 심각한 학생인권침해를 받았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진행했다"며 "제주여고 측은 학교장 명의로 입장문을 발표했지만, 학생 인권에 대한 공감이 없었고 단지 몇몇 교사의 잘못과 소수 학생의 의견으로 치부했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라는 공간에서 학생과 교사의 권력은 동일하지 않다"며 "학생이 다수이지만 교사가 갖고 있는 권한과 권력이 더 크고, 권력을 갖고 있는 쪽은 시스템을 바꿀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는 소견을 내세웠다. 

앞서 지난 15일 '제주학생인권조례TF팀'과 '제주평화 인권 연구소 왓', 제주여고 졸업생들은 도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침해 논란을 점화했다.

인권 논란은 올해 졸업생이 문제 제기에 나서며 시작됐고, 설문 조사로 수합된 내용이다. 2022년 제주여고 졸업자 347명 중 87명이 설문 조사에 응했다. 조사 기간은 올해 1월27일부터 30일까지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87명 중 57%가 학교생활 중 교사에게 폭언을 들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유형은 미친X, 쌍X, 거지 같은 X 등 욕설부터 "수업 중 저렇게 되면 나중에 술집에서 일한다" 등 모욕까지 다양했다. 

수업 중 교육을 받을 권리를 박탈 당했다는 주장도 29.9% 존재했다. 교사로부터 성추행이나 성희롱을 당했다는 설문 조사 답변은 10.3%다.

같은 날 오후 제주여고 측은 입장문을 통해 "학생을 진정으로 아끼고 교육에 열정을 바치는 대다수 교사들이 한꺼번에 매도되는 것이 가장 가슴 아프다"며 "극소수 일부 교사 때문에 상처를 받은 학생도 피해자지만, 잘못 없는 다른 교사들 역시 피해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논란은 학생회 차원에서 한 번도 공식 거론된 적 없다"며 "학생회 임원이 졸업 후 학우들에게 개인적인 상처에 대한 하소연과 설문조사를 병행해서 이뤄진 사안"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제주 학생인권조례 TF팀은 19일 오전 10시 제주도의회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양한 인권침해 사례들을 폭로하며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거듭 촉구했다.
2020년 제주 학생인권조례 TF팀이 제주도의회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양한 인권침해 사례들을 폭로, 조례 제정을 촉구하는 모습 

전교조 제주지부 등은 "교사는 스스로 나의 행동이 학생들에게 인권침해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늘 고민하지 않는다면 학생들을 함부로 대하기 쉽다"며 "제주여고 인권 침해도 이런 학교의 모습이 불러온 결과"라고 주장했다.

이어 "학생들을 동등하게 보지 않고, 진지하게 듣고 해결할 의지가 보이지 않았다"며 "졸업 후에야 학생들이 겪었던 문제를 이야기하게 된 이유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제주학생인권조례가 학교 현장에 자리잡고 문화를 변화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사안이 발생한 학교 뿐만 아니라 도내 전체 학교에 대한 공감해 형성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학교라는 공간에서 인권 침해 발생 시 누구라도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곳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제주학생인권조례 올바른 이행과 개정을 위한 연대'는 우리도제주도, 전교조제주지부, 정의당제주도당, 제주교육희망네트워크, 제주녹색당, 제주청소년인권지기네트워크,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 제주학생인권조례TF팀, 진보당제주도당, 참교육제주학부모회 등이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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