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고를 사랑하는 졸업생 모임' 109명 성명
"학교 내 인권 실태 공론화한 후배들 박수"···"우리도 겪었던 문제, 부채감 들기도"
"도교육청, 철저한 진상 조사 진행해야 할 것"

제주여자고등학교 등굣길 현장.
제주여자고등학교 등굣길 모습 / 기사 내용과 등교 학생들은 직접적인 연관이 없습니다.

올해 제주여고를 졸업한 학생들이 쏘아 올린 인권 논란 여파가 확대되고 있다. 도내 시민사회단체와 정당이 성명을 내며 재발방지와 실태조사를 촉구하더니, 이번에는 제주여고 역대 졸업생 109명이 동참했다. 

42회부터 68회 사이로 구성된 모교 선배들은 가칭 '제주여고를 사랑하는 졸업생 모임(이하 제주여고 졸업생 모임)'을 결성하고, 후배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며 제주도교육청의 철저한 조사를 요구했다. 

'제주여고 졸업생 모임'은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70회 졸업생들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내 인권침해 실태를 공론화했다"며 “언론보도로 사태를 접한 동문들은 우려를 금치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후배 재학생들에 대한 인권침해를 근절하고 자랑스러운 제주여고를 바로 세우기 위해 사태 해결에 미력하나마 일조하고자 한다"며 "우리 역시 같은 교정에서 교사에 의해 인권침해를 당한 경험이 있지만, 후배들처럼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지 못했기에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상황에 부채감도 느낀다"고 언급했다. 

이들은 학생 인권침해는 제주여고 문제가 아닌, 대한민국 모든 학교가 겪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나 기자회견 이후 제주여고 입장문이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15일 '제주학생인권조례TF팀'과 '제주평화 인권 연구소 왓', 제주여고 졸업생들은 도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침해 논란을 점화했다.

인권 논란은 올해 졸업생이 문제 제기에 나서며 시작됐고, 설문 조사로 수합된 내용이다. 2022년 제주여고 졸업자 347명 중 87명이 설문 조사에 응했다. 조사 기간은 올해 1월27일부터 30일까지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87명 중 57%가 학교생활 중 교사에게 폭언을 들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유형은 미친X, 쌍X, 거지 같은 X 등 욕설부터 "수업 중 저렇게 되면 나중에 술집에서 일한다" 등 모욕까지 다양했다. 

수업 중 교육을 받을 권리를 박탈 당했다는 주장도 29.9% 존재했다. 교사로부터 성추행이나 성희롱을 당했다는 설문 조사 답변은 10.3%다.

같은 날 오후 제주여고 측은 입장문을 통해 "학생을 진정으로 아끼고 교육에 열정을 바치는 대다수 교사들이 한꺼번에 매도되는 것이 가장 가슴 아프다"며 "극소수 일부 교사 때문에 상처를 받은 학생도 피해자지만, 잘못 없는 다른 교사들 역시 피해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논란은 학생회 차원에서 한 번도 공식 거론된 적 없다"며 "학생회 임원이 졸업 후 학우들에게 개인적인 상처에 대한 하소연과 설문조사를 병행해서 이뤄진 사안"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3월15일 제주학생인권조례TF팀'과 '제주평화 인권 연구소 왓', 제주여고 졸업생들이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3월15일 '제주학생인권조례TF팀'과 '제주평화 인권 연구소 왓', 제주여고 졸업생들이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제주여고 졸업생 모임 측은 "학교 입장문은 학생들이 겪었을 고통보다 교사 걱정이 크다"며 "보고서에 따르면 가해 지목 교사의 폭언과 욕설에도 제재하는 동료 교사는 없었다고 한다. 이게 사실이면, 어느 교사가 잘못이 없다고 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교육청을 향해서도 제대로 된 책임 있는 조사를 요구했다. 이들은 "제주도교육청은 상습적인 폭언·욕설 등 언어폭력에 대해서도 반드시 형사책임 물어야 한다"며 "언어폭력은 아동복지법에 정하는 정서적 학대 행위고, 성추행 주장에 대한 사실 확인도 반드시 나서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끝으로 제주여고 졸업생 모임 측은 "우리는 모교에 좋은 교사들이 많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교사 대 학생' 구도로 불필요한 갈등을 조장하는 세력들을 경계한다"며 "학교 문제를 은폐하고 축소하는 것은 결코 학교를 위한 길이 아닌, 누군가의 사리사욕일 뿐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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