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자치경찰단, 유통이력 신고 조작하고 위장한 업체 10명 적발
경남 통영시 소재 유통업체 대표 등 4명 구속영장 신청, 6명은 불구속 송치

▲ 경남 통영시에 소재한 A씨의 수입산 유통업체 수족관 전경(왼쪽)과 국내산으로 위장된 일본산 참돔(오른쪽 위). 일본산은 색이 붉고 꼬리가 가늘다. 오른쪽 아래는 국내산 참돔, 검붉은 빛을 띄고 꼬리가 두텁다. ©Newsjeju
▲ 경남 통영시에 소재한 A씨의 수입산 유통업체 수족관 전경(왼쪽)과 국내산으로 위장된 일본산 참돔(오른쪽 위). 일본산은 색이 붉고 꼬리가 가늘다. 오른쪽 아래는 국내산 참돔, 검붉은 빛을 띄고 꼬리가 두텁다. ©Newsjeju

5억 원이 넘는, 무려 35톤에 달하는 수입산 수산물을 국내산으로 둔갑시켜 제주도 내에 유통시킨 업체 대표 등 관련자 10명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제주특별자치도 자치경찰단(단장 고창경)은 일본산 참돔 등 수입 수산물을 은밀하게 국내산으로 둔갑시킨 후, 제주도 내 도·소매업체로 불법 유통한 수산물 유통업자 10명을 '원산지 표시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적발했다.

제주자치경찰단은 경남에 소재한 수산물 활어 유통업체 A사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여, 7만여 장에 이르는 증거자료를 확보해 유통업체 대표 등 관련자 조사를 벌였다.

통상 수입 수산물은 관련 법령에 따라 최종 소매업체를 제외한 유통단계(수입→도매→도매→소매)마다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에 유통이력을 신고해야 한다.

일본과 중국으로부터 수산물을 전문으로 유통시키는 업체(경남 통영시)의 대표 A씨(41)는 가족들과 함께 3개의 도·소매업체를 설립해 운영하면서 이 중 어느 한 업체를 소매업체로 신고하고 납품하면 유통이력 신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교묘히 악용해 법행을 저질렀다.

▲ 수입 수산물의 제주도 내 불법유통 판매 흐름도. ©Newsjeju
▲ 수입 수산물의 제주도 내 불법유통 판매 흐름도. ©Newsjeju

자치경찰단에선 포렌식 분석까지 동원해 6개월 동안 수사를 벌여 A씨의 범죄 행각을 밝혔다. A씨는 최근 해수면 수온이 상승해 국내산 활어의 품질이 떨어지자 지난 2020년 12월 중순부터 지난해 10월 말까지 수입산 활어 총 1만 6815kg 상당을 국내산으로 속여 제주도 내 수산물 도·소매 피해업체 40곳에 유통·판매했다. 판매가만 2억 2000여만 원에 달하는 양이다.

또한 A씨는 "국내산 가격으로 맞춰 주면서 국내산으로 팔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도록 해주겠다. 단속시기엔 일본산 활어와 비슷한 국내 양식장에서 납품받은 활어라고 얘기하면 된다"면서 제주도 내 수산물 유통업체 10명과 공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통해 중국산과 일본산 활어 총 1만 8100kg(판매가 3억여 원) 상당을 국내산으로 둔갑시켜 제주도 내 수산물 도·소매 피해업체 74곳에 유통·판매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제주도 내 유통업자 B(47)씨는 지난해 3월 말부터 4월 말까지 A씨가 수산물품질관리원에 유통이력 신고하고 납품한 일본산 참돔 567kg 상당을 국내산인 것처럼 위장해 제주도 내 수산물 도·소매 피해업체 14곳에 유통·판매했다.

판매가만 무려 5억 2800만 원에 달하는 3만 5482kg의 수입산 활어가 제주도 내 수산물 도·소매 피해업체 117곳(11곳 중복)에 국내산으로 위장돼 판매된 것으로 밝혀졌다.

▲ 국내산으로 위장돼 수족관에 보관 중인 일본산 참돔들. ©Newsjeju
▲ 국내산으로 위장돼 수족관에 보관 중인 일본산 참돔들. ©Newsjeju

자치경찰단 관계자는 "이번 사례는 지난 2020년에 일본에서 도쿄올림픽 특수를 노려 참돔 등 양식 수산물의 생산량을 대폭 늘렸으나 올림픽 개최가 연기된데다 대부분의 경기가 무관중으로 치러져 일본산 참돔이 과잉 생산되는 사태로 이어지자, 이를 국내 업체가 대량 수입하면서 벌어진 일"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더 악질스러운 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 이후 일본 수산물을 꺼리고 있는 국내 정서상 소비가 위축되자 수입산을 국내산으로 둔갑시켜 불법 유통·판매한 것으로 파악됐다는 점이다.

범행기간 동안 불법 유통·판매된 물량은 자그마치 5톤 활어차 70대 분량으로, 이는 57만 명이 소비할 수 있는 막대한 양이다. 이번 범행으로 제주도 내에서 피해를 입은 수산물 도·소매업체엔 대형횟집 85곳과 마트 22곳, 수산시장 8곳, 대형호텔 2곳 등도 포함돼 있어 소비자들이 수입산 활어를 국내산 활어로 취식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에 대해 고정근 수사과장은 "범죄의 광역성, 유통 물량, 먹거리 안전성 등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A씨를 비롯한 관련자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나머지 6명도 범죄혐의 시인, 가담 정도, 유통 물량 등에 따라 불구속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최대 7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 원의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이어 고 과장은 "유사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사이버 패트롤반을 적극 활용해 원산지 유통이력 허위신고 여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조해 원산지 위반 기획수사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자치경찰단은 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일본산 참돔 4마리의 시료를 채취해 방사능에 대한 검사를 진행했으나 모두 검출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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