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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자치행정과 고미숙

  경건하지만 요란하게 제74주년 4·3추념식이 끝났다. 여기저기 언론마다 특집으로 제주4·3사건을 다루고, 많은 곳에서 4·3과 관련한 행사를 진행했다. 4월이 지나 동백꽃이 다 지고 나면 사람들 기억 속에서도 4·3은 잠시 잊혀질지 모른다.
  하지만 봄이 가고 여름이 지나, 1년이 가고 10년, 70년이 가도 그 아픈 과거가 잊혀지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KBS 특집 휴먼다큐“숙자”에 나오신 숙자 할머니처럼 말이다.
  이 다큐는 1948년 무렵 제주4·3사건으로 아버지가 육지 형무소에 끌려가시고, 온 가족이 갖은 고초를 겪으며 살아야 했던 숙자 할머니의 아버지 찾기 이야기다.
  할머니는 1940년생이지만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아버지 호적에 입적이 되지 않은 채로 해방을 맞았고, 토벌대들의 무차별적 폭압 아래 하릴없이 아버지가 잡혀가 소식이 끊겼으니, 남은 가족들의 고초는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할머니는 우도에 사는 친적집에 수양딸로 입적이 되었고 결혼하면서 조천읍 신촌리에서 터전을 이루셨다고 한다.
  그리고 장성한 손녀딸과 함께 아버지를 찾기 위한 여정을 나서신다. 다행이라 말하긴 조심스럽지만 제주4·3평화재단 행방불명자 묘역에서 아버지 이름 석자를 찾고 오열하는 할머니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고 먹먹하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이 경우 희생자인 아버지의 자임을 입증하고, 유족으로 인정 받기 위해서는 유전자 검사 등을 통해 ‘친생자 관계 부존재 확인 소송’과 ‘인지청구 소송’등을 제기해야 하는데 이마저 오래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시신도 찾을 수 없는 상태에서는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이곳 저곳 찾아 다니시다 결국 실망하고 집에 돌아와 방에 몸을 뒤이신 할머니의 뒷모습이 애처럽고 쓸쓸하다.
  지난해 제주4·3특별법 개정으로 정부에서는 4·3당시 행방불명 피해실태, 연좌제 피해 실태 등 추가 진상조사가 이뤄질 예정이고, 뒤틀린 가족관계를 바로잡는 연구 용역도 추진하다고 하니 기다려 볼 수 밖에 없다.
  제주에서는 할머니와 비슷한 처지의 분들 이야기를 종종 들을 수 있다. 붉은 섬이라 낙인찍혀 고립된 제주 4·3의 아픈 역사를 전국으로 더 알리고, 미래세대가 잊지 않을 수 있게 더 노력해 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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