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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륜동주민센터 오명희

  속기사라는 이름으로 공직사회에 첫걸음을 내딛게 되었을 때 아버지께서 하신 말씀이 있었다. “ 놈들신디 거늬령상 허게마랑 기본만 잘 햄시민 다 해진다. 체암부터 초례초례 햄시민 못 헐 일이 뭐 이시느니.” 아마도 불미스러운 일로 남들 입에 오르내리게 하지 말고 기본을 지키면서 차근차근히 해내다 보면 못 할 일이 없다는 뜻임이 분명하다. 이후로 나는 공직생활 내내 늘 기본에 충실하자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사실 기본에 충실을 기한다는 게 그리 쉬운 게 아니다. 이 정도야 뭐 하면서 사소하다고 생각해서, 별다른 문제가 없을 거라고 방심해서, 누군가의 의견이 아주 강력해서 등등 그 기본을 놓치는 일은 없는지 늘 되새김질이 필요하다. 이러한 기본에 충실하자는 생각은 요즘 들어 더욱 강해지고 있다.
  코로나19 펜데믹이 장기화되고, 연일 오미크론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공직사회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직원 확진자들이 늘어나면서 수시로 직원 공백이 발생하고, 그 공백은 고스란히 업무 공백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읍면동처럼 일선 민원 업무를 처리하는 경우는 그 공백이 더욱 크게 다가온다. 업무 대직자가 있지만 본인 업무가 우선이기에 그 대직 업무에는 제한이 따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며칠 전 민원인 한 분이 찾아오더니 요즘 직원들을 보면 다들 짜증이 가득 묻어있다고 말씀하셨다. 아마 계속되는 직원들의 공백과 그만큼 쌓여가는 업무량 증가로 직원들의 피로도가 누적되다 보니 저도 모르게 민원인을 대하는 표정과 말투에 짜증이 묻어났었던 모양이다. 아무리 마스크로 얼굴의 반을 가리고 있다지만 민원인은 그 말투와 반만 드러난 얼굴의 표정만으로도 직원의 상태를 다 알아차릴 수 있음을 간과하지는 않았는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겠다.  
  이럴 때 필요한 게 바로 기본의 충실이 아닌가 싶다. 설사 짜증 나고 힘들더라도 스스로 공직자의 신분임을 잊지 않고 기본을 지키면서 인사하고, 업무처리를 하노라면 민원인의 불만이 훨씬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안녕하세요?” 한마디지만 마음을 담아 기본에 충실한 인사가 된다면 민원인은 벌써 마음의 반을 열어놓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기본에 충실함이 곧 친절과 청렴의 실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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