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제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현수 교수
김현수 교수

 대한민국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정치의 시간이 계속되고 있다.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끝났고, 한 달여 후에는 지방선거가 있다. 우리 사회에서 정치의 '과잉'은 매우 경계해야 하지만 정치가 국민들의 삶의 질을 바꾸는 직접적 영역임이 분명한 이상 정치인이 아니더라도, 우리 모두는 정치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국민주권주의 국가에서 국가의 중요정책에 대한 이른 바 자기결정권을 가진 국민들의 의사가 그래서 중요하다. 투표는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결집하고 표출하여 국가의 이익과 국민들의 행복을 실현하는 수단으로 작용한다.

 그런데 국민의 선택에 의해 여야가 바뀌는 이때, 지금의 다수 여당은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라는 의미의 '검수완박'을 입법화 한다며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을 개정하겠다고 한다. 당론으로 결정했다며 4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한다고 벼르고 있다. 야당은 물론 학계나 법조실무계, 시민단체 등의 우려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돌격 앞으로'를 외치며 일수불퇴를 외치는 형국이다. 국회의 가장 중요한 권한이 입법권이다. 180여석에 가까운 다수당이 마음만 먹으면 어떤 법이든 못 만들 것인가만, 반대 의견은커녕 신중론 또는 속도 조절론도 감히 국회의원에게 대드는 잡소리라고 여기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그러나 아무리 검찰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이익집단이고 제 식구 감싸기에만 분주하며 때로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의심하기에 충분하므로, 그 권한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여기는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도 이건 아니다 싶다. 문재인 정부가 1호 공약 및 국정과제로 내세운 권력기관 간 견제와 균형을 통한 개혁은 사실 작년 초 이른 바 공수처법이 제정되고,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이 개정되면서 현재 시행 중에 있다.

 검사의 비리는 공수처가 수사하고, 검사와 사법경찰은 상호 '협력관계'로 수사하며, 검사의 직접수사권은 부패범죄와 공직비리 등 6대 범죄로 제한됐다. 그 마저도 2018년부터 시작된 논의를 2년 가까이 끌어오다 패스트트랙이라는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마무리된 것이다. 문재인 정부 5년간 가장 많은 변화를 겪은 곳이 검찰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개혁이 완성됐다고 평가했음을 기억한다. 그때도 검수완박 입법이 발의됐다가 중단됐다. 그런데 이 시점에 이르러 서둘러 기어이 검찰 수사권을 박탈하겠다고 나서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가?

 로스쿨에서 형사소송법을 강의하는 필자의 생각으로는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안 등은 그 내용과 형식·절차 면에서 상당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검사의 수사권 박탈은 강제수사인 영장청구권을 검사에게 부여한 헌법 제12조 제3항을 위반하는 것이다. 더 우려되는 것은 범죄 피해자 입장에서 피해를 호소하는 길이 막힌다. 전적으로 경찰에 고소할 수밖에 없고, 혹 경찰이 일부러는 아니라도 사건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도리가 없게 된다. 지금도 검사가 경찰에 보완수사나 재수사를 요구하여도 오랫동안 감감 무소식인 경우가 많다. 부실수사로 인한 선량한 사람들의 인권침해가 너무나 우려된다. 이는 억울하게 피의자로 몰린 사람들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법리 판단에 밝은 검찰이 수사하지 못하면 무고 인지도 어려워진다. 경찰에 유착된 일부 피의자는 쾌재를 부를 것이 뻔하다. 통제가 안되는 경찰권은 남용되게 마련이다. 무엇보다 증권, 공정거래 등 범죄는 수사공백에 빠져 중요 경제범죄가 횡행할 수도 있다. 범죄를 처단함으로써 사회안전망을 확보하는 것이 국가의 임무인데, 국가 수사역량을 이렇게 무너뜨려도 될 것인가?

 검찰이 기소권을 정당하게 행사하기 위해서라도 절제된 수사권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절차 면에서도 70여년 이상 지속된 형사사법체계를 이렇게 졸속으로 바꾸려고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3개월 후에 시행하겠다고? 문제점과 예상되는 부작용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대안부터 마련하여야 할 것 아닌가?

 형사절차에서 검찰이 담당하는 수사와 공소는 법원의 재판과 연결된다. 수사와 공소는 누구의 이익·불이익이 아니라 진실이 무엇인가를 확인하는 작업이다. 정치가 이 작업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법치주의는 보장돼야만 한다.

 유명한 정치철학자 존 롤스는 공정으로서의 정의를 말하면서 사회적 합의를 통해 공정한 규칙을 만드는 절차를 절차적 정의라고 규정한 바 있다. 지금 이 순간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정치권력은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을 생각해야 한다. 검찰로부터 수사권을 회수하는 것이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인가? 아니면 그 누구를 위한 개혁의 포장인가? 심모원려(深謀遠慮), 심사숙고(深思熟考)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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