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방검찰청 김효진 검사

▲ 김효진 검사 ©Newsjeju
▲ 김효진 검사 ©Newsjeju

 2019년 사기도박판에서 평생 모은 2억 1,100만원을 잃은 고령의 할아버지는 2020년 5월 이들을 수사기관에 고소했다.

 할아버지는 경찰 조사에서 도박판의 설계자 A, 기술자 B, 자금책 C가 주범이고, 여성 D는 자신을 도박판으로 유인했다는 추측성 진술을 했다. 경찰은 7명의 피의자들을 찾아냈으나, 그들 대부분은 우연히 만나 도박한 것이라고 부인했고, C의 통화내역을 범죄혐의와 연결시키지 못해 혐의를 입증하지 못하고 검찰청으로 사건을 보냈다.

 2021년 2월 제주지검에 부임해 사건을 검토하게 됐는데 이상했다. 마치 영화 '타짜'에 내가 들어와 있는 것 같았다. A는 평경장, B는 고니, D는 정마담... 경찰 기록만 보고 그냥 무혐의 할 수는 없었다.

 고소인과 도박참가자인 E로부터 "A, B, C는 제주도에서 유명한 사기도박꾼들이고,「사둔(그들 표현으로 사기도박의 피해자)」을 상대로 '탄(순서를 맞춘 화투)'을 사용해 사기도박을 한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C와 E의 휴대폰과 통화내역에 대한 디지털포렌식을 실시했다.

 찾았다!! 할아버지 편인 줄 알았던 F가 C와 잦은 통화를 한 내역을 확인했다. 그렇다 F는 할아버지의 편인 것처럼 연기한 공범이었다. E의 휴대폰에서도 공범들과 관련된 대화 내용이 확인됐다.

 피의자들 전원의 휴대폰을 압수수색해 이전부터 사기도박을 한 것이 드러나는 대화 내용을 확인했고, 계좌추적에서 도박자금 및 피해금이 C에게 집중 송금되는 과정을 확인했다. 새로 확보한 물증을 가지고 소환조사하자, D는 자백했고, 도주한 C를 추적해 체포했다. C는 A, B의 지시로 범행했다고 자백했다. 주범 A, B, C를 구속하고 총 8명의 사기도박단을 기소했다. 재판과정에서 피의자들은 전부 자백하고 1억 5,000만원을 할아버지에게 돌려줬다.

 나 같은 보통 검사들은 매일 이런 일들을 하고 있다. 경찰에서 최선을 다해 사건을 수사했지만, 증거를 찾지 못해 혐의 없음 처분한 사건을 검사들은 새로운 시각에서 한번 더 살펴보고 억울한 사람이 있는지, 사실관계가 정확한지 밝히기 위해 수사해 그 결과에 따라 기소를 하거나 불기소를 한다.

 검찰에서 이런 수사를 하지 못한다면 사건의 결과는 어땠을까? 검사들의 매일매일 일과라고 할 수 있는 이런 수사가 정말 잘못됐고. 국민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인지 의문이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상황이었다면, 나는 경찰에서 보낸 그대로 증거가 없어 무혐의 처분을 하거나 경찰에 다시 수사를 해달라고 요청(재수사요청은 실질적인 구속력이 없다)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경찰에서 재수사요청에 응하지 않으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 

 2019년과 2020년에 검사가 경찰의 잘못된 결정을 바꾼 사례가 매년 각각 3만 여건에 이른다. 이런 사건들이 많기 때문에 검사가 다시 한 번 새로운 시각에서 검토하고 실수나 부족한 점이 있다면 그에 대해 의지를 가지고 보완수사에 나서 그 실수를 정정할 수 있는 것이다. '검수완박'으로 검사에게 이러한 기회가 박탈된다면 더 이상 억울한 피의자‧피해자들을 구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즉 국민의 기본권이 박탈되는 것이다.

 경찰 수사 이후에 기소를 담당하는 검사가 다시 한 번 최종적으로 직접 보완수사에 나서 결론을 내려야 하는 이유는 재판에 1, 2, 3심이 있고 여러명의 의사가 협진을 하여 최선의 진단과 치료를 하는 시스템의 존재이유와 다르지 않다. 

 현재까지 검사가 경찰과 협력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면서 형사사법시스템이 지탱되고 효율적으로 운영돼 왔다. 그러나 이제 검수완박 법률이 통과되면 더 이상 이런 모습은 볼 수 없을 것이다. 이로 인한 피해는 결국 범죄로 피해를 입은 국민들에게 돌아가게 되고 범죄자들만 이익을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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