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기자' 꿈꾸던 제자 짓밟은 어학원장
'특파원 기자' 꿈꾸던 제자 짓밟은 어학원장
  • 이감사 기자
  • 승인 2022.06.09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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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제주지법,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재판 선고
40대 유부남 영어학원장, 징역 8년 선고
"미래 촉망한 청소년, 원장의 성적 욕망 범죄로 학업까지 포기"
정신 피폐해진 피해자, 치료 받고 있지만 여전히 악몽
제주지방법원.
제주지방법원.

자신의 성적 욕구 해소를 위해 청소년의 꿈을 짓밟은 40대 영어학원장이 실형을 받았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현재도 정신 치료를 받으며 고통 속에서 살고 있다"고 피고인을 향해 지적했다. 

9일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부장판사 진재경)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이모(41. 남)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피해자 A양은 외교관, 특파원 기자, 방송국 기자 등을 꿈꾸는 밝은 학생이었다. 꿈의 일환으로 A양은 영어 습득을 위해 초등학교 5학년부터 이씨가 운영하는 도내 어학원을 다녔다. 

열정은 중학생이 되면서 교내 최상위권 성적으로 돌아왔다. A양과 부모는 어학원장 이씨를 신뢰하게 됐다. 

모범적인 학생이자 꿈을 향해 쉼 없이 달리던 A양의 열정은 중학교 2학년 여름 무렵부터 산산조각났다. 어학원장 이씨가 제자를 성적 대상으로 삼기 시작한 순간부터다.  

2016년 여름방학, 원장 이씨는 A양에 불필요할 정도의 신체접촉을 시작했다. 학원생 중 A양에게만 1:1 수업도 진행하는 등 이례적으로 특별하게 대했다. 

조금씩 접촉 수위를 올린 이씨는 결국 A양에게 강제추행, 유사 강간 및 강간 행위 등을 여러 차례 일삼았다. 범행 장소는 A양이 미래를 꿈꾸기 위한 발판인 영어학원 건물 안이었다. 반년 동안 피해자는 별다른 저항도 하지 못했다. 사실을 주변에 털어놓을 수도 없이 악몽을 오롯이 혼자 견뎌내야 했다. 

황폐해진 A양의 정신은 중학교 3학년이 되면서 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게 되는 지경까지 심각해졌다. 거식증, 우울증이 왔고 자해까지 시도했다. 고등학교 1학년으로 올라가서는 결국 자퇴를 하면서 학업을 포기했다. 일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해질 정도로 정신 건강이 악화됐다. 

A양은 병원에 입원해 치료받기 시작했고, 상처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유망한 청소년의 삶은 추악한 이씨의 행동으로 시들어버렸다. 

사건은 A양이 뒤늦게 자신의 상처를 친구에게 털어놓으면서 알려지게 됐다. 이씨는 수사기관에 혐의를 부인했다. 신체접촉도 일절 없었다고 했다. 법정에서는 진술을 번복했다. 신체접촉을 시인했으나 "서로 사랑한 연인 관계였다"고 주장했다. 

이날 선고를 진행한 제주지법 제2형사부 진재경 부장판사는 이례적으로 피해자가 겪었을 상처와 고통을 장시간 언급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은 모순이 없고, 일관성이 있다. 진술이 직접적 증거가 될 수는 없지만, 피해자는 당시 상황을 매우 상세하게 설명했다"며 "증인들의 발언 신빙성도 높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A양은 피해 사실을 친구와 부모에 알리지도 못하고 정신적으로 고립됐다"며 "피해자와 가족 전체가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은 '그동안 피해자의 고통을 몰랐다'는 취지로 말을 하는데, 법정에서도 피해자를 탓하는 태도 등으로 봐서는 과연 고통을 공감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사춘기 여중생을 인격체가 아닌 성적 욕망으로 취한 부분에 대해 법은 엄중할 수밖에 없다"고 실형 사유를 설명했다.

제주지법은 이씨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10년간 정보공개, 10년간 아동·청소년 등 관련기관 취업제한도 함께 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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