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호적 희생자로 분류돼 있던 군사재판 수형인들
제주도정에서 제적부 확인 통해 현재까지 5건에서 7명 제적 발견해

‘제71주년 제주4.3희생자 추념식’이 4.3유가족을 비롯해 4.3유족회장, 이낙연 국무총리, 원희룡 제주도지사, 김태석 제주도의회 의장, 이석문 제주도교육감, 각 정당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3일 오전 10시부터 제주4.3평화공원에서 거행됐다.
▲ 제주4.3평화공원 내 행방불명 묘역.

제주특별자치도는 4·3군사재판 수형인의 명예회복을 위해 이들에 대한 문헌 등을 심층 조사․분석하고 제적부 등을 면밀하게 확인하면서, 직권재심 청구와 4·3희생자 보상금 지급이 어려운 '제적 없는 희생자'의 제적을 찾는 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14일 밝혔다.

실제 군사재판을 받아 수형인이 됐던 강 모씨는 자신의 아버지와 함께 무호적 4.3희생자로 돼 있었다. 당초 강 씨의 주소지가 서홍리로 돼 있음에 따라 이곳에서 4.3희생자의 제적을 찾았으나 찾지 못했다. 이에 제주도정은 강 씨의 아버지를 호주로 서귀면의 제적을 확인한 결과, 강 씨와 그의 아버지의 제적을 발견해냈다. 

또한 김 모씨는 출생신고가 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무호적 희생자로 분류돼 있었으나, 제주도정에서 그의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호주로 된 제적등본을 찾아본 결과 제적등본에 김 씨가 기록돼 있음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무호적 희생자였던 강 씨와 김 씨는 직권재심 청구를 할 수 있게 됐다.

군법회의에서 7년형을 받아 인천형무소에 수감됐던 김 씨는 아직까지 사망 또는 실종선고가 되지 않은 안타까운 사례다. 그가 1929년생이어서 행정에선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처럼 '제적 없는 희생자'는 희생자 신고 당시 제적이 없는 것으로 신고돼, 지금까지 연고가 없는 경우로 분류돼 직권 재심이 어려울 수 있었으나, 이러한 경우처럼 제적부를 찾아 신원확인이 이뤄졌기 때문에, 향후 직권재심 청구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까지 '제적 없는 희생자'의 제적을 찾은 사례는 총 5건에 7명이다.

이는 제주도 4·3사실조사단의 희생자 이명(異名, 본 이름 외에 달리 부르는 이름) 기록 확인, 합동수행단·유족회와의 협업을 통해 이뤄진 결과다.

▲ 지난해 3월16일 제주 4.3 재판이 시작됐다.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하는 순간, 유족들은 눈물을 쏟아냈다
▲ 지난해 3월16일 제주 4.3 재판이 시작됐다.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하는 순간, 유족들은 눈물을 쏟아냈다

이제까지는 이웃 등이 희생자로 신고했다가 직계비속의 추가신고를 통해 제적이 확인된 사례는 있었으나, 행정에서 사실조사를 통해 직접 발견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제적 없는 희생자들은 신고 당시 이웃이나 먼 친척 또는 4·3유족회 등을 통해서 신고 당시 호적을 첨부하지 않은 채, 피해사실의 신고만 이뤄진 경우다. 이에 따라 호적(제적)이 없는 희생자로 결정돼 신원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없었다.

호적(제적)을 찾기 위해서는 호주와 본적지 등이 정확하게 확인돼야 하나, 가까운 친인척이나 동거가족이 희생자 신고를 한 것이 아닌 경우 제적 없이 희생자로 결정되는 사례들이 있었다.

이번 조사를 통해서 신원이 파악된 희생자들은 합수단에서 재심의 청구에 대한 검토를 마쳐 직권재심이 이뤄질 수 있을 전망이다.

제주자치도는 이번에 제적부가 발견된 4·3희생자에 대해선 4·3위원회와 협의를 거쳐 인적사항 변경 등의 심의를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희생자의 성명이 제적에 기록된 이름이 아닌 이명·아명으로 신고된 경우 이를 제적상 이름으로 정정하는 것과 본적지가 부정확하게 기록된 경우, 이를 정정하는 것을 4·3실무위와 4·3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추진해나갈 예정이다.

희생자의 기록이 정정되면, 합수단에 자료를 제공해 직권재심의 근거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또한, 확인한 공부를 근거로 민법상 상속권자에게 보상도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제주특별자치도청.
▲ 제주특별자치도청.

한편, 제주도정은 그동안 4·3군사재판 수형인의 신속한 직권재심 청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수형인명부상 인물과 공부상 인물이 동일인임을 확인하는 사실 조사를 추진해 왔다.

군사재판 수형인 2530명의 명단은 호적(제적)을 기초해 작성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재심을 위해서는 해당 인물들을 공부(公簿)에서 발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사실조사를 통해서 피해사실이 확인된 인물들은 제주4·3사건 직권재심 권고 합동수행단의 검토 후, 수형인 명부의 인물과 동일인으로 판단되면 재심이 진행되고 있다.  

김승배 제주도 특별자치행정국장은 "직권재심 청구의 핵심인 수형인 특정을 위해 단서가 될 수 있는 가능한 모든 자료를 조사하고 있다"며 "앞으로 아직 신원이 파악되지 못한 분들도 문헌 자료 및 증언, 진술 등을 다각적으로 분석해 신원을 확인하면 명예회복 조치가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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