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사범 잡기 위해 김해 모텔 급습한 경찰
엉뚱한 사람 손에 1시간 수갑 '화들짝'···알고 보니 마약사범 '반전 드라마'
검찰 "잘못된 체포 문서 안 남긴 경찰, 직무유기"
'직무유기' 1심 무죄...항소심은 '유죄'

제주경찰청 외경
제주경찰청 외경

불법 도박사범을 쫓는 과정에서 엉뚱한 사람에게 56분 동안 수갑을 채운 경찰관이 법정에 섰다. 인권과 절차 보고가 잘못됐다는 사유다. 1심에서 무죄가 나왔지만, 항소심에서 다른 결과가 나왔다. 

23일 제주지방법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방선옥)는 '직무 유기' 혐의로 기소된 A경위(40. 남)에 유죄를 판단, 자격정지 1년의 선고를 유예했다.

유죄를 받았지만, 선고를 미루면서 A경위는 별다른 범법 행위를 저지르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경찰직을 유지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은 2020년 8월13일 용의자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시작됐다. 

제주경찰청 소속 A경위는 2020년 8월12일 불법 사설 도박 관련 수사로 피의자를 붙잡기 위해 타지역으로 출장을 나서기로 했다.

경남 김해에 도착한 A경위는 이튿날인 8월13일 오전 한 모텔에 용의자가 투숙한 사실을 확인하고, 긴급체포에 나섰다. 

당시 A경위가 쫓던 인물 B씨는 모텔 403호에 머물렀다. 경찰은 모텔 업주에게 B씨의 사진을 보여주며 숙박 호실을 물었다. 공교롭게도 B씨 얼굴과 C씨 얼굴을 착각한 업주는 경찰에 C씨가 있는 401호실을 알려줬다.

결국 경찰은 쫓고 있는 B씨가 아닌 C씨가 있는 401호실로 들어갔다. C씨는 자신의 신분증이 없고, 타인 신분증을 소지하는 등 여러 정황상 의심을 사 긴급체포 됐다. C씨는 1시간가량 '불법사설 도박' 관련 용의자로 수갑을 찼다. 

이 과정에서 드라마 같은 반전이 일어났다. 엉뚱한 인물로 수갑을 찬 C씨는 알고 보니 마약사범이었다. 

A경위는 C씨가 머문 401호실에서 마약이 발견됨에 따라 타지역 관할 경찰에 C씨 체포를 도와줬다. 그리고 자신이 쫓는 용의자가 C가 아닌 것을 알고는 수갑을 풀어주고, 403호에 투숙한 B씨를 붙잡아 제주로 송환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제주경찰에 허무하게 붙잡힌 마약사범 C씨는 고소에 나섰고, 검찰은 '직무 유기' 혐의로 기소했다.

제주지방검찰청.
제주지방검찰청.

검찰의 '직무 유기' 시선은 절차적 원칙 미이행이다. 

긴급체포 경우는 사전 영장을 발급받지 않고, 용의자를 붙잡은 후 사후에 영장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절차상 긴급체포 후에는 범죄사실 고지 → 긴급체포서 작성 → 긴급체포 원부 작성 → 긴급체포 통지 → 긴급체포 승인 건의(12시간 내) → 구속영장 신청 또는 석방 등의 절차를 밟도록 명시됐다. 

이런 절차의 밑바탕은 인권이다. 검찰 측은 경찰이 긴급체포서나 긴급체포 원부 등을 작성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신병 관련 절차 위반으로 판단했다. 

드라마 같은 반전으로 경찰이 수갑을 잘못 채웠던 C씨가 무고한 시민이 아닌 마약사범이라는 결론이 나왔지만, 죄 없는 사람이 수갑을 1시간가량 찼다고 생각하면 아찔한 상황이라는 전제도 첨가된다. 

지난해 12월7일 제주지법 1심 재판부(당시 부장판사 심병직)는 A씨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누구보다 절차를 잘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56분 동안 수갑을 찼던 C씨가 고소를 하지 않았다면 사실은 드러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인권과 권리구제 등을 위해 긴급체포는 준수 절차를 엄격히 정하고 있다"며 "피고인이 사정을 설명하지만, 정해진 의무는 이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은 업무 소홀이 아닌, 체포 사실을 의도적으로 방임 혹은 포기한 것으로 경찰직 박탈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고 선고 유예 사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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