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ewsjeju
▲ ©Newsjeju

 

노형동 주민센터   강 동 현

지난 1년간 옥외광고물 업무를 하면서 깨달은 것 중 가장 무겁게 다가온 건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는 지역 주민의 의지와 행동에 따라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한다는 것이다. 즉 지역 주민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도시의 모습은 나날이 변화되어 간다.

그릇된 결론이라 할지도 모르겠지만 도심 속 수많은 민원 현장을 뛰어다니며 직접 절감한바, 도시는 우리의 의지로 만들어낸 환경이며, 도시 환경은 이제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필수 불가결한 삶의 구성요소라고 필자는 믿는다.

필자는 이러한 도시나 거리의 느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불법 옥외광고물에 대해 말하려고 한다. 우선 직접 거리에 나가 보기 바란다. 옥외광고물을 마주치지 않고 50m 이상을 걷기가 힘들 정도다. 그만큼 아름다운 제주의 거리에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옥외광고물이 범람하고 있다. 가로수에도, 건물 외벽에도, 버스 정류장에도 옥외광고물이 도배되어 있다. 

우리의 일상을 덮친 코로나19는 감염병 위기와 더불어 이러한 문제를 팽창시킨 요인이 되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대면 활동에 제약이 따르면서 수많은 자영업자와 광고주의 조급함은 갈수록 커져갔고, 업소들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무조건 크고 화려하며 자극적인 현수막들이 누더기처럼 어지럽게 내걸리기 시작했다.

필자가 매일같이 현수막 철거 작업에 나설 때면 단속 중에도 설치 업자들이 따라다니며 다시 거는 맞불 작전을 벌이기도 한다. 그만큼 게릴라 현수막의 홍보 효과는 뛰어나기 때문이며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통행이 많은 곳이면 밤낮없이 걸어댄다. 난립하는 불법 광고물은 거리의 미관과 분위기를 해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지역민들의 건강을 좀먹는 심각한 공해가 되어버리며, 나아가 지역민의 삶의 터전을 왜곡한다.

누군가는 이러한 불법 옥외광고물 설치를 ‘관행’이라고 두둔한다. 공무원의 복지부동(伏地不動)으로 너 나 할 것 없이 질세라 현수막을 만장기 걸듯 사방팔방 내거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무질서한 광고물 행렬을 봐야 하는 지역민과 관광객들의 심정은 헤아려 봤을까. 이만하면 관행보다 청산할 ‘구태(舊態)’ 아닐까.

불법 광고물은 단순히 거리 미관 훼손뿐만 아니라 시야 방해로 교통 신호등이나 표지판 구분을 어렵게 만들고 여러 가지 사고를 일으킨다. 광고물 본래의 기능을 넘어서 시민의 보행 안전을 위협하고 있기에 필자의 의견을 한 개인의 사사로운 외침으로 외면하고 먼 산 쳐다보듯 할 수 없을 것이다.
 

저작권자 © 뉴스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