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내서 불법체류 30대 중국인, 4월28일 잡혀
출입국·외국인청 인계된 피고인, 직원 귀 물어뜯고 행패·난동
피해 공무원은 귀 절반 짤렸지만···피고인 "정당방위" 주장
"유죄인지 무죄인지 국민 정서 묻고 싶다, 국민참여재판 희망"
제주지법 9월 '국민참여재판' 진행하기로···배심원 5명 선정 절차 돌입

제주지방법원.
제주지방법원.

불법체류로 붙잡힌 외국인이 제주출입국·외국인청 직원 귀를 물어뜯었다가 구속돼 재판대에 올랐다. 피고인은 "유·무죄 판단을 국민 정서로 판단해 보고 싶다"며 국민참여재판(이하 국참)을 신청했다. 

통역을 대동해 곱절의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국참 성사 여부는 미지수였지만, 피고인은 강한 의지를 보였고 재판부는 결국 의사를 존중해 수용했다. 약 2년8개월 만의 제주지법 국참 성사다. 

21일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부장판사 진재경)은 '공용물건 손상' ,'공무집행방해(상해 등)' 혐의가 적용된 중국인 A씨(31. 남)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2019년 무비자로 제주도 입도 후 기간을 어기고 계속 머물렀다가 올해 4월28일 경찰에 붙잡혔다. 같은 날 제주출입국·외국인청으로 인계된 A씨는 청사 내부 천장 에어컨 등 물건을 부수고, 출입국청 직원 귀를 물어뜯었다.

이 사건으로 공무원 B씨는 약 12주의 상해를 입어 봉합 수술을 받기 위해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귀 절반이 절단됐다. 

A씨는 출동한 경찰에 의해 동부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됐다. 4월30일 A씨는 경찰관의 팔 부위를 강하게 깨문 혐의도 추가됐다. 5월12일 구속기소 된 A씨는 같은 달 22일 제주교도소 내부 화장실 변기와 바닥, CCTV 등 2000만원 상당의 공용물품을 손상한 혐의도 더해져 법정에 섰다. 

제주지방법원 사진 자료
제주지방법원 사진 자료

올해 6월23일 첫 재판에서부터 피고인 A씨는 국민참여재판을 줄곧 희망했다. 자신의 행위를 국민정서에 맡겨서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A씨는 자신의 행위가 정당하다는 주장이다. 사유는 불법체류자 신분이지만, 경찰에 체포당하는 과정에서 폭행당했고 인계된 출입국·외국인청에서 역시 무력을 겪었다는 취지다. 

부당한 체포 과정에서 빚어진 사안에다가 분노조절장애가 있는 자신의 심신 미약 등으로 미뤄보면 충분히 정상 참작이 가능한 사안으로, 국민 정서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방어권을 A씨는 강조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귀를 물어뜯는 출입국 공무원도 부당한 행위를 한 것이냐"고 물었고, A씨는 "당시 사람이 많아서 누가 저를 때렸는지 구분이 안 된다"라고 답했다.

"그렇다면, 피고인을 때리지도 않은 사람의 귀를 물어뜯은 것이냐"는 재판부의 반문에 피고인은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피고인은 "국참을 신청했는데, 왜 하지 않는 것이냐"며 재판부에 항의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통역사에게 현재 절차가 국참을 하기 위한 준비단계라는 설명을 번역해 달라고 요청했다. 

잠시 고심의 시간을 가진 재판부는 재판을 속행 후 '국민참여재판' 진행을 알렸다. 배심원 선정 기간 등 여유를 위해 국참은 9월26일 시작하기로 했다. 

제주지방법원 사진 자료
제주지방법원 사진 자료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에 의해 2008년부터 시행된 '국참'은 국민들이 배심원으로 재판에 참석하는 것을 칭한다. 

국민참여재판의 흐름은 크게 ①배심원 선정 절차 ②공판 절차 ③평의 절차 ④판결선고 등 네 단계로 나뉜다.

배심원이 된 국민은 법정 공방을 지켜본 후 피고인의 유무죄에 관한 평결을 내리고, 적정한 형을 결정할 수 있다. 재판부는 배심원들이 만장일치로 내린 평결을 참고해 판결을 선고에 나서게 된다. 국민참여재판은 1~3일 안에 재판을 마치도록 하고 있다. 

배심원의 결정 사항은 법원의 판결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진 않는다. 그러나 재판부가 배심원과 다른 판결을 내린다면, 그 사유를 설명해야 한다. 

배심원 선정은 각급 법원별로 작성된 '배심원 후보 예정자 명부'에서 일정 수의 배심원 후보자를 무작위로 선정한다. 이후 법원에 출석한 후보자에게 질문해 자격을 확인하고, 배심원과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 예비 배심원을 둔다. 

자격은 만 20세 이상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배심원이 될 수 있다. 다만 일정한 범죄 전력이 있거나 재판에 참석할 수 없는 사정이 있다면 배제 대상이다. 

제주지법 경우 마지막 국민참여재판은 2020년 1월 '특수상해' 사건 관련이다. 이후 코로나 여파 등으로 국참은 열리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제주 변호사 살인사건> 재판에 나선 피고인도 국참을 희망하긴 했지만, 결국 성사되진 않았다. 

제주지방법원 사진 자료
제주지방법원 사진 자료

오는 9월26일 국민참여재판을 예고한 제주지법 제2형사부 재판부는 최종 배심원을 5명 선정하기로 했다. 예비 배심원은 2명이다. 배심원 예정자는 3배수 소환으로 배심원 후보자를 20명을 정한 뒤 선발하기로 정했다. 

배심원 선정 기일은 예정된 국참 당일 오전 10시부터 진행된다. 검사, 변호사, 재판부가 참석한 가운데 20명의 배심원 후보자 중 5명의 최종 배심원과 2명의 예비를 선정할 계획이다. 국민참여재판은 오후 2시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당일 국민참여재판은 배심원과 재판부, 검사, 변호인, 피고인이 함께 있는 법정 안에서 범행 장면이 담긴 증거 동영상을 시청하는 '증거조사'로 시작된다.

이어 검사가 중요 사안을 배심원에 설명하고, 변호인의 의견을 낸 뒤 출입국 직원과 경찰의 증인 조사가 열린다. 이 단계가 끝나면 검찰 구형, 피고인 최후 변론, 배심원 평의, 최후 선고로 마라톤 국참은 마무리될 전망이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는 "재판부는 국민참여재판 배심원들의 평의를 최대한 존중하겠지만, 완전히 구속되진 않는 상태에서 최종 판결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분노조절장애를 주장하는 피고인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통상적으로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사유지만, 분노조절장애가 있다고 해서 심신미약을 인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또 양형상 유리한 자료로 참작될 수는 있으나 수개월 기간을 거쳐 정신 감정까지 법원에서 진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다만 심신미약 판단은 국민참여재판에 나서는 배심원들이 사건 당시 상황과 피고인 행동 등 여러 정황을 토대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제했다. 

제주지법이 이번 사건을 최소 3~4시간 최장 6시간 안에 끝내기로 하는 국민참여재판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국민 정서가 반영된 배심원들의 평의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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