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정리 동부하수처리장 증설 놓고 마을회 vs 제주도정
주민들 "주민 입장은 전혀 담기지 않은 간담회 결과 보도자료" 비판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월정리 마을회 주민들과 동부하수처리장 증설 문제로 인한 갈등 해소를 위해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했다.
▲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월정리 마을회 주민들과 동부하수처리장 증설 문제로 인한 갈등 해소를 위해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했다.

갈등을 빚고 있는 사안 해결을 위해 행정과 마을이 한 자리에 모여 대화를 나눴지만, 입장이 첨예하게 다르다는 것만 재확인됐다.

오영훈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지난 21일 오후 제주동부하수처리장 증설 문제에 따른 주민과의 갈등을 살피고자 직접 월정리 마을을 방문했었다.

주민들과의 대화가 비공개로 진행된 뒤, 제주도정은 이날 오후 8시 30분께 보도자료를 배포해 간담회 결과 내용을 언론에 알렸다. 

허나 이를 두고 월정리 마을회 주민들은 유감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며 오영훈 제주도정을 비판했다.

월정리 마을회는 22일 오전 전날 간담회 결과 보도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면담 자리에서 나온 주민들의 항의나 하수처리장의 위법성 등 주민들의 입장은 전혀 담기지 않은 보도자료였다"며 "도정 입장에서만 일방적으로 쓰여졌다"고 지적했다.

마을회는 오영훈 지사가 이날 마을을 방문하기 이전부터 '증설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정해놓고 대화를 했기 때문에 이걸 '소통'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마을회의 설명에 따르면, 당시 오영훈 지사는 "행정에선 관련 법률에 의거해 법령에 따라 집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주민 요구사항을 적절히 반영해 보완해야만 한다"고 답하자, 김창현 월정리장이 "그러면 증설이 불가피하다는 거냐"고 묻는 말에 오 지사가 "그렇다. 증설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또한 마을회는 오영훈 도정이 '보상'이라는 말로 월정리민을 와해시키려 한다고도 주장했다.

오영훈 지사가 "하수처리로 주민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면 그에 따른 보상이 있어야 한다"고 밝힌 것에 대해 마을회는 "우린 보상을 원하지 않는다고 당시 간담회 현장에서도 항의했다"며 "더는 보상이라는 말로 주민들을 현혹시키려는 행위를 하지마라"고 반발했다.

이와 함께 마을회는 "증설공사가 법령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곤 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라며 "과거 2014년에 증설될 때도 어촌계 등 일부 주민에게만 접촉해 설명을 시도했을 뿐, 월정리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주민설명회는 결단코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을회는 오영훈 도정에 ▲용천동굴 하류 지역을 세계자연유산에 등재 ▲증설 사실 유네스코에 보고 ▲남지미동굴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 ▲용천동굴 하류지역 원형 복원 ▲하수처리장 주변 정밀조사 ▲세계유산 관리주체에 주민 참여 보장 ▲유네스코 협약 위반사항 조사 등을 요구했다.

마을회 주민은 "동부하수처리장 문제를 단순히 님비현상으로 치부해선 안 된다"며 "세계유산법을 준수하고 월정리에서 오래 살고 싶다는 주민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경청해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동부하수처리장의 증설공사를 두고 제주도정은 제주하수처리장 현대화사업이 지연되고 있어 추진이 불가결하다는 입장이다.

제주하수처리장의 현대화사업은 공사를 진행할 사업자 선정이 두 차례나 유찰돼 첫 삽도 못 뜨고 있는 상황이라 당초 목표 준공시점이 한참 더 뒤로 밀려나갈 상황이다. 현재 제주하수처리장도 동부하수처리장과 마찬가지로 이미 처리 한계 용량을 넘어선 상태라 비만 내리면 초과된 하수가 바다로 흘러들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행정에선 증설공사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으나, 주민들과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저작권자 © 뉴스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