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자치도, 버스 준공영제 문제 정밀진단 중
오영훈 지사 "노선 재정비 등 수요 제고해 적극 개선해야 할 것" 주문

제주특별자치도는 올해 32년간 이어져 오던 제주의 대중교통체계를 전면 개편했다. ⓒ뉴스제주
▲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 2017년에 32년간 이어져 오던 제주의 대중교통체계를 전면 개편했다. ⓒ뉴스제주

원희룡 전 민선 7기 제주도정 때 지난 2017년에 과감히 시도했던 대중교통체제 개편을 통해 버스를 330여 대나 늘렸지만 1일 평균 버스 이용객은 현재, 당시보다 오히려 더 줄었다.

종전 544대의 버스에서 874대로, 671명의 종사자를 1654명으로 크게 늘리며 대대적인 수술을 감행했지만 버스이용객은 개편전 2016년 5659만 9470명에서 2021년 5313만 3883명으로 감소했다. 1일 평균 이용객은 2016년 15만 5067명에서 지난해 14만 5572명으로 줄었다.

버스가 60.7%, 종사자는 146.5%나 늘어났지만, 승객 수는 6.12%가 감소한 것이다.

특히 체제 개편을 위해 버스 회사에 기존보다 10배가 넘는 예산을 퍼붓고 있다. 2016년 지원액이 109억 원 규모였으나 지난해 1039억 원까지 늘어났다. 무려 853%나 늘어난 규모로 예산을 쏟아붓고 있지만 효과를 보기는커녕 되레 대중교통이 불편해진 격이다. 대중교통이 편리해졌다면 이용객 수가 자연 증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제주도정은 이 문제를 수습코자 민선 8기 오영훈 도정이 들어서기 전인 지난해 11월에 '버스 준공영제 성과 평가 및 개선방안 용역'을 추진했다. 오영훈 지사가 지난 21일에 용역진으로부터 중간보고 검토 결과를 받아들었다.

제주 대중교통 시설.
▲ 버스 중앙차로가 도입된 제주 대중교통체계.

제주자치도는 버스 준공영제의 문제점을 정밀 진단하고 개선에 속도를 내겠다고 했으나, 대중교통체제 개편의 실패 진단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문제는 대중교통 수요가 줄어든 것을 우선 '코로나' 탓으로 돌렸다는 점이다.

제주도정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등 강화된 방역조치로 2020년 수요가 전년 대비 22% 감소한 뒤, 회복세가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이용객수가 코로나19 발생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은 추세"라고 분석했다.

물론 코로나19가 지난 2020년 초에 창궐하면서 대중교통 수요에 악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하다. 실제 2019년 버스 1년 이용객수는 6484만 5997명으로 개편 전보다 14.6%가 많은 824만 6527명이 늘었다. 그 다음해 2020년에는 5037만 8038명으로 1450만 명이나 감소했다.

이를 보면 코로나19 때문에 버스 이용객이 줄어든 건 맞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 버스 수송분담율을 보면 나아진 게 없다.

버스 수송분담율은 몇년 째 제자리다. 대중교통체계가 개편된 2017년의 분담율이 14.7%였고, 2018년에 14.2%, 2019년 14.6%, 2020년에 14.7%다. 개편 전인 2016년에 19%였으나, 이 때는 데이터 분석 방법이 지금과는 달리 제주를 두 개 지역으로 나눠 단순 산출한 값이라 정확치 않은 때였다. 

대중교통체계가 개편되고 난 뒤에야 정밀하게 계산이 이뤄졌다는 게 제주도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10배가 넘는 예산을 지원하고 2배가 넘는 인력을 보충했는데도 수송분담율이 오히려 떨어졌거나 호전되는 양상없이 계속 유지되고 있다는 건, 사실상 개편 전이나 그 이후 달라진 게 없다고 보는 게 정설이다. 

▲ 제주특별자치도는 올해 10월 중순께 버스 준공영제 개선방안 용역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Newsjeju
▲ 제주특별자치도는 올해 10월 중순께 버스 준공영제 개선방안 용역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Newsjeju

이러한 원인으로 용역진은 버스 노선의 운영과 효율이 종전보다 오히려 더 떨어졌기 때문으로 봤다.

평화로와 번영로 중심 노선에 편중돼 있고, 이용객이 많은 시간과 적은 시간대에 동일한 간격으로 배차가 이뤄지고 있어 이용수요 대비 효율성이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읍면지선의 경우엔 1회 운행 당 평균 10명도 안 되는 탑승률을 보이고 있어 효율성이 극악인 상태다.

실제 도심지 여러 노선을 돌고 나온 버스들이 노선 한 곳에 모이는 구간에 이르면 3대 이상의 버스들이 꼬리물기 식으로 운행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다보니 특정 시간대 탑승률이 매우 저조하게 나타난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환승 시스템을 도입하긴 했으나 애초 계획했던대로 환승거점이 제대로 조성되지 않아 이러한 문제점을 상쇄하기엔 너무나도 역부족인 상태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이날 보고를 받은 후 "현재 버스준공영제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분석 진단해서 대중교통체계를 획기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며 "재정 부담 감소와 버스 노선 재정비, 이용 수요제고를 통해 도민들의 일상이 더 나아지도록 적극 개선해달라"고 주문했다.

한편, 이번 버스 준공영제 개선방안 용역은 오는 10월 15일까지 진행된다.

제주도정은 중간에 공청회 등을 통해 도민들의 의견을 수합한 후 노선 개편까지 마무리하고 나서 최종 수정안을 최종 보고회 때 밝힐 예정이다. 최종 보고회는 10월 중순께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와 별도로 오영훈 지사가 공약한 '15분 도시' 용역 결과가 내년께 도출되면 대중교통체계 개편안은 다시 수정될 수도 있으며, 이후 트램 도입을 위한 용역 결과에 의해서도 수정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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