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연루자 대부분 사회초년생과 주부
일거리 찾기 위해 구직사이트 열어보다가 범죄 피의자로
대검찰청-고용노동부, 제도개선 나서기로
직업정보제공사업자, 구인광고 게재 전 '사업자등록' 확인토록

▲ 금융감독원 보이스피싱 예방 포스터 갈무리 ©Newsjeju
▲ 금융감독원 보이스피싱 예방 포스터 갈무리 ©Newsjeju

사회초년생과 구직자들이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되는 사례가 끊이지 않자 고용노동부와 대검찰청이 제도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29일 대검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보이스피싱 범죄로 붙잡힌 사범은 총 2만2045명이다.

현금 수거책 역할을 하다가 수사기관에 붙잡힌 피의자들은 자신의 행위가 범죄에 연루된 줄 몰랐거나 미필적으로 알았지만, 단기간 '고액'에 양심을 포기한 경우로 나뉜다. 

2021년 6월18일 A씨(당시 36세)는 제주서부경찰서를 찾아 자수했다. 

보이스피싱 조직단에 속아 채무금 회수 업무를 하게 된 줄 알았던 A씨는 피해자를 접촉해 기존 대출금 상환 명목으로 2400만원을 받았다. 자수를 하게 된 사유는 "그 일은 보이스피싱과 연관된 것 같다"는 A씨 삼촌의 의심 어린 시선이다. 범행에 악용된 줄 몰랐던 A씨는 인지를 하자 경찰서를 찾게 됐다.  

미필적으로 알고 있었지만, 범죄를 저지른 사연도 있다. 

현금 수거책 역할을 맡은 B씨(당시 57세)는 2020년 12월7일 은행 직원을 사칭, "기존 대출을 저금리로 대환해주겠다"며 17명에게 사기 행각을 벌였다. 피해금만 4억2168만원이다. 

B씨는 "범죄에 가담된 업무인 줄 몰랐다"고 항변했지만, 제주지법은 "미필적으로나마 보이스피싱 범행에 관여됐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범죄 사례에 언급된 피의자들의 공통점은 주로 취업이나 일거리를 알아보기 위해 인터넷 사이트를 검색하다가 연루됐다는 점이다. 

최근 보이스피싱 조직단은 현금 수거책을 모집하기 위한 수단으로 온라인 구직사이트를 이용한다. 게시 글은 법률사무소, 배송 아르바이트 등 얼핏 보면 정상적인 사업장에서 구인 광고를 하는 것처럼 꾸며 구직자를 유혹한다.

광고에 속아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돼 수사 대상에 올라 법정까지 서게 되는 이들은 주로 사회초년생과 주부다.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보이스피싱 범죄로 붙잡힌 국내 사범 총 2만2045명 중 20대가 9149명(41%), 30대는 4711명(21%)이다.

제주지역 내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하는 비율도 같은 양상이다. 

2021년 8월3일 '전화금융사기 수사팀'을 신설한 제주경찰청의 지난해 11월 통계를 살펴보면 현금 수거책 활동으로 붙잡힌 피의자 연령대 역시 사회 초년생 20대가 40%로 가장 받았다. 뒤를 이어 30대 20%, 40대 14.3%, 60대 이상 11.4%, 10대 8.6%, 50대 5.7%다. 

고용노동부 측은 보이스피싱 조직단이 구직사이트를 통해 현금 수거책을 모집할 수 있는 것은 직업정보제공사업자는 사업등록증 제출・확인 절차 없이 사업자등록번호 등을 입력하는 것만으로도 손쉽게 기업회원으로 가입해 구인광고를 게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검찰청과 고용노동부는 관련 규정이 없어 보이스피싱 연루자 모집 첫 단추로 사용됐던 구직사이트 등록 절차를 개선하기로 했다. 

먼저 직업안정법 시행령 제28조(직업정보 제공사업자의 준수사항) 개정에 나선다. 직업정보제공사업자에 사업자등록증 등 증빙서류를 제출받아 구인광고 게재 전 사전 확인토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해당 방안이 시행되면 사업자는 구인 인증 시 사업자등록증 등 증빙서류를 제출해야 하고, 직업정보제공사업자는 이를 확인한 후 구인광고를 게재하게 된다.

두 번째로, 직업정보제공사업자에게는 법상 준수사항을 철저히 이행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모니터링 등 정상적인 구인광고를 가장한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 모집을 차단하는 지도·단속을 강화한다. 

끝으로 청년 등 구직자들을 보이스피싱 구인광고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적극적·선제적인 안내조치도 병행할 방침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청년 구직자 등은 보이스피싱 구인광고를 정상적인 취업처로 오인해 구직신청을 하지 않도록 유의해 달라"며 "관계부처 협력 강화 등 다양한 방안책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