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1일 제주 지지자와 만남 가진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소통 정치인 행보 무색, 언론 검열 "취재한 내용 전체 삭제하고 나가라"
제주지역 사회 "국민의 알 권리 사실 그대로 전달해야 하는 언론 검열한 꼴"

▲ 8월1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제주시 연동 모 식당을 찾아 사전에 약속된 지지자들과 만남의 자리를 가졌다. 당일 만남은 사전 온라인 신청을 통해 당첨된 지지자들과 도내 정당 관계자가 함께했다. ©Newsjeju
▲ 8월1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제주시 연동 모 식당을 찾아 사전에 약속된 지지자들과 만남의 자리를 가졌다. 당일 만남은 사전 온라인 신청을 통해 당첨된 지지자들과 도내 정당 관계자가 함께했다. ©Newsjeju

당원권 징계를 받은 후 전국을 돌며 지지자와 만남 행보를 잇는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가 제주를 찾았다. 젊고 감각 있는 모습으로 언론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모습은 실종됐고, 취재기자 휴대폰을 검열하는 '까칠해진' 모습이었다. 

지난 1일 오후 이준석 대표는 제주시 연동 한 식당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대표가 모습을 드러내기 약 30분 전부터 관계자는 길거리에서 서서 식당 참석자 여부를 확인했다. 식당을 찾은 일반시민에게는 "가게를 하루 빌려서, 오늘은 운영을 안 하니 들어갈 수 없다"고 말했다. 

제주지역 지지자들과 간담회 자리는 언론에 사전 공지되진 않았지만, 현장은 본지 기자를 포함해 총 3곳의 도내 매체가 대기했다. 보좌진은 모두 발언까지만 취재가 가능하다고 했다. 

당일 오후 6시40분쯤 연동 길거리에 모습을 보인 이준석 대표는 초록색 반소매 티셔츠와 반바지를 입은 복장으로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이 대표가 식당 안으로 들어서자 착석해 있던 지지자들은 환호성을 질렸다. 마스크를 벗은 이준석 대표는 허용진 국민의힘 제주도당위원장 옆에 앉아 모두 발언을 이어 나갔다. 

여기까지는 평소 대외적으로 알려진 이준석 대표의 소탈한 모습이었다. 문제는 다음에 빚어졌다. 이준석 측 관계자는 모두 발언 내용을 휴대폰으로 담고 있는 본지 기자를 향해 취재하지 말라고 소리쳤다. 이준석 대표는 아랑곳없이 발언을 이어 나갔고, 본지 기자는 구석으로 끌려갔다. 

이후 "이준석 대표의 발언을 담은 영상을 모두 삭제해 달라"는 요구와 "삭제를 할 수 없다"는 실랑이가 약 20여 분간 이어졌다. 

이준석 대표 측이 내세운 논리는 세 가지다. 제주지역 언론 중 사전에 조율된 1곳의 매체만 발언 취재가 허용된다는 사유다. 지지자와 만남의 장소인 식당은 하루 대관을 했기에 사적인 공간으로, 본지 기자는 사적 영역을 무단 침범해 영상 삭제가 마땅하다는 명분도 내세웠다. 

이와 함께 <뉴스제주>가 어떤 방향으로 기사를 내보내고, 영상을 사용할지 예측할 수 없으니 삭제하고 가라고 강조했다. 

해당 논리들을 종합해보면 전국 17개 시도를 찾아 지지자를 만나는 이준석 대표의 행보에 대한 부정적인 언론 보도는 미연에 통제하겠다는 취지로도 해석된다. 

결국 본지 기자는 발언 동영상을 삭제 당하고 나서야 현장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준석 관계자는 기자 휴대폰에 있는 휴지통까지 말끔하게 비웠다. 

▲ 제주를 찾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8월1일 지지자와 만남을 위해 식당으로 향하고 있다 ©Newsjeju
▲ 제주를 찾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8월1일 지지자와 만남을 위해 식당으로 향하고 있다 ©Newsjeju

이준석 대표는 기성 정치인들이 하지 않는 과감한 파격 행보를 걸어왔다. 이 연장선으로 20~30대층의 압도적인 지지도 받고 있다. 중앙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평범하고 소탈한 모습으로 국민과 언론에 투명한 소통 행보를 이어온 행적과 비교해 본다면 이준석 대표의 제주 방문은 동일인이 맞는지 의문이 들었다. 

당일 이준석 대표 측의 행동에 대해 제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고개를 저었다.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해야 하는 언론을 통제하는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주 A 시민사회단체는 "이준석 대표는 공인 신분으로, 도내 정치인과 지지자들이 모인 자리를 사적인 영역으로 보긴 어렵다"는 소견을 내세웠다.

이어 "사전에 조율된 언론 1곳만 취재를 허용하고, 나머지 언론은 통제를 하는 행위는 결국 입맛에 맞는 유리한 방향으로 보도하기 위한 행동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B 시민사회단체는 "기자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전달해야 하는 역할도 있는데, '보도 방향이 우려스럽기에 삭제를 하라'는 이준석 대표 관계자의 발언은 검열에 대한 경악할 만한 문제"라고 진단했다. 

취재진은 이튿날인 2일 국민의힘 소속 의원에 이준석 대표 측의 영상 삭제 종용 행위가 적합한 사안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졌고, 해당 의원은 난처해했다.

국힘 관계자에 따르면 이준석 대표의 제주 방문은 예정됐던 일정이었다. 온라인에서 이 대표와 만나고 싶은 사람을 대상으로 사전 신청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만남은 신청받은 다음 시간을 사전 공지하고, 약속 장소는 당일날 전달되는 방식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참석자들은 개인 사비를 냈고, 인원은 3~40명으로 구성됐다. 

국민의힘 소속 모 의원은 "언론을 통제하고 취재물 삭제를 요구한 이준석 대표 측의 행동은 상식에는 맞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정치계에서 간혹 검증이 안 된 언론은 출입하지 못하게 하기도 한다. 이준석 대표와 제지를 당한 언론사의 입장을 모두 이해할 수 있다"고 애매한 입장을 밝혔다. 

결국 제주를 찾은 이준석 대표 측이 기자 핸드폰을 검열하고 영상물 삭제를 종용한 행위는, 검증이 안 된 제주지역 언론은 보도할 권리도 없다는 우회적인 입장 표명 수순으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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