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조달청으로부터 수배전반 우수제품으로 재지정받아, 제주 유일
김경탁 부대표 "기술 개발만이 경쟁력 확보할 원천 동력... 제주 토종기업으로 상장 준비 중"

▲ 지난 12일 조달청으로부터 받은 우수제품지정증서를 들고 있는 에코파워텍의 송기택 대표(좌)와 김경탁 부대표. ©Newsjeju
▲ 지난 12일 조달청으로부터 받은 우수제품지정증서를 들고 있는 에코파워텍의 송기택 대표(좌)와 김경탁 부대표. ©Newsjeju

제주도 토종 2차산업 기업인 (주)에코파워텍(대표 송기택)에서 생산하고 있는 수배전반 제품이 지난 12일 조달청으로부터 '조달우수제품'으로 지정받았다.

에코파워텍이 생산한 '고장진단 및 예측기술이 탑재된 내진 수배전반' 시스템이 그것이다. 

수배전반은 한전선로에서 공급되는 고압의 전기를 실제 사용하는 설비의 정격에 맞게 전압을 변환시켜주는 전력설비다. 때문에 거의 모든 건축물이나 사회기반시설에는 이 수배전반이 반드시 들어가게 돼 있으며, 전력계통을 안정화시키기 위한 기술이 집약된다.

에코파워텍에서 개발한 이 기술은 고장이나 화재 발생 위험을 사전에 감지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단순히 전력공급을 위한 중계기에 불과했던 수배전반이 지능형 전력설비로 업그레이드 된 것이다.

사전에 위험을 감지할 수 있는 건, 이상추세를 발견해 내는 모니터링 시스템에서 비롯된다. 모니터링 시스템(통합관제시스템)은 최근 4차 산업혁명 기술인 IoT(사물인터넷)와 클라우드, 빅데이터 기술을 수배전반 기기들과 융복합해 에코파워텍 본사에 마련돼 있으며, 이곳에서 에코파워텍의 수배전반 시스템이 설치된 제주도 내·외 모든 건물의 전력계통 상태가 모니터링 된다.

물론 시중에 출시된 다른 수배전반도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추고는 있으나 고장을 진단할 수 있는 단계일 뿐, 이를 사전에 예측까지 할 수 있진 못하다. 수배전반에서 화재나 폭발, 감전 등의 사고가 발생하면 그 피해가 매우 크다. 안전사고 이후 수리될 때까지 전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2차 피해까지 발생하기에 이를 예방하는 기술은 건축물 관리에 매우 큰 이점을 가져다준다.

특히 에코파워텍의 이 수배전반 시스템은 지진을 감지해 리히터규모 최대 8.3의 강진에 대한 내진성능까지 검증받았다. 국내는 물론 미국의 국제기준 내진시험까지 받아냈다. 지난해 서귀포 해역에서 4.9의 지진이 발생한 바 있어 제주는 물론 국내지역도 더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을 상기해본다면 내진은 이제 필수적이다.

이러한 기술력으로 이미 올해 4월에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성능인증서(지정번호 22-ABQ0172)를 받았고, 7월에는 한국발명진흥회에서 우수발명품으로 지정(2022-2893호)돼 '우선구매추천 확인서'도 받아냈다. 이어 8월엔 3번째 도전만에 결국 조달청으로부터 우수제품지정 증서(2022115)를 획득했다.

제주에서 수배전반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기업들 가운데 조달청으로부터 우수제품으로 지정을 받은 건 에코파워텍이 유일하다. 지난 2016년에 최초 지정받은 후 이번에 재지정 받은 것이며, 오는 2025년 7월까지 유효하다.

▲ 에코파워텍 본사에 마련된 수배전반 모니터링 시스템인 클라우드 센터. ©Newsjeju
▲ 에코파워텍 본사에 마련된 수배전반 모니터링 시스템인 클라우드 센터. ©Newsjeju

# 기술개발이 곧 경쟁력

(주)에코파워텍은 지난 2012년 제주에서 창업한 신재생에너지 및 수배전반 제조업체다. 

단순히 제조업에 머물지 않고 독자적인 기술 개발을 위해 창업 초창기부터 연구실을 두고 발전해 온 기술혁신형 중소기업(Inno-Biz) 및 벤처기업이다. 국내특허 18건, 해외특허 9건 등 다수의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하고 있다.

전력설비의 안전성 향상을 목표로 개발된 기술들이 중소벤처기업부 성능인증(2015년)과 조달청 우수제품으로 지정(2016년)돼 이미 기술의 신뢰성과 우수성을 공인받아 왔다.

이번에 조달청으로부터 우수제품으로 인정받은 수배전반 제품에 앞서 수배전반 내 분전반 기술도 지난해 조달청으로부터 혁신제품으로 지정(2019년)받은 바 있다.

에코파워텍에서 개발한 분전반은 여러 개의 모듈로 나눠 레고 조립 방식으로 구성해 안전성과 효율성을 극대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제작단가까지 낮추게 했다. 기존 분전반보다 생산시간은 절반 이상 줄었고, 설치공간과 외함의 크기를 20% 이상 감소시켜 분전반 생산비용을 30% 이상 절감할 수 있게 했다.

무엇보다 기존의 분전반은 전기가 흐르는 충전부가 노출돼 있어 사고위험이 늘 상존해 있었으나, 충전부를 절연 케이스 내부에 배치해 감전이나 단락사고를 없앴다. 절연 케이스는 난연성 ABS로 제작돼 화재가 전체로 확산되지 않도록 해준다. 또한 이 제품 역시 리히터규모 7.8의 내진을 갖췄다.

조달청은 이 제품을 혁신제품으로 지정하고 올해 3월부터 시범구매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옥천군청과 대구 칠성시장 내에 설치된 분전반을 에코파워텍의 제품으로 교체해 올해 10월부터 6개월 동안 시범사용될 예정이다.

▲ 지난 2019년 에코파워텍이 개발해 조달청으로부터 혁신제품으로 지정받은 분전반. ©Newsjeju
▲ 지난 2021년 에코파워텍이 개발해 조달청으로부터 혁신제품으로 지정받은 분전반. ©Newsjeju

# 척박한 제주의 2차산업, 제주기업도 독자 기술 개발해야

제주가 유독 가장 취약한 분야가 제조업이다. 무엇보다 2차 산업 생태계가 매우 열악하다.

1차산업인 농업과 3차산업인 관광을 위주로 경제를 꾸려 온 환경적 제약 탓이다. 1차산업은 제한적인 면적으로 국내 타 지역에 비해 생산량이 적고 물류비용의 추가 부담 때문에 매해 농가부채가 전국 1위 수준이며, 3차산업은 코로나19 등 외부 요인이 크게 작용해 매출이 안정적이지 못하다.

이 와중에 대기업이 없고 청년인재들이 제주로 돌아오지 않은 환경이다보니 2차산업 토양의 질이 나아지질 못하고 있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제주도 내 관공서나 민간업체들은 필요한 자재를 육지에서 공수해와야 했고, 제주에서 태어난 제조기업들은 늘 찬밥신세였다.

허나 신재생에너지가 본격 도입되기 시작한 때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태양광과 풍력발전 산업 생태계가 동트기 시작할 때여서 많은 기업들이 기술을 개발해야 했고, 제주에서도 앞다퉈 이를 선점하려는 노력들이 잇따랐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기술개발을 원천 동력으로 삼는 제주 토종기업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에코파워텍도 그들 중 하나였다. 그제서야 제주에서도 2차산업이 태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에코파워텍의 김경탁 부대표는 '기술개발이 곧 경쟁력'이라는 것을 줄곧 강조했다. 김 부대표는 "수배전반 분야에서 조달청으로부터 우수제품으로 인증을 받는 곳이 전국에서도 1년에 3~4곳 뿐이다. 그만큼 어렵다. 이번에 지정받은 수배전반도 2번 떨어지고 3번째 도전에서야 인증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부대표는 "제주기업이긴 하지만 전국 어느 기업에 못지 않게 경쟁력 있는 제품을 내놨기 때문에 제주에서도 많은 관심이 있기를 바란다"며 "조달우수 제품은 구매 시 감사에서 면제가 되는 대상이어서 부담을 갖지 않으셔도 된다"고 당부했다.

이어 김 부대표는 "이번 제품 출시를 통해 제주지역의 한계를 극복하고 전국적으로 판매를 확대시켜 제주 토종기업으로서 상장까지 준비하고 있다"며 "제주를 벗어나 전국적인 기업으로 커 나갈 수 있도록 앞으로도 기술개발에 매진하겠다"고 강조했다.

▲ 에코파워텍의 관계기업인 (주)대은이 최근 제주첨단과학단지 부지에 새로운 본사를 건립하고 사명을 'E2Z'로 변경했다. ©Newsjeju
▲ 에코파워텍의 관계기업인 (주)대은이 최근 제주첨단과학단지 부지에 새로운 본사를 건립하고 사명을 'E2Z'로 변경했다. ©Newsjeju

한편, 에코파워텍과 비슷한 수준의 기술력을 가진 기업인 (주)지투파워가 올해 초 코스닥에 상장하면서 에코파워텍도 상장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와 함께 에코파워텍의 관계기업인 (주)대은(대표 송기택)은 최근 사명을 E2Z(이투지)로 변경했다. (주)대은은 신재생에너지 분야 기술개발을 하고 있는 제주 토종기업이다. 지난 2004년에 설립됐으며, 에너지의 처음부터 끝까지 연구하고 책임지겠다는 의미를 담아냈다. E2Z는 Energy to Z를 축약한 사명이다.

송기택 대표는 "그동안 본사명과 비슷한 이름의 회사가 전국에 많다보니 불필요한 오해들이 늘 따라왔었다"며 "올해엔 본격적인 해외진출을 위한 초석을 다지고 조만간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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