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10일 새벽, 제주시 귀덕리서 발생한 오픈카 사고
피해자 병원 치료 받다가 끝내 숨져···검찰, 살인 등 혐의로 기소
1심 재판부 살인 '무죄', 음주 운전 징역형 선고
항소심서 '예비적 공소사실' 추가한 검찰, 징역 15년 구형

2019년 11월10일 제주를 찾은 연인들이 탄 오픈카 사고가 일어난 지 약 2년이 흘렀지만 현장에는 아직도 당시 사고 장면을 표시해 둔 흔적이 명확히 남아있다.
2019년 11월10일 제주를 찾은 연인들이 탄 오픈카 사고가 일어난 지 약 2년이 흘렀지만 현장에는 아직도 당시 사고 장면을 표시해 둔 흔적이 명확히 남아있다.

사망에 대한 고의성 여부가 쟁점인 '제주 오픈카 사망 사건' 항소심 재판에서 검찰이 피고인에 징역 15년 형량을 구형했다. 

17일 오전 광주고등법원 제주 제1형사부(부장판사 이경훈)은 '살인' 등 혐의가 적용된 김모(36. 남)씨 결심공판을 진행했다.

'오픈카 살인사건'의 시작은 피고인 김씨와 숨진 전 연인 A씨가 2019년 11월9일 오후 제주여행을 오면서 시작됐다. 당시 둘은 제주공항에 도착한 뒤 머스탱 오픈카를 대여했다. 

두 명의 연인은 같은 날 밤 곽지해수욕장 노상에서 술을 마시고 제주시 한림읍 귀덕리 모 숙소까지 음주운전을 하고 돌아갔다. 

해수욕장에서 숙소까지 거리는 약 2.1km로, 처음 운전대는 숨진 A씨가 잡았다가 도로에 정차한 상태에서 피고인으로 바꿨다. 사고는 차량이 숙소에 도착한 다음 촉발됐다. 11월10일 새벽, 숙소에 주차 후 A씨는 피고인에게 라면을 먹고 싶다고 했다. 

숙소를 빠져나온 오픈카 안에서 피고인은 "벨트 안 맸네"라는 말과 함께 속력을 높였다. 오픈카는 편도 2차선 도로를 과속 후 인도로 돌진, 연석과 돌담 및 세워진 경운기를 들이받았다. 

보조석에 탑승했던 피해자 A씨는 안전벨트 미착용으로 오픈카 차량 밖으로 튕겨 나가 병원 치료를 받다가 2020년 8월 끝내 숨졌다. 당시 경찰이 조사한 김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18%로 나왔다.

당초 사건을 수사한 제주경찰은 김씨에게 '특정범죄 가중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운전치상)'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했다. 그러나 유족 측이 이의를 제기하며 검찰 단계에서 혐의가 '살인 등'으로 변경됐다.

지난해 12월16일 1심 재판부는 '음주운전' 혐의는 징역 1년에 집유 2년을 선고하고, '살인'은 무죄 판결을 내렸다. 1심 재판부 판단에 검찰은 사실오인, 법리오해, 양형부당 사유로 항소에 나섰다. 피고 측은 '양형부당'을 외치며 쌍방 항소로 사건은 2심 재판부로 넘어갔다.

제주지방법원.
제주지방법원.

이날 항소심 재판은 지난 기일(5월 11일) 검찰 측이 증인으로 요청한 사고 직후 목격자가 출석한 가운데 신문이 이뤄졌다. 

증인 신문에서 검찰은 사고 직후 피고인의 행동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문했다. 계획된 사고인지, 음주운전으로 인한 돌발 사고인지를 묻기 위한 절차다. 출석한 증인은 피고인은 사고 당시 무덤덤해보였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변호인 측은 반대로 피고인은 사고 후 119를 불러달라고 요청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다했다는 취지의 질문을 나열했다. 증인은 일부는 기억을 못 한다고 했고, 일부는 맞다고 말했다. 

검찰 측은 재판부에 추가 참고 자료도 제출했다. 제주시 한림읍 귀덕리 사고 현장을 찾아 비슷한 시각에 직접 모의 운전을 해 본 영상이다. 

운전을 토대로 검찰은 시속 60km로 주행 시 도로 구조상 체감 속도가 빠르게 느껴져 과속이 힘들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음주운전과 피해자가 안전밸트 미착용을 인지한 피고인이 시속 114km 속도로 질주해 사고를 유발한 것은 '의도적 행위'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사고 직후에도 피고인은 피해자의 안위를 걱정하는 일반적인 교통사고 운전자의 모습과는 상식 밖의 모습을 보였다"며 "종합해 보면, 모든 행위는 미필적 고의성이 충분해 징역 15년 형량을 구형한다"고 말했다. 

반면 피고인 변호인은 "검찰은 안전밸트 미착용 등 사안에 집착해서 무리하게 살인 혐의로 기소를 했다"며 "예비적 공소사실은 인정하지만, 피고가 병원 치료비를 지급하는 등 노력을 해왔고 하늘나라로 간 망인 역시 피고인을 용서해주길 바랄 수 있다"며 선처를 구했다. 

피해자 변호인은 "유가족에게 사과를 하지도 않으면서 '하늘나라에서 용서를 할 수 있다'는 피고 측 변호인의 발언은 납득하기 힘들다"면서 "피고인이 살인죄로 처벌 받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오는 9월28일 오전 10시 선고를 예고했다. 

한편 검찰은 올해 5월11일 두 번째 항소심 공판에서 승부수로 '예비적 공소사실'인 '위험운전치사' 혐의도 추가했다. 

'예비적 공소사실'이란 검찰이 주된 공소사실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상황을 대비해 추가하는 공소 사실을 말한다. 피고인은 '살인'과 '음주운전' 혐의가 적용됐다. 지난해 12월16일 1심 재판부는 '음주운전' 혐의는 징역 1년에 집유 2년을 선고하고, '살인'은 무죄 판결을 내렸다. 

즉, 검찰이 '살인' 혐의로 기소한 사건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도 1심과 같은 결론을 내린다면, 두 번째 대안인 '위험운전치사' 혐의를 다시 한번 법원이 판단해 달라는 절차적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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