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목적으로 구입한 농지, 처분 의사는 있지만 기부체납은 "못하겠다"

연이은 농지법 위반 정황 드러나자 청문 자리에서 사퇴 요구 제기돼
"제가 결정할 사안 아니"라며 오영훈 지사에게 공 넘기는 꼼수로 대처

▲ 강병삼 제주시장 후보자. ©Newsjeju
▲ 강병삼 제주시장 후보자. ©Newsjeju

강병삼 제주시장 후보자가 18일 진행된 인사청문 자리에서 농지법 위반 사례가 잇따라 밝혀지자 거듭 시민들에게 사과드린다고 밝혔지만 정작 책임있는 자세를 보이진 못했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는 강병삼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을 이날 오전 10시부터 실시했다.

이날 인사청문에서 강병삼 후보자가 소유한 농지들에서 경작 행위를 하지 않아 모두 농지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변호사 4명이 공동으로 법원 경매를 통해 구입한 아라동 소유의 토지는 명백히 투기성으로 밝혀졌고, 강 후보자 본인 역시 이를 인정했다. 다만, 강 후보는 '투기'라는 단어 대신 '재산증식'이라는 단어를 골라쓰며 '부동산 투기'가 아니라는 궤변을 늘어놨다.

이에 강충룡 의원(국민의힘, 송산·효돈·영천동)은 "투기냐 아니냐는 토지 매입 목적에 달려있다. 아라동 토지 매입 목적이 영농행위가 아니라고 했으니 당연히 투기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강 후보자는 해당 토지를 구매하기 위해 무려 26억 원을 투자했다. 이 토지는 농지였기에 구입하기 위해선 농지취득자격증명서와 농업경영계획서 등을 제출해야 한다. 강 후보자는 농업경영계획서에 농업경영 경력이 10년으로 기재하고 메밀을 파종하겠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강 후보자는 광령리 토지를 매입할 시엔 자신을 '농업인'이라 기재하기도 했다.

하지만 강 후보자의 영농경력 10년은 자신이 어릴적 시절 부모님 따라 밭아 나가 일을 한 경험년수를 포함해 기재한 것이었으며,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고 활동한 최근 10년 새엔 일절 영농행위를 한 바가 없었다. 게다가 영농계획은 제대로 지켜지지도 않았고, 위탁영농을 준 게 전부다. 농지법 위반이 명백한 셈이다.

▲ 인사청문 질의응답에 앞서 선서를 하고 있는 강병삼 제주시장 후보자. ©Newsjeju
▲ 인사청문 질의응답에 앞서 선서를 하고 있는 강병삼 제주시장 후보자. ©Newsjeju

이를 두고 김승준 도의원(더불어민주당, 한경·추자면)은 "26억 원을 투자해서 메밀과 콩을 심겠다는 게 말이 되나. 농민들이 제일 화가 나는 지점이 바로 이것"이라며 "유채를 갈아 버는 1년 수익이 200~300만 원도 어렵다. 26억 대출 받으면 1년 이자만 얼마냐. 어떤 미친 사람이 26억을 투자해서 농사를 짓겠나. 그래서 농민들이 울분을 터트리는 거고, 이런 행위가 농민들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이에 강 후보자는 "농민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아 재차 사과드린다"고 납작 엎드렸다.

강 후보자는 이날 인사청문 질의응답에 앞서 모두발언을 통해서도 농지 이슈와 관련된 문제로 우선 제주시민들에게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강 후보자는 "후보자로서 실망을 안겨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죄를 한다"고 말한 뒤 제주시정 운영 목표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강 후보자는 "부족함을 이해해달라"면서 "오로지 일로서 보답하겠다"고 강조했다.

허나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위원들은 강병삼 후보자가 전한 '사과'에 진정성이 없다고 봤다.

김 의원은 "강 후보자의 부모가 내린 가훈이 '돈을 쫒지 말고 일을 쫒으라'는 거였다. 결국 이를 어긴 셈이 되는데 이 문제로 농지를 처분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 허나 지금 시점에서 농지(아라동)를 처분하게 되면 시세차익이 어마어마 할 것"이라며 "농민들에게 정말 사과할 마음이라면 공익적 목적으로 기부체납할 의향은 없느냐"고 물었다.

실제 강 후보자는 평당 120만 원에 해당 토지를 경매로 낙찰받았으며, 현재는 실거래가가 평당 400~500만 원에 이르고 있다. 처분을 한다해도 적어도 4배 이상의 시세차익이 발생하는 셈이다.

이에 강 후보자는 "이 자리에서 거짓말 하진 않겠다. 그러긴 힘들 거 같다"며 기부체납 의사를 거부했다. 김 의원은 "시장을 하겠다는 사람이 부모 가훈도 어기고, 청렴도 지키지 않고 돈만 쫒아가겠다는 거냐"며 "그러면 농민들에게 사과를 안 한거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강 후보자는 "만일 그럴 경우, 시장의 지위를 돈으로 사게 되는 꼴이 되는 거라 솔직히 마음과 다른 답변을 드리기 어렵다"고 둘러댔다.

그러자 임정은 위원장(더불어민주당, 대천·중문·예래동)은 강 후보자에게 직접 "지금이라도 사퇴할 의향이 없느냐"며 즉답을 요구했다.

강 후보자는 "제가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는 애매모호한 답변으로 피해갔다. 이에 임 위원장은 "사퇴하는 것도 도정에서 결정해야 하는 거냐. 개인의 의사가 가장 크게 작용하는 게 아니냐. 청렴도에서 많은 문제가 있는 시장 후보자가 자리에 앉으면 제주시민들은 앞으로 누굴 보고 생활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럼에도 강 후보자는 "논란은 있지만 시장 일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이제와 사퇴하는 것이 오히려 더 무책임한 행동이 아닌가 싶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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