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계획 베끼다 딱 걸린 제주도 '망신'
광주시 계획 베끼다 딱 걸린 제주도 '망신'
  • 김명현 기자
  • 승인 2022.09.30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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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정, 제정되지도 않은 조례 법정계획에 명시하면서 베낀 용역 들통나
▲ 왼쪽은 제주자치도가 지난해 12월에 수립한 기반시설 관리계획. 오른쪽은 이보다 앞서 7월에 수립된 광주광역시의 기반시설 관리계획. 주어만 다를 뿐 완전히 똑같다. ©Newsjeju
▲ 왼쪽은 제주자치도가 지난해 12월에 수립한 기반시설 관리계획. 오른쪽은 이보다 앞서 7월에 수립된 광주광역시의 기반시설 관리계획. 주어만 다를 뿐 완전히 똑같다. ©Newsjeju

제주특별자치도 도민안전실이 지난 29일 제주도의원들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아야 했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보건복지안전위원회(위원장 김경미)가 이날 2021 회계연도 일반회계 및 특별회계 결산 검사를 실시한 자리에서 도민안전실이 지난해 실시한 법정계획 보고서가 제주에 있지도 않은 조례를 근거로 명시했었던 것이 들통났다.

이상봉 도의원(더불어민주당, 노형 을)은 "2020년에 시행된 '기반시설기본법'에 따라 행정에선 관련 법정계획 수립 용역을 위해 1억 750만 원을 집행헤 지난해 12월에 완료했다"고 적시한 뒤 "허나 보고서 내용을 보니, '제주특별자치도 지속가능한 기반시설 관리 기본조례'를 명시하고 있던데, 지금 이 조례가 제정돼 있는 게 맞느냐"고 물었다.

이에 강동원 도민안전실장은 "관련계획 수립 과정에서 아직 제정되진 않은, 제정 추진이 예정된 것만 보고서 넣었던 것으로 파악됐다"며 "미쳐 살펴보지 못해 죄송하다"고 잘못을 시인했다.

또한 양병우 부위원장(무소속, 대정읍)은 "없는 조례를 법정 계획에 명시한 건 명백히 잘못"이라며 "관련 계획에 따라 기반시설 관리대상을 법에 근거해 도로, 항만, 수도, 하수도, 어항, 하천, 해양으로 명시했으나, 제주의 경우 재해예방을 위한 저류지와 우수처리시설(우수관로, 배수로) 등이 빠져 있다. 어찌 된 것이냐"고 캐물었다.

알고보니 제주도정이 이 법정계획을 수립할 때 맡긴 용역이 다른 지자체의 것을 그대로 가져와 베끼다보니 벌어진 일인 것으로 드러났다.

현지홍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은 "용역 보고서를 준공하면서 도민안전실에선 이걸 아무도 검토하지 않은 것 같다"고 질타하면서 "제주도보다 6개월 앞선 2021년도 7월에 광주광역시에서 수립한 '제1차 광주광역시 기반시설 관리계획' 보고서 내용과 제주도의 것이 똑같다"고 꼬집었다.

실제 현 의원이 내보인 자료에 의하면 제주와 광주시의 계획이 똑같다. '광주광역시'의 주어가 '제주특별자치도'로만 바꼈고, 심지어 광주시 보고서에 수록된 그림까지 그대로 가져다 사용됐다.

이에 현 의원은 "이런 부실용역의 결과는 발주처인 행정의 무관심과 용역 만능주의에 빠진 결과"라고 일침을 날렸다.

한편, 기반시설 관리계획은 '지속가능한 기반시설 관리 기본법' 제9조에 따라 지자체별로 관리계획을 수립하도록 돼 있다. 관련 조례를 제정한 곳은 서울시와 광주광역시 두 곳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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