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제주시내 모 커피숍 찾은 이용객 '절도' 혐의
이용객 "내 충전기로 순간 착각해서 가져갔다"
수사기관은 '절도' 판단, 기소유예 처분
헌법소원 심판 청구한 이용객···헌재 "착각했을 가능성 있다"

▲ 사진출처 - 헌법재판소 홈페이지 내 동영상 갈무리 ©Newsjeju
▲ 사진출처 - 헌법재판소 홈페이지 내 동영상 갈무리 ©Newsjeju

제주도내 커피숍에서 장시간 머물다 돌아간 이용객에게 절도 혐의가 적용됐다. 매장 안 콘센트에 연결해 놓은 타인의 휴대폰 충전기를 훔쳤다는 것이다. 

"내 물건으로 착각했다"는 이용객의 주장에도 검찰은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이용객은 결국 억울함을 호소하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고, 달라진 결과가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절도 혐의로 기소유예를 받은 A씨가 제기한 사건에 대한 처분 취소 결정을 재판관 전원일치로 내렸다고 7일 밝혔다. 

이번 사건의 발생 장소와 날짜는 올해 1월28일 제주시 모 커피숍이다.

당일 오전 9시44분쯤 커피숍을 찾은 A씨는 약 40분 후 매장 내 방처럼 꾸민 공간으로 자리를 이동했다. A씨가 커피숍에서 머문 시간은 총 약 4시간이다. 

일상다반사로 범죄 여부와는 거리가 멀 것 같던 A씨 평범한 행동은 휴대폰 충전기를 발견하면서부터 균열이 시작됐다. 

A씨가 방으로 꾸민 커피숍 내 공간으로 이동한 시간은 오전 10시20분이다. 낮 12시47분쯤 자리를 비웠던 A씨는 다시 돌아오면서 콘센트에 연결된 휴대폰 충전기를 발견했다. 충전기를 뽑은 A씨는 소파 위에 놓고, 커피숍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2시간 뒤인 오후 2시57분쯤 떠났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A씨는 휴대폰 충전기를 챙겨갔다. 해당 충전기 실소유자는 B씨로, 전날(1월27일) 커피숍 콘센트에 충전기를 꽂아놓고 갔다. 

"내 충전기가 있느냐"고 B씨는 추후 커피숍으로 문의 전화를 했고, CCTV에 A씨가 갖고 가는 모습이 담기자 '절도' 혐의로 고소에 나섰다. 

수사기관은 A씨의 행위에 절도 혐의를 적용했다. A씨는 억울해했다. 커피숍에서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신의 충전기로 착각했다는 내용이다. 

제주지검은 올해 3월31일 절도 혐의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기소유예는 범죄혐의가 인정되지만, 공소를 제기하지는 않는 사안을 말한다. 

기소유예 처분에 A씨는 "이 사건 충전기를 제 것으로 오해했을 뿐"이라며 "절도의 고의나 불법영득의사가 없다"고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헌재의 시선은 수사기관과 달랐다. 사건에 나타난 간접 사실과 정황 사실을 살펴보면 A씨에게 절도의 고의성을 인정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커피숍에 있던 A씨가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돌아온 시점에서야 휴대폰 충전기 여부를 인지한 점을 주목했다. 

순간적으로 자신의 충전기를 콘센트에 연결한 것으로 착각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 충전기 색깔이 동일하고, 모양이 크게 다르지 않은 이상 혼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청구인 A씨 사건에서 절도의 고의 내지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했다"며 "절도 혐의가 인정됨을 전제로 한 기소유예 처분은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로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취소 결정 사유를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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