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재윤 경제통상진흥원장, 횡령 의혹 및 공익제보자 보복행위로 검찰 송치
오영훈 지사 "임명 당시엔 몰랐다"면서 "혁신적인 사고를 가지신 분" 두둔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오재윤 전 제주도개발공사 사장을 경제통상진흥원장에 임명했다.
▲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지난 8월 16일에 오재윤 전 제주도개발공사 사장을 경제통상진흥원장에 임명했다.

오재윤 경제통상진흥원장이 보조금 횡령과 공익제보자에 대한 보복행위로 검찰에 송치된 것과 관련, 이를 임명한 오영훈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그를 두둔하고 나서 논란이 예상된다.

오영훈 지사는 21일 제주에서 진행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위원장 이채익)의 국정감사장에서 여러 국민의힘 측 국회의원들이 이 문제를 거론하자 "임명 당시엔 몰랐다"고 둘러댔다.

오재윤 원장은 지난해 3월 제주도테니스협회장 재임 당시 보조금 횡령 의혹을 제기한 공익제보자를 스포츠공정위원회를 통해 제명시켰다. 이 일로 오 원장은 올해 9월 13일에 공익신고자 보호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오영훈 지사는 오 원장이 검찰로 송치되기 한 달 전인 8월 16일에 그를 경제통상진흥원장에 임명했다. 오 지사는 임명 당시 이 문제를 몰랐다고 했지만, 국민권익위원회는 이 사건이 공익신고자에 대한 보복조치라며 제주도체육회에 오재윤 회장에 대한 징계를 권고해 결국 올해 초 자격정지 4개월 처분을 받았다.

임명 당시 이러한 이력을 몰라선 안 될 오 지사는 "몰랐다"는 모르쇠 답변으로 굳혔다. 그럼에도 국감장에선 이에 대한 지적이 가해지진 않았다. 대신 '조배죽' 용어가 등장했다.

▲ 조은희 국회의원(국민의힘, 서울 서초구 갑). ©Newsjeju
▲ 조은희 국회의원(국민의힘, 서울 서초구 갑). ©Newsjeju

조은희 국회의원(국민의힘, 서울 서초구 갑)은 "조배죽이라고 들어봤느냐"며 "12년 전부터 제주에서 선거철마다 등장하는 단골 메뉴"라며 오재윤 원장의 임명을 저격했다.

이에 오영훈 지사는 "이제 더는 제주사회에선 통용되지 않는 말이고 사라진 용어"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조 의원은 "20년 전에 제주도 기획관리실장을 지냈고, 10년 전에 제주도개발공사 사장을 지낸 오재윤 원장을 임명하는 걸 두고 조배죽 시대가 돌아왔다는 말이 나돌았다. 다시 제주에선 공무원 줄 세우기, 도민 갈라치기로 조배죽 망령이 되살아났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조 의원은 "제주경제 활성화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자리에 공익제보자를 보호하는 건 고사하고 보복행위를 한 인물을 임명하는 게 적절하다고 보느냐"고 반문한 뒤, "20년 전, 10년 전 인물로 제주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까 싶다"고 의문을 가했다.

오 지사는 "사법당국에서 진실이 밝혀지길 기대한다"면서 "몇 차례 만나봤는데 대단히 혁신적인 사고를 가지고 계신 분"이라고 두둔했다.

▲ 전봉민 국회의원(국민의힘, 부산 수영구)과 박성민 국회의원(국민의힘, 울산 중구). ©Newsjeju
▲ 전봉민 국회의원(국민의힘, 부산 수영구)과 박성민 국회의원(국민의힘, 울산 중구). ©Newsjeju

이와 함께 이날 국감장에선 오재윤 원장 외에도 오영훈 도정의 인사문제가 지적됐다.

전봉민 국회의원(국민의힘, 부산 수영구)이 강병삼 제주시장에 대한 농지법 위반 여부를 언급하자, 오영훈 지사는 황급히 말을 자르며 "농지법 위반 혐의가 아니라 의혹으로 알고 있다"며 이에 대해서도 사법당국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치 무혐의에 그칠 것이라는 자신감으로 내비쳐졌다.

오재윤, 강병삼 외에도 이선화, 양덕순, 이종우 등의 이름을 거론하며 전 의원이 "이런 인사가 올바르다고 보느냐"고 묻자, 오 지사는 "최근 30여 명을 인사했고, 지적한 게 7명 정도인데 일부 비판이 있다는 점을 알지만 전체적으론 좋은 평가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박성민 국회의원(국민의힘, 울산 중구)은 오영훈 지사가 국회의원 시절 함께 일했던 6명을 비서실로 채용한 것과 이선화 제주국제컨벤션센터 대표이사 임명을 문제 삼았다. 박 의원은 "저도 기초자치단체장을 해봤지만 당 대표 비서실장도 하신 분이 정치적 도의상 비서실에 6명이나 채용한 것이나, 국힘에서 도의원을 지냈고 제명 처분을 당한 분을 ICC에 앉힌 것이 의아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에 오 지사는 "윤석열 정부에서 국힘 출신을 ICC에 임명하는 게 더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맞섰다.

이어 박 의원은 오재윤 원장을 임명할 당시 논란이 불거진 사안을 모르고 있었느냐는 질문을 재차 가했고, 오 지사는 이번에도 "몰랐다. 최근에야 알았다"고 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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