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라늄-토륨-헬륨 연대측정법으로 결과 도출... 현무암 결정, 제주도 본섬과 달라
한반도의 최남단 섬인 마라도가 지금으로부터 약 20만 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본부장 변덕승)는 그간 마라도가 약 15만 년 전에서 26만 년 전 사이의 어느 시기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돼 왔으나, 최근 다른 연대측정법으로 20만 년 전에 형성됐다는 점을 새롭게 확인했다고 24일 발표했다.
마라도는 모슬포항에서 남쪽으로 11km 거리에 위치한 남북으로 길쭉한 타원형의 섬으로, 천연기념물 제423호로 지정 보호되고 있다.
마라도 형성시기에 대한 연구와 관련해, 기존의 아르곤-아르곤(Ar-Ar) 연대 측정법에선 마라도 암석층 내 칼륨 함량이 너무 낮아 측정 정확성이 떨어져 대략적인 연대만 추정해 왔다.
이에 한라산연구부는 호주 커틴대학교와 협력해 우라늄-토륨-헬륨 연대측정법[(U-Th)/He]을 적용해 연구해왔다. 이 연대측정법은 헬륨이 축적된 양에 따라 형성시기를 가늠하는 측정법이다. 현무암을 직접 분석하기보다 현무암 내에 포함된 규암편에서 저어콘을 분리해 연대를 측정하는 방법을 이용한다.
저어콘과 같이 우라늄 함량이 높은 광물을 대상으로, 광물 내 우라늄이 붕괴하는 과정에서 생성된 헬륨(He)의 양을 측정해 연대를 측정하게 된다. 헬륨(He)은 불활성 기체로 약 200℃ 이상의 온도에서 빠르게 저어콘 밖으로 방출된다. 때문에 제주도 지하의 기반암에서 뜯겨나와 용암에 의해 지표로 끌려올라온 규암편의 경우, 약 1200℃에 달하는 용암에 의해 규암편 내의 저어콘에 축적됐던 헬륨이 완전히 방출되게 된다.
높은 온도에서 헬륨이 완전히 방출된 저어콘은 용암이 지표로 분출해 식은 후 저어콘 내에 새롭게 헬륨이 축적되게 되는데, 그 양을 측정해 연대를 얻은 것이다. 결국, 이러한 연대 결과는 용암이 지표로 분출한 이후 경과한 시간을 의미한다. 거문오름과 송악산도 모두 이 측정법으로 각각 약 8000년 전, 4000년 전에 형성됐음을 확인한 바 있다.
연구진은 마라도 현무암에서 꽃 문양의 작은 구 형태(직경 1~1.5cm) 결정군집이 발달한 특징도 확인했다. 이는 제주도 본섬의 현무암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특징이다.
구 형태의 결정군집은 중심부에 흑색의 휘석 결정 주변에 백색의 장석 결정이 구 형태로 성장한 독특한 조직이다.
국내에서는 경상북도 청송의 유문암이 둥근 꽃 문양을 갖는 암석(구과상 유문암)으로 유명하다. 해외의 경우, 데칸 현무암, 해저 심부 시추코아 등에서 보고된 사례들이 있지만, 제주도와 같이 현무암 내에서 구 형태의 결정군집이 발달한 사례는 국내에서도 매우 희귀한 사례다.
한라산연구부 안웅산 박사는 “이번에 밝혀진 마라도의 형성시기가 약 20만 년 전 제주도 주변 해수면의 심도를 계산하는 기초자료로 활용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안 박사는 “마라도 현무암 내 구 형태의 결정군집은 제주도 지하 마그마의 혼합 혹은 주변 기반암과의 상호 작용을 밝히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며 마라도의 화산지질학적 가치를 새롭게 평가했다.
세계유산본부는 지금까지 한라산과 그 주변 주요 오름의 형성 시기와 특성을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했으나, 앞으로 순차적으로 연구지역을 확대해 제주도 전역의 형성과정을 밝혀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마라도는 제주도 본섬과는 달리 화산 폭발보다는 용암이 지표면을 뚥고 스물스물 기어나와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만 년 전, 마라도가 형성될 당시엔 해수면이 지금과 같이 높지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마라도 주변 해역이 대부분 수심 50m 정도의 평지로 형성돼 있는 데 따른 분석이다.
제주도 본섬은 180만 년 전부터 반복된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것으로 보는 게 정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