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 들여 약 32만 주 매입 요청했으나...
제주도의회 행자위 "차세대 항공기 도입이 제주도민이랑 무슨 연관이냐" 질타

제주항공
▲ 제주항공

제주특별자치도가 내년에 50억 원의 예산(지방비)을 들여 (주)제주항공의 31만 9488주를 매입하려 했으나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강철남)는 3일 제410회 임시회 제2차 회의를 열어 '2023년도 공유재산관리계획((주)제주항공 주식매입)' 등 32건의 안건을 심사했다. 이 자리에서 많은 의원들이 제주도정의 제주항공 증자 계획에 의문을 표했고, 도의원들을 설득하지 못한 해당 안건은 결국 심사보류처리됐다.

먼저 한동수 의원(더불어민주당, 이도2동 을)은 (주)제주항공이 증자를 계획할 시 제주도정이 아무런 관여를 하지 못하는 문제를 제기했다.

이를 두고 강애숙 공항확충지원단장이 "제주항공이 증자를 계획할 때 제주도정과 공식적(의무적)으로 협의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 다만 매번 실무적인 협의는 이뤄지고 있다"고 답하자, 한동수 의원은 제주도정과 지난 2005년에 체결한 협약서 조항을 들이밀었다.

이에 강애숙 단장은 "그 조항은 지난 2006년 6월 운항 개시 전까지 추가 증자에 대한 내용일 뿐, 이번 유상증자에 해당되진 않는다"며 "최종 결정은 이사회 의결사항이라 제주도정이 2대 주주이긴 하지만 지분율이 5.16%밖에 되지 않아서(의결권이 없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강 단장은 "다만 국제노선 확충이나 운임 변경 등에 대해선 제주도정에 협의권한이 있기 때문에 이를 원활히 하기 위한 수단으로 주식을 매입하고 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 왼쪽부터 한동수, 양용만, 하성용 의원. ©Newsjeju
▲ 왼쪽부터 한동수, 양용만, 하성용 의원. ©Newsjeju

그러자 한 의원은 "운임에 대해서만 협의 권한이 있고 증자할 때엔 협약서대로 못한다면 이 협약서가 효력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냐"고 반문하면서 "이러면 제주도정이 제주항공의 증자 계획에 계속 따라다녀야만 한다는 얘기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어 한 의원은 "그러면 차세대 운항기 도입과 제주도가 무슨 상관이 있다는 것이냐. 제주도민에게 어떤 이익이 발생하느냐"고 물었다.

코너에 몰린 강 단장이 "최종 판단은 의회에서 동의를 해줘야 한다"며 공을 넘기려 하자 한 의원은 "책임 전가하려고 하지 말라"고 호통쳤다.

한 의원은 "제주도정이 2대 주주인데 지분율이 조금밖에 없어 별다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어야 하는 걸로 그칠거냐. 세금이 투입되는데 제주도민한테 도움이 되는 항공사가 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러한 주장에 다른 의원들도 동조했다.

양용만 의원(국민의힘, 한림읍)은 "제주도민들을 위해 화물 운송이나 항공권을 쉽게 구할 수 있는 게 있느냐"고 물었고, 하성용 의원(더불어민주당, 안덕면)은 "항공화물에서 제주항공이 제주도민을 위한 게 있느냐"고 물었다.

강 단장은 "25%의 할인 혜택을 주고는 있지만 그 외 우선 탑승권 같은 것들은 없다"며 "항공화물기도 1대 뿐이고, 대부분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 항공기가 주요 시간대를 운항하고 있어 제주항공이 취약한 부분"이라고 답했다.

▲ 강철남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위원회 위원장. ©Newsjeju
▲ 강철남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위원회 위원장. ©Newsjeju

강철남 위원장(더불어민주당, 연동 을)은 "주식 매입의 필요성과 제주항공이 지역경제에 이바지한 부분도 인정하겠으나 왜 이걸 지금 증자해야 하느냐"며 "증자의 규모나 시기, 방법 모두 제주도정과 협의해서 진행한다고 협약서에 돼 있는데 안 하는거냐, 못하는거냐. 왜 이렇게 지나치게 소극적인 것이냐"고 따졌다.

이에 강애숙 단장은 "행정에선 협약서 협의 조항이 운항 개시 전까지만 효력을 미친다고 봤으나, 지적해주신대로 명확하게 유권해석을 받아보도록 하겠다"고 한 발 물러섰다.

그러자 강철남 위원장은 "왜 이렇게 적극 참여를 못하는거냐. 부산은 지금 지역항공사 이미지가 있다. 그런데 제주항공은 제주도정에서 엄청 고생해서 만들어놨지만 우리 게 아닌 게 된 셈이 됐다"며 "분명 명칭은 제주항공인데 아무런 권한이 없다. 정작 권한을 행사할 여건들이 있는데 그걸 못해내고 있잖느냐"고 질타했다.

이를 두고 강애숙 단장이 "저희들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답하자, 강 위원장은 "안타깝다니, 지금 무슨 제3자의 입장이냐. 줄타기 하는 것 같다"며 "이건 관심의 문제다. 이렇게 소극행정을 해서 문제를 어떻게 풀겠다는거냐. 잘못된 답변 아니냐"고 꾸짖었다.

▲ 답변하고 있는 강애숙 제주자치도 공항확충지원단장. ©Newsjeju
▲ 답변하고 있는 강애숙 제주자치도 공항확충지원단장. ©Newsjeju

한편, (주)제주항공은 지난 2005년 1월에 자본금 200억 원으로 설립됐다. 당시 애경그룹이 150억 원, 제주도정이 50억 원을 투자했다.

제주항공이 탄생하면서 국내에서의 저가항공사(LCC)들이 줄지어 생겨났고, 제주도민에 대한 할인이 별도 주어지기 시작했다. 현재는 총 38대의 항공기로 국내선 9개, 국제선 8개국 21개 정기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항공기 3대는 구입한 것이며, 나머지 35대는 전부 리스(화물기 1대 포함)다.

현재 주식가액은 총 7787억 원이다. 애경그룹인 AK홀딩스(주)가 52.57%로 대주주 지위를 갖고 있으며, 제주도정이 5.16%의 지분율로 2대 주주다. 그 외 국민연금이 4.40%, 우리사주조합이 3.60%, 애경자산관리(주) 1.56%다.

문제는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2019년부터 시작된 적자(-362억)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올해 2분기까지 -1206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보고 있다는 점이다. 2020년엔 3023억 원의 적자를 보기도 했다.

이 상황에서 제주항공은 최근 차세대 항공기 도입 등을 위해 올해 8월 32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허나 제주도에선 추경 시기가 맞지 않아 신주인수권을 전량 매도해 세입으로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에 제주자치도는 내년에 유상증자 시 제주도에 배정된 신주인수권의 약 40%인 50억 원 규모의 주식을 매입해 제주항공의 경영안정화를 도모하고자 제주도의회에 이번 공유재산 관리계획을 제출하게 된 배경이다.

허나, 제주도의회는 이날 보다 심도있는 심사가 필요하다며 해당 안건을 심사보류 처리했다.

이에 따라 만일 그럴 일은 없을 것으로 보여지나, 이번 유상증자에 제주도정이 참여하지 않게 될 경우 제주도가 갖는 제주항공의 지분율은 현행 5.16%에서 3.33%로 더 하락하게 된다.

현재까지 제주항공에선 총 7번의 유상증자가 있었으며, 이 가운데 제주도정이 참여한 건 단 2번 뿐이다.

저작권자 © 뉴스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