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수도본부 "처리가능 하수량 98.9% 육박, 공사재개 반드시 필요"
문화재청, 도 세계유산본부에 "공사 시작 전 협의할 것 요청"
도 세계유산본부 "용천동굴 호수구간에 대한 학술조사 실시"

제주 동부하수처리장 증설 문제로 월정리 주민들과 시민 단체가 제주도 의회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월정리 주민들은 동부하수처리장 증설공사를 원천 반대하고 있지만, 제주도정은 1일 하수처리량이 98.9%에 달하고 있다며 오는 19일에 공사를 재개하겠다고 주민들에게 통보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제주동부하수처리장에 대한 증설공사를 오는 19일에 재개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행정과 월정리 마을주민들 간 격한 갈등이 또다시 깊어질 전망이다.

제주자치도는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동부하수처리장에서 처리 가능한 하수량이 98.9%에 육박하고 있다며 증설공사가 시급하다고 16일 밝혔다. 이미 지난 주에 월정리 주민들에게 통보됐다.

동부하수처리장 증설사업은 조천읍과 구좌읍 등 동부지역에서 발생하는 생활하수를 안정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1일 하수처리용량을 현재의 2배로 늘리기 위한 사업이다. 현재 처리량이 1일 1만 2000톤이며 이를 2만 4000톤으로 늘리게 된다.

현재 동부하수처리장의 일 평균 하수량이 1만 1864톤에 달하고 있어, 우천 시 넘쳐나고 있는 실정이다. 동부하수처리장에서 처리되는 생활하수는 제주도 내 전체 하수발생량의 약 4.6%를 차지한다.

이 문제와 관련, 상하수도본부 관계자는 "이미 동부하수처리장의 적정 가동율이 초과된 상태고, 최대 하수처리 용량에 육박하고 있어 지역주민들의 건강과 깨끗한 환경을 확보하기 위해선 안정적인 하수처리를 통해 증설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주도정은 월정리 마을과의 약속을 철저히 이행하고, 주민숙원사업과 지원사업 추진에도 주민 입장에서 적극 협의하면서 지원해 나가겠다고 부연했다.

허나, 월정리 마을회 측은 증설공사를 원천 반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증설공사 추진 과정에서 위법성이 드러났다며 행정을 압박하고 있다.

월정리 마을회는 제주도정이 증설공사를 최초 허가받았던 때(2020년)의 주소지와 올해 공사기간 연장에 따른 변경허가 과정에서 기입된 주소지가 서로 다른 데 의문을 제기했다. 애초 공사지역은 당처물동굴(월정리 1457번지)이었지만 1544번지로 적시됐었다. 1544번지는 용천동굴의 지번수다. 

이번에 공사가 재개되는 지역은 월정리 1544-12이다. 즉, 공사지역이 실제론 용천동굴이지만, 제주도정은 세계유산지역으로 지정된 용천동굴 주변에서 공사가 이뤄질 경우 문화재청으로부터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 등의 절차를 밟아야 했기에 이를 피하고자 당처물동굴로 지정해 놓고 공사를 하려 했다는 게 마을회 측의 지적이다.

이 사실이 드러나자 마을회는 문화재청에 이를 강력히 항의했고, 결국 문화재청은 지난 14일자로 제주자치도 세계유산본부에 동부하수처리장 증설공사가 실제 시작되기 전에 청과 협의할 것을 통보하는 공문을 보내기에 이르렀다.

이에 도 세계유산본부는 지난 15일 문화재청을 방문해 협의를 진행했으며, 동부하수처리장 증설공사 진행 여부와 관계없이 내년에 3억 원(국비 포함)의 예산을 투입해 용천동굴 호수구간(800m)에 대한 유산지구 확대 추진을 위한 학술조사를 실시키로 했다고 16일 밝혔다.

▲ 문화재청이 지난 14일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에 보낸 협의요청 공문. ©Newsjeju
▲ 문화재청이 지난 14일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에 보낸 협의요청 공문. ©Newsjeju

# 영향 조사한다면서 공사는 강행... 앞뒤 안 맞는 행정

학술조사를 실시한다고는 하나 증설공사는 강행된다. 증설공사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 세계유산지구로 지정된 용천동굴에 미치는 영향 때문인데도, 공사를 진행하면 이미 세계자연유산지구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문화재청은 "이번 증설공사가 세계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에 미치는 잠재적인 영향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후 '조속한 시일' 내에 그 결과를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는 점이다.

과학적으로 분석하기 위해선 반드시 전문가 용역에 맡겨져야 하는 상황인데다가 이번 용역과업기간이 1년이라 '조속한 시일' 내에 보고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잠재적인 영향을 분석한다면서 공사도 동시에 진행될 예정이라 '앞뒤가 안 맞는 행정이 아니냐'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이 문제와 관련 도 세계유산본부는 "영향검토 결과 용천동굴 등 해당 유산에 영향이 있다는 용역결과로 나올 경우, 문화재청과 협의해 공사중지 등의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허나 여기서 또 문제는 용역 과업기간이 1년이라 공사가 19일에 재개되면 용역결과가 도출될 시점에 이미 증설공사가 막바지에 달할 수 있어 '답이 정해진 용역'이라는 비판까지 가해진다.

한편, 제주도정은 월정리 마을회 측이 주장하는 공사기간 연장허가의 위법성에 대해선 재차 '위법'이 아니라고 항변했다.

도 관계자는 "사업위치와 내용이 동일하고 단순히 사업의 기간만 연장하는 부분인 경미한 사항에 해당되기에 문화재청장의 허가사항이 아닌 제주특별자치도지사의 위임사무임을 다시 한 번 재확인했다"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정리 마을회 측은 "주소변경 사항을 적시하지 않고 기간을 연장해 기재한 건, 사실을 숨기고 진행한 불법허가에 해당되기에 도지사의 권한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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