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16일 오후 제주시 오라동 주택가 살인사건
직접 실행범 "우발적 범행"···도주 동선은 복잡하게
일면식 없는 사람이 실행범, 어떻게 집에 몰래 침입 가능했나?
경찰, 실행범 부부와 비밀번호 제공자 등 3명 집중 수사 계획

▲ 제주에서 50대 여성을 살해하고 경남 양산으로 도주한 50대 피의자가 동부경찰서로 20일 압송됐다. ©Newsjeju
▲ 제주에서 50대 여성을 살해하고 경남 양산으로 도주한 50대 피의자가 동부경찰서로 20일 압송됐다. ©Newsjeju

제주 주택가에서 50대 여성이 살해된 가운데 경찰이 피의자 3명을 붙잡고 범행 동기와 연관성 등 조사에 착수했다. 직접 살인을 저지른 피의자는 혐의를 인정했다. '우발적 살인'을 주장했지만, 도주 과정은 치밀했다. 현재 연루자들의 가담 여부 파악이 관건이다. 

20일 오전 11시55분쯤 '살인' 혐의로 경남 양산에서 붙잡힌 A씨(50대 초반. 남)가 제주국제공항을 통해 동부경찰서로 압송됐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6일 오후 제주시 오라동 ㄱ씨(50대. 여) 주거지에 몰래 침입했다가 귀가한 피해자를 둔기로 머리 부위 등을 내리쳐 죽이고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은 이튿날 오전 10시7분쯤 ㄱ씨 집을 찾은 가족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출동한 경찰은 살인 도구로 쓰인 아령을 현장에서 발견했다. 또 주택가와 주변 CCTV 분석을 통해 A씨 행방을 쫓았다. 

A씨는 16일 사건 발생 장소에 2~3시간 전에 미리 비밀번호를 열고 들어가 숨어있다가 피해자가 귀가하자 죽이고 달아난 것으로 파악됐다. CCTV는 피해자가 집에 들어간 시각과 A씨가 혼자 나오는 모습이 담겼다. 이를 토대로 경찰은 범행 시각을 16일 오후 3시2분부터 19분까지로 추정하고 있다. 

부검을 통해 피해자 사망 원인은 머리와 목 부위 등 다발성 좌상으로 인한 출혈로 잠정 결론 났다. 둔기 폭행이 사망 원인이라는 것이다. 

"우발적으로 살인했다"는 A씨 주장과 달리 범행 직후 동선은 치밀했다. 택시를 타고 동선을 바꾸고, 제주에서 유동 인구가 비교적 많은 시장을 목적 없이 들리기도 했다.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피해자 집에서 나온 A씨는 택시를 타고 도주했다. 제주시 용담 해안도로에 내린 A씨는 잠시 서성거리다가 다시 택시를 갈아탔다. 마지막으로 내린 장소는 제주 동문시장이다. 

시장에서 A씨는 물건을 사지도 않으면서 한참을 돌아다녔다. 최종 목적지는 제주항으로, 시장 인근에 대기 중인 아내 B씨(40대 중반) 차를 타고 이동했다. 이들 부부는 배편으로 제주를 벗어나 완도로 빠져나갔다. 

경남 양산이 고향인 A씨와 B씨는 범행 하루 전인 15일 여수에서 배를 타고 제주로 왔다. 편도 예약으로 입도한 여객선은 개인 차량도 가지고 왔다. 동문시장에서 아내 B씨가 남편을 태워 도주를 도운 차는 동일하다. 

경찰은 사건 초기부터 살인범의 행적을 재빨리 파악했다. 체포영장을 발부받고 경남으로 형사를 보낸 제주경찰은 A씨와 B씨 부부를 19일 오후 신속하게 붙잡았다. 

▲ 제주 주택가에서 50대 여성이 숨지는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발빠른 수사로 피의자 3명을 붙잡고, 동기와 가담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다 ©Newsjeju
▲ 제주 주택가에서 50대 여성이 숨지는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발빠른 수사로 피의자 3명을 붙잡고, 동기와 가담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다 ©Newsjeju

이날 '살인' 혐의로 제주에 압송된 A씨는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예"라고 짧게 답했다. 피해자와는 일면식 없는 사이라고 말했다.

서로 알지 못하는 사이임에도 A씨가 피해자 주거지 비밀번호를 열고 미리 숨어있었던 점 등을 토대로 경찰은 C씨(50대 중반. 남)의 가담 여부에도 주목하고 있다. 비밀번호는 C씨가 알려준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살인에 대한 '공모 공동 정범' 혐의로 19일 제주시에서 긴급 체포된 C씨는 피해자와 평소 알고 지냈던 사이다. 경찰은 A씨 살인 범행에 C씨가 일정 부분 가담한 것으로 보고 구체적인 혐의와 동기를 찾고 있다. 

C씨 고향도 A씨 부부와 동일한 경남 양산이다. 피의자 3명은 모두 서로 친분이 있는 관계로 전해졌다. 다만 현재 C씨는 범행 가담 여부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경찰서 관계자는 "주범 A씨와 그의 아내, C씨 등의 범죄 가담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라며 "핸드폰 포렌식과 범행 동기 조사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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