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16일 제주 오라동 주택가에서 살인사건 발생
피의자 3명, '살인'과 '살인교사' 혐의 각각 적용
"우발적 범행" 주장하지만···경찰, 치밀한 이동 동선 등 파악
'살인 교사' 적용된 연루자, 수사 통해 혐의와 범행 동기 밝혀낼까

▲ 12월16일 제주에서 50대 여성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가 경남 양산에서 붙잡혀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으로 압송됐다. ©Newsjeju
▲ 12월16일 제주에서 50대 여성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가 경남 양산에서 붙잡혀 지난 20일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으로 압송됐다. ©Newsjeju

[기사 최종수정 2022년 12월21일 오후 3시25분]

제주에서 50대 여성을 살해한 혐의 등을 받는 피의자 3명이 구속을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살인에 직접 가담한 실행범은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사전에 계획된 정황들을 하나하나 밝혀내고 있다.

21일 제주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ㄱ씨를 살해한 혐의로 김모(51. 남)씨와 그의 아내 이모(46)씨, 연루자 박모(56. 남)씨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진행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16일 오후 제주시 오라동 ㄱ씨(50대. 여) 주거지에 몰래 침입했다가 귀가한 피해자를 둔기로 머리 부위 등을 내리쳐 죽이고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 당일 2~3시간 전 미리 집 안에 몰래 침입했던 김씨는 피해자가 귀가하자 죽이고 달아났다. 주변 CCTV는 피해자가 집에 들어간 시각과 김씨가 혼자 나오는 모습이 담겼다. 이를 토대로 경찰은 범행 시각을 16일 오후 3시2분부터 19분 사이로 추정하고 있다. 

김씨는 피해자와 일면식이 없는 사이다. 비밀번호를 알 수 없었던 김씨가 집 내부에 숨어있을 수 있던 사유는, 박씨가 정보를 사전에 제공해 준 것으로 경찰은 판단하고 있다. 김씨와 박씨는 경남 양산을 고향으로 둔 친분이 있는 사이다. 

살인 후 김씨는 택시를 타고 장소를 바꾸며 이동하다가 제주 동문시장을 배회했다. 아내 이씨는 자신의 차량으로 시장에 있는 남편 김씨를 태우고 제주항으로 이동해 타지역으로 도주했다.

12월17일 사건을 접수한 경찰은 모든 가용 인력을 동원해 이틀 만에 피의자 3명을 모두 붙잡았다. 

▲ 살인을 저지른 김씨가 범행 현장에서 벗어나고 있는 모습. 주변 CCTV에 담긴 장면에서 피의자 손에는 종이가방이 있다. 피의자는 도주 과정에서 가방 안에 담긴 옷으로 갈아 입기도 했다. ©Newsjeju
▲ 살인을 저지른 김씨가 범행 현장에서 벗어나고 있는 모습. 주변 CCTV에 담긴 장면에서 피의자 손에는 종이가방이 있다. 피의자는 도주 과정에서 가방 안에 담긴 옷으로 갈아 입기도 했다. ©Newsjeju

#. "우발적 범행" 주장하는 살인범, 과정은 '치밀' 

경찰이 살인 사건 연루자로 지목하는 피의자는 3명이다. 현재 경찰은 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김씨와 아내에 '살인' 혐의를, 연루자 박씨에 '살인교사' 혐의를 각각 적용한 상태다. 혐의는 수사 과정을 통해 바뀔 가능성이 있다. 

'살인' 혐의가 적용된 김씨는 12월19일 오후 경남 양산에서 체포되는 과정에서 시인했다. 혐의는 인정했지만,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했다. 향후 재판과정에서 형량을 줄이기 위한 꼼수다. 

피의자의 논리를 깨고 혐의를 입증해야 하는 제주경찰은 '계획적 범행' 사유를 수집했다. 

첫 번째로 김씨 부부는 범행 하루 전인 12월15일 여수에서 배를 타고 SUV 차량를 가지고 제주로 입도했다. 탑승권은 편도로 예약했다. 예매는 아내 이씨가 직접했다. 

예매 과정에서 이씨는 자신의 신분증을 사용했고, 남편 김씨 신원을 감췄다. 남편 예매권은 제3자의 신분을 도용했다. 애초에 남편 김씨가 제주를 다녀가지 않은 것처럼 꾸미기 위한 알리바이를 위한 가능성이 농후하다.  

범행 당일 CCTV에 포착된 장면은 김씨가 피해자 집에 드나들 때 종이가방을 쥔 상태였다. 경찰은 조사를 통해 종이가방 안에 범행 뒤 갈아입을 옷과 신발을 넣어둔 사안을 확인했다. 침입 시 지문 등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고 장갑도 활용했다. 

범행 직후 이동 동선도 복잡했다.

피해자 휴대전화를 갖고 밖으로 나온 김씨는, 인근에 버린 뒤 택시를 타고 도주했다. 제주시 용담 해안도로에 내려서는 종이가방 안에 있는 옷으로 갈아입었다. 

다시 택시를 타고 제주에서 유동 인구가 많은 제주 동문시장으로 갔다. 요금은 모두 현금으로 지불했다. 이곳에서 김씨는 별다른 물건 구입도 없이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시장 인근에 대기 중인 아내 이씨 차를 타고 이동했다. 

부부는 배편으로 제주를 벗어나 완도로 빠져나갔다. 이때도 아내는 남편 탑승권을 다른 신분으로 위장해 구입했다. 아내 이씨는 '살인 공모' 혐의가 적용됐다. 

일련의 모든 행위는 범행 발각 시 수사당국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한 치밀한 계획에서 비롯됐을 확률이 높다. 

제주동부경찰서
제주동부경찰서

#. 향후 수사 관점은?

제주경찰은 이번 살인사건을 '계획적 범행'으로 판단한다. 3명의 피의자 휴대전화 포렌식 등을 통해 계속해서 증거를 수집하고 있다. 

진술은 엇갈린다. 계획적으로 범행을 모의했던 만큼, 사전에 입을 맞췄을 가능성도 있다. 강도 높은 수사를 통해 입을 맞춘 시나리오는 조금씩 균열이 생기고 있다. '살인교사' 박씨 혐의가 입증된다면 사건은 청부살인까지도 가능하다. 

경찰이 계획적 범행 증거 조각들을 하나씩 찾아내면서 가장 큰 궁금증은 범행 동기다. 

현재 박씨는 피해자와 친분이 두터웠던 사이로 전해지고 있다. 사유는 아직 물음표지만, 피해자와 갈등이 생기면서 박씨가 고향 후배 김씨에게 "손을 좀 봐달라"는 취지로 말을 했다는 것이다. 김씨게 피해자 집 비밀번호를 알게 된 배경도 박씨가 알려줬다.

여러 사정을 토대로 경찰은 '금전적인 문제'가 살인사건으로 확대됐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측한다. 다만, 경찰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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