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국민의힘 북핵위기대응특별위원회 이름으로 '특위 최종보고 및 건의사항-총력북핵 대응전략'이라는 문건이 보도된 이후 제주도가 발칵 뒤집혔다.

문건의 내용 때문인데 북한의 핵공격 임박 시 미 핵무기의 한반도 전진배치추진을 언급하고 "상황이 악화될 경우 제주도를 전략도서화하는 문제도 검토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겨있어 논란이 일었다.

제주 지역사회에서 점점 파장이 커지자 이날 국민의힘 특위는 '제주 핵배치' 가능성에 대한 논의는 일부 의견에 불과했으며 최종보고서엔 위 내용이 채택되지 않았다고 수습했다.

수습에도 불구, 제주도 소재 시민단체와 정당은 '제주 핵배치' 논의 자체에 우려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성명을 내는 등 저마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제주 녹색당에서는 28일에 '제2공항, 결국 군사시설로 드러났다'는 규탄 논평을 내고 국민의힘의 사과를 요구했다. 이들은 오영훈 도정에 당장 제2공항 백지화에 앞장설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녹색당은 "제주가 평화의 섬으로 지정된 지 17년이 지났지만 강정 제주해군기지가 지어지면서 오히려 외형적으로는 군사기지의 섬이 되어가고 있다"며 "이에 더해 제2공항을 폭격기 활주로로 활용하게 된다면 사실상 제주는 완전한 군사기지의 섬으로 변해 미국의 대중국 전초기지가 될 것"이라며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제주가 "수차례 강대국들의 군사기지화 시도를 겪은 아픔의 섬"임을 강조했다. "일제 강점기 일본의 전초기지화 시도, 1988년 송악산 공군기지 건설 시도, 2016년 강정 해군기지 완공까지 제주도민들은 끊임없이 전쟁의 위협을 안고 살아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제주는 군사기지가 아닌 동북아의 평화중심지로서 거듭나야 한다"며 "제주에 핵무기를 배치하고 제2공항을 폭격기의 활주로로 사용하겠다는 이번 국민의 힘 북핵위기대응특별위원회 보고서는 평화의 섬으로 거듭나기 위해 애써온 제주도민들의 노력을 수포로 돌아가게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끝으로 녹색당은 오영훈 도정의 행동을 촉구했다. 이들은 오영훈 도지사가 27일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제2공항은 순수 민간공항이고, 국토부가 수차례 설명했다"고 말한 것을 언급하며 "오 지사는 제2공항이 군사시설임이 밝혀졌음에도 여전히 국토부 뒤에 숨어 안일한 태도로 도민을 속이는 작태를 그만두기 바란다"고 날을 세웠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 강정평화네트워크도 "제주도를 동북아의 화약고로 만들려는 국민의힘은 전쟁불사의 입장을 포기하고 제주도민에게 사과하라"고 28일 규탄성명서를 냈다.

주민들은 "애초에 제주해군기지가 제주도를 동북아의 화약고로 만들 우려가 있어 건설에 반대해 왔다"며 "모슬포에서 성산에 이르는 제주도 남쪽은 완전히 군사적 요새로 탈바꿈 될 수밖에 없다. 평화의 섬 제주도는 결국 동북아에서 가장 위험한 전쟁기지의 섬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북핵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방편으로 한국, 미국 대 북한, 중국과의 4자회담 노력과 남한과 북한 서로 체제를 인정하고 전쟁방지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시하고있다"며 "허나, 군사적인 측면에서는 미국의 핵무기를 한반도에 배치하거나 자체적인 핵무기를 가져야 된다는 방향성이 제시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모순이며 평화적 통일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반헌법적 내용"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주민들은 "국민의힘이 최우선적으로 미 SSBN을 배치해야 한다고 강조한 점을 미루어 볼 때, 제주해군기지는 미 탄도미사일 잠수함 기지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제주해군기지는 유사시 선제타격의 대상으로 놓이는 처지가 되고, 전략무기가 배치되는 순간 보안을 위해 기지 밖으로는 군사시설 보호구역을 지정하지 않겠다는 제주도와 해군 간의 MOU는 매우 손쉽게 폐기될 것"이라고 우려를 드러냈다. 

주민들은 27일 있었던 국민의힘의 수습발언에 대해서는 "국힘이 질의에서 정식으로 채택한 보고서가 아님을 강조하며 가짜뉴스 취급하는 것은 너무도 유치하고 무책임하기 이를 데 없다"며 "국힘은 평화의 섬인 제주를 전쟁기지로 만들려는 그 어떤 시도도 멈추고 제주도민에게 정중하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비무장평화의섬제주를만드는사람들 시민단체도 28일 규탄성명을 내고 국민의힘의 '석고대죄'를 요구했다.

이들은 미핵무기 배치가 핵무기 금지 조약은 물론 핵확산금지 조약을 위반하는 것을 반대 근거로 들었다.

현재 남한이 가입한 핵확산금지 조약은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체결국은 핵무기나 여타 핵폭발 장치 또는 그러한 무기나 장치의 관리권을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 누구로부터도 양도받지 않는다. 또한, 스스로 그런 무기 또는 장치를 제조, 획득하지 않으며 제조에 필요한 원조를 구하거나 받지 않는다.” 라고 명시하고 있다.

시민단체는 국민의힘의 문건 내용인 '제주 전략도서화’에 대해 "제주를 핵전쟁의 거점이자 제주를 강대국 간 희생양으로 만들겠다는 위험천만하고 오만한 발상"이라며 국민의 힘 북핵대응특위의 제주도민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현재 국토부가 도민의 반대와 환경영향평가 반려에도 추진하고 있는 제2공항 사업이 핵무기 저장 및 운반 군사 기지로 쓰일 것을 드러낸 것"이라며 "제주도민은 결코 제2공항 사업이 추진되도록 묵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제주 제2공항이 순수 민간공항으로 운영될 것임을 강조했다지만 이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라고 표현했다. 이들은 근거로 ▲2017년 공군참모총장의 제주 제2공항 공군 남부탐색구조부대 설치 계획 ▲‘2019~2023년 국방중기계획’에 공군기지의 명칭만 바꾼 ‘남부탐색구조부대’ 창설 계획이 포함된 것 ▲2020년 예산에 국방부 공군본부에 의해 남부탐색구조부대의 창설방안을 연구하는 용역 예산이 반영된 것을 들었다.

시민단체는 또한 제주를 평화의 섬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군사 기지와 군사 시설들은 지어지는 순간 또 다른 확장과 심화를 불러온다. 불법, 폭력으로 건설된 제주해군기지는 제주 군사화의 본격적인 시작이었고 2017년과 2018년에 제주에 미핵잠수함과 미핵항공모함을 불러오는 단초를 제공한 바 있다"며 "이번 국민의힘 핵배치 운운과 더불어 제주해군기지를 폐쇄하고 신공항 건설을 중단해야 함이 명백해졌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끝으로, "오영훈 도정과 제주도의회는 더 이상 제주를 군의 식민지로 만드는 민관군 상생협약에 매달리거나 기만적인 사면 복권 운운하면서 제주해군기지 존속에 면죄부를 주면 안된다"며 "진상 규명과 제주해군기지 폐쇄, 제2공항을 비롯한 모든 군사 시설 중단을 위해 힘써야 한다"고 제주도정에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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