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가 증액하고 집행부가 동의한 예산, 다시 손본다?
제주자치도, 의회가 증액한 538억 원 중 50여억 원 집행 거부

제주특별자치도청.
▲ 제주특별자치도청.

2023년도 예산안 편성이 지난해 12월 제410회 2차 정례회를 통해 마무리됐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증액한 사업 일부를 제주특별자치도 보조금심의위원회가 다시 들여다 볼 예정이라 '옥상옥' 논란이 재차 불거질 전망이다.

올해 예산안은 총 7조 639억 2203만 원으로 편성돼 확정됐다. 이 가운데 제주도의회에서 증액한 예산은 538억 6037만 원이다. 문제는 의회가 증액한 예산 중 일부를 제주자치도가 집행을 하지 못하겠다고 반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집행부가 거부하고 있는 일부 증액사업들은 지난 410회 정례회 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계수조정 과정에서 논의됐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으며, 현재 추산된 예산만 대략 50억 원 규모다.

집행부는 예산을 편성하고, 의회는 이 예산이 잘 편성이 됐는지를 감시하는 기구이기 때문에 증·감액을 통해 예산안을 조정할 수 있다. 다만, 증액할 시엔 반드시 집행부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에 김경학 제주도의회 의장은 지난해 정례회 때 오영훈 제주도지사에게 의회가 증·감액해 조정한 예산안에 동의하느냐를 물었고, 오영훈 지사는 '동의한다'고 답했다. 이러면 예산안 편성은 끝난 것이고, 집행부는 최종 결정된 예산안대로 집행하면 될 일이다.

허나 이미 의결된 예산안을 두고 집행부가 뒤늦게 일부 사업들을 집행하지 못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 제주자치도 예산부서 관계자는 "당시 예결위 계수조정 과정에서 집행할 수 없는 사업항목들을 부동의한다고 말했다"며 "조건부 의결을 전제했던 거라 예결위와 합의한대로 지사가 동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즉, 집행 불가 증액사업들에 대해 집행부와 의회 간에 사전 조율이 됐다는 의미다. 이를 두고 예산부서 관계자는 "그러니까 공식적으로 (지사가)'동의한다'고 답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제주도의회.
▲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집행 불가 사유에 대해 道 관계자는 "사무관리비나 여비 같은 행정 내부 경비를 증액하는 건 맞지 않다고 봤고, 보조금 평가에서 감액하거나 증액불가 사업이라고 판단된 사업들을 다시 증액한 것들이 문제되는 것"이라며 "보조금 평가제도에 맞지 않는 증액사업이라 동의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나 집행부 예산부서나 제주도의회 예결특위 모두 문제가 된 증액사업이 무엇인지는 밝힐 수 없다고 공개를 거부했다. 이미 예산부서에선 담당 부서들에게 집행되지 않아야 할 사업과 액수를 통보한 상태다.

게다가 문제는 이 집행 불가 증액사업들은 또 다시 보조금심의위원회로부터 심의를 거쳐야 한다는 점이다. 집행부의 인사 발표(오는 13일)가 이뤄진 후 2~3번의 심의를 개최해 예산편성 단계 심사에 대한 부적격 여부를 판정하게 된다.

이 때 집행되지 못하는 예산안의 최종 규모는 심사결과에 따라 더 불어나거나 줄어들 수도 있다. 때문에 현재 단계에선 정확히 어떤 사업들이 얼마만큼의 예산이 '미집행'이 될지 알 수 없는 상태다.

예산안을 의결하는 최상급 기관에서 결정한 것을 하급 기구가 다시 살펴보는 셈이다. 때문에 매번 '옥상옥이 아니냐'는 문제가 불거져왔다.

이를 두고 제주도의회 예결특위 전문위원은 "지난해에도 (의회 의결 후)세 차례 보조금심의가 열렸고, 6건 정도가 불신이 돼서 집행이 안 된 전력이 있다"며 "의회가 증액한 사업을 보조금 심의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해서 감사위원회로부터 제주도정이 기관 경고를 받은 적도 있다"고 적시했다.

이어 예결특위 전문위원은 "이러다보니 집행부에선 의회가 증액한 보조금 사업에 대해선 무조건 부동의하겠다고 하는 상태"라며 "의회 입장에서 보면, 보조금심의에서 잘못 심사된 것도 있을 수 있기에 의회에서 증액한 사업들 중에서도 다시 한 번 심사를 벌여 적격된 것들을 집행해달라는 식으로 진행이 돼 왔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결국, 집행부를 감시해야 할 의회의 기능을 무력화시킨다는 논란을 더욱 키우는 구조로 가게 된다는 점이다.

게다가 이러한 사실들이 외부로 알려지지 않으면서 제대로 쓰여져야 할 도민혈세 일부가 '불용' 상태로 남게 될 수도 있다는 비판이 예상된다.

이를 두고 예산부서 관계자는 '불용'이 되는 건 아니라고 해명했다.

집행부 관계자는 "그냥 그대로 남아있게 되는 예산"이라며 "추경 때 의회와 협의해서 다른 사업에 재편성하거나 그 때 정책결정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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