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형무소 발굴 유해만 200여 구, 유전자 감식 사업 본격 추진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에서 제주4·3희생자로 추정되는 유해 3구가 73년 만에 발견됐다. 
▲ 지난 2021년에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에서 제주4·3희생자로 추정되는 유해 3구가 73년 만에 발견된 바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4·3평화재단은 도외 형무소로 끌려가 행방불명된 4·3 희생자의 신원확인을 위한 유전자 감식을 본격 추진한다고 18일 밝혔다.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집단희생지로 알려진 대전 골령골 발굴 유해 중 200여 구에 대한 유전자 감식 시범 사업을 진행한다.

대전 골령골은 한국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6월 28일부터 7월 17일 사이에 대전형무소에 수감돼 있던 재소자와 대전·충남 지역에서 좌익으로 몰린 민간인들이 군과 경찰에 의해 집단 학살돼 묻힌 곳이다. 지난해까지 무려 1361구의 유해가 발굴됐다.

제주자치도는 이를 위해 올해 국비 14억 7000만 원을 투입해 도내 외 암매장지 유해 발굴과 유전자 감식을 추진, 유족들의 한을 해소할 전망이다.

발굴 유해에 대한 유전자 감식을 위해 지난해 7월부터 행정안전부,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 및 대전 동구청과 수차례 협의가 이뤄졌으며 감식 협업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최근 산내유족회로부터 유전자 감식 서면동의를 받음으로써 대전 골령골에서 발굴된 유해가 안치돼 있는 세종추모의집 유해 유전자 감식 시범사업 추진에도 탄력을 받게 됐다.

세종추모의집은 한국전쟁 전후로 희생된 민간인 유해가 임시 봉안된 장소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국회의원 당시 "진화위가 추진하는 유해 발굴 사업에 대해 유족을 찾아주기 위한 유전자 감식 예산이 전혀 책정되지 않고, 제주4·3 유해발굴 및 유전자 감식 사업과 연계가 되지 않고 있다"며 "전국적으로 데이터 수집·관리·분석 조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제주자치도와 행안부, 진화위, 대전동구청 간 협업이 추진됐으며, 진화위에서는 유전자감식 예산을 처음으로 확보(12억 원)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특히 시범사업으로 추진되는 유전자 감식 결과는 그동안 도외행불인 유족을 대상으로 한 채혈 결과와 대조해 신원을 확인하게 된다.

대전형무소 수감자 명단을 토대로 4·3희생자 298명이 집단 학살된 후 대전 골령골에 묻힌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그 어느 때보다도 유전자 감식 결과에 대한 유족들의 기대가 큰 상황이다.

이를 위해 올해 5월까지 100여 구, 올해 12월까지 100여 구 등 총 1·2차에 걸쳐 200여 구에 대한 시료 채취와 유전자 감식을 통해 신원이 확인되면 행정안전부와 유해 인계 등을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

한편, 제주도정은 진화위에서 처음으로 12억 원을 투입해 추진 예정인 골령골 희생자 유해 및 유가족에 대한 유전자 감식과 신원확인 정보 데이터베이스 구축사업에 대해서도 정보공유 등을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조상범 특별자치행정국장은 "도외 형무소로 끌려가 행방불명된 4·3희생자에 대한 유전자 감식사업을 통해 유족의 평생 한을 위로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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