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산업 키우겠다는 제주, 현실은 '안습'
우주산업 키우겠다는 제주, 현실은 '안습'
  • 김명현 기자
  • 승인 2023.02.01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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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 위성 발사체 시작으로 우주 체험할 수 있는 산업까지 구상계획 밝혔으나
정부 산업에서 제외, 국비 예산도 1개 사업뿐, 지방비는 용역비가 전부
민간기업들이 제주로 이전해 산업 생태계 조성해주길 바라는 게 현실
▲ 지난 2021년 제주 용수리에서 쏘아 올려진 소형 위성 발사체. ©Newsjeju
▲ 지난 2021년 제주 용수리에서 쏘아 올려진 소형 위성 발사체. 사진=제주특별자치도. ©Newsjeju

오영훈 제주도정이 1일 제주를 대한민국 우주경제의 혁신 거점으로 우뚝 세우겠다는 거대한 비전을 발표했지만 정작, 현실은 냉랭하다.

오영훈 지사는 이날 오전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제주에서의 우주산업 육성 기본방향을 발표했다. 발표된 내용만 보면 상당히 거창해 보였으나, 정작 알맹이는 쏙 빠진 채 휘황찬란한 외피만 잔뜩 두른 포장지에 불과했다.

빠진 알맹이는 '예산'이다. 이날 제주도정은 온갖 계획들을 열거했으나 이 계획들을 실현시킬 예산을 어떻게 확보하고 어떻게 투입할 것인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했다.

오영훈 지사는 그저 차후에 해결될 수 있을 일이라고만 두루뭉술 넘겼다. 오 지사는 정부로부터 제주가 1~2년 내에 우주산업 클러스터 대상지에 속하게 되고, 민간기업들이 제주로 이주해 와 산업생태계를 조성하면 1조 원 이상이 투자될 것이라는 '희망사항'의 말만 대신했을 뿐이다.

실제 제주도정이 이날 발표한 우주산업과 관련해 올해 투자하는 예산은 불과 8000만 원이 전부다. J-우주 거버넌스 제도 구축을 위한 용역비다. 게다가 현재 제주도정에서 확보한 국비사업은 직접적인 '우주산업'이 아니라 연계사업일 뿐이다. 이미 지난해부터 추진 중인 '위성 데이터를 활용한 해양쓰레기 실태 및 산림훼손 감시사업'이 그것이다.

이 상황에서 정부는 최근 '우주개발진흥법'에 따른 우주산업 클러스터 산업단지로 전남과 경남, 대전을 지정했다. 제주는 제외됐다. 즉, 우주산업과 관련한 국비 확보는 당분간 어려워진 셈이다.

▲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1일 제주를 소형 위성 발사 전진기지로 삼는 것을 시작으로 우주산업을 대한민국의 혁신 거점으로 세우겠다고 발표했다. ©Newsjeju
▲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1일 제주를 소형 위성 발사 전진기지로 삼는 것을 시작으로 대한민국의 우주산업 혁신 거점으로 세우겠다고 발표했다. ©Newsjeju

상황이 이런데도 오 지사는 제주가 대한민국 우주경제 혁신 거점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오 지사가 이렇게 자신한 데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소형 위성을 시험발사하는 민간기업들이 제주를 가장 선호한다는 거였다. 이미 지난 2021년에 제주 용수리에서 3차례의 공식적인 시험발사가 진행된 바 있다. 오 지사의 전언에 의하면, 이러한 민간기업들이 계속 제주에서 시험발사를 할 수 있도록 문을 두드리고 있다는 얘기였다.

즉, 오 지사의 구상은 이런 거다. 제주로 민간기업들이 내려와 소형 위성을 만들고, 제주에서 쏘아 올리면, 그 위성이 수집하는 데이터들을 활용해 관련 산업을 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뻗쳐나간 것이다.

그 생각이 무려 '우주체험'까지 번져 나갔다. 흔히 '우주체험'이라 하면 무중력 상태를 겪어보거나, 3차원의 지도로 지구나 태양계를 관측할 수 있기를 예상한다. 허나 이날 발표된 '우주체험'은 그런 실제적인 체험이 아니라 위성이 확보하는 영상데이터를 들여다보는 것으로 국한됐다.

기존 박물관 등을 업그레이드 시키거나 스페이스센터를 구축해 관람객들이 우주를 느껴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이것도 당장 실현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민간위성이 성공적으로 쏘아 올려지고 난 뒤에나 가능한 중장기적인 계획이다.

오 지사가 이날 느닷없이 '우주산업'을 꺼내든 건, 또 다른 신산업을 제주에서 추진할 수 있겠다 싶어서인 것으로 추정된다. 무엇보다 제주도가 위성 발사체의 최적지라고 여겨서다. 위성을 쏘아올릴 때 적도에 가까울수록 관측이 용이하고 데이터 추출이 적합하다는 게 주된 이유다. 또한 공역의 제한이 없고, 소형 발사체라 고체 연료를 사용하기에 '친환경'이라고 주장했다. 

▲ 지난 2021년 제주 용수리에서 쏘아 올려진 소형 위성 발사체. 사진=제주특별자치도. ©Newsjeju
▲ 지난 2021년 제주 용수리에서 쏘아 올려진 소형 위성 발사체. 사진=제주특별자치도. ©Newsjeju

그런데도 정부는 제주를 우주산업 클러스터 지역에 포함하지 않았다. 국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전남이나 경남, 대전보다 예산 지원 없이 제주를 선택할 민간기업이 얼마나 될지도 의문이다.

이를 두고 오 지사는 "소형 발사체를 제주에서 민간기업이 발사할 수 있는 여건을 더 키우겠다는 것"이라며 "다른 대기업들도 이 산업에 뛰어들려고 하고 있어 여기서 부가가치가 발생할 것이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기서 제주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조례 제정과 연구용역 수행 뿐이다. 국비 확보가 안 돼 있어 별도의 지방비를 투입할 여력이 없다. 나머진 민간기업들이 알아서 제주로 내려와 우주산업 생태계를 조성해주길 바라는 게 전부며, 그게 작금의 현실이다.

이를 두고 오 지사는 "정부의 차기 우주산업 계획에 (제주가)포함돼야 한다"며 "그 전에 먼저 민간기업에서 제주에 투자하게 되면, 국가 차원에서 어떻게 지원하게 될 것인지를 논하게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정부의 차기 우주산업 계획이 언제 발표될지도 알 수 없는 현 시점이다. 즉, 이날 발표한 '제주 우주산업 육성 기본방향'은 제주도의 희망사항을 발표한 것에 지나지 않은 셈이다. 

한편, 대한민국의 우주산업은 꽤 오래전부터 시작돼 왔지만 발전속도가 더뎠다. 우리나라로 건너와 우주산업 기술을 배우고 간 해외 다른 국가가 우리나라보다 위성을 먼저 쏘아 올렸다.

국가의 우주산업 발전 속도가 더디다보니 민간 영역에선 두 말 할 필요도 없다. 이미 미국에선 민간기업이 지구 밖까지 우주선을 쏘아 올리고 다시 그 발사체를 재활용하는 단계까지 이르렀지만, 국내에선 아직 단 한 차례도 민간기업의 발사체가 대기권을 벗어난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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