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만이라는 시민사회단체와의 간담회, 비공개로 진행
도민 뜻에 따르겠다는 행정체제 개편 착수보고회도 비공개... 소통은 아는 사람들끼리만?

▲ 지난 2일, 비공개로 진행된 제주도 내 시민사회단체들과 오영훈 제주도지사와의 간담회. ©Newsjeju
▲ 지난 2일, 비공개로 진행된 제주도 내 시민사회단체들과 오영훈 제주도지사와의 간담회. ©Newsjeju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 2일 제주도 내 시민사회단체와의 간담회를 무려 7년 만에 개최했다면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허나 보도자료 배포 이전에 기자들은 현장 취재가 불가했다. 모두발언만 공개됐고 간담회는 일체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날 간담회엔 오영훈 지사와 실·국장 9명, 박외순 및 이양신 연대회의 상임공동대표 등 도내 11개 시민사회단체 대표가 참여했다.

참가한 시민사회단체는 제주주민자치연대를 비롯해 제주여민회, 곶자왈사람들, 제주환경운동연합, 제주YMCA, 제주YWCA, 제주장애인인권포럼,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 제주여성인권연대, 제주평화인권센터, 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이다.

이들과 오영훈 지사와의 대화가 왜 '비공개'로 진행돼야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간담회가 종료된 뒤, 여창수 대변인이 이날 간담회 때 오갔던 대화들을 대신 전하는 방식으로 브리핑이 진행됐다.

이에 대해 기자단에선 현장을 비공개한 사유를 물었으나 대변인은 뚜렷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여 대변인은 '효율성'을 이유로 들면서 "사후 브리핑을 하고 있기에 비공개라고 볼 순 없다"고 되려 반박했다.

그러자 기자단은 "대신 전해 듣는 것보단 현장에서 청취해야 말의 뉘앙스를 캐치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장 취재를 원하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이렇게 간접공개 방식으로만 진행할 것이냐"고 물었다. 여 대변인은 "필요하다면 이런 형태를 띠는 게 좋지 않을까 한다"며 "정부 주무부처도 그렇고 이렇게 대변인이 발표하는 사례가 많은 걸로 안다"면서 비공개 진행이 계속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 마찬가지로 지난 2일 비공개로 진행된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 공론화를 위한 연구용역 착수보고회. ©Newsjeju
▲ 마찬가지로 지난 2일 비공개로 진행된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 공론화를 위한 연구용역 착수보고회. ©Newsjeju

# 이미 방향 정해놓고선 도민 의향 따르겠다는 말은 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또한 이날 오후에 진행됐던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 공론화를 위한 연구용역 착수보고회도 비공개로 진행해 이러한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행정체제 용역 착수보고회는 이날 오후 2시 농어업인회관에서 개최됐다. 행정체제개편위원장의 아주 짧은 모두발언을 제외하곤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됐을 뿐만 아니라 이날 착수보고회 자료조차도 기자들에게 배포를 거부했다.

새로운 행정체제 도입을 위해 '도민 공론화'를 하겠다면서 시작부터 '비공개'로 진행하는 것이 '공론화에 무슨 도움이 될까'하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공론화와 비공개가 혼재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다.

게다가 이날 착수보고회는 숨겨야 할 별다른 내용을 담고 있지도 않았다. 최종 권고안을 언제 도출할 것인지 목표를 정하고, 앞으로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냐와 정부를 설득할 논리 개발에 대한 내용을 보고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이렇게 숨겨야만 하는 내용들이 전혀 아닌데도 비공개로 한 건, '어떤 이유가 있을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게 한다. 이는 이날 오전 시민사회단체와의 간담회 때 이에 대한 논의에서 엿볼 수 있다.

시민사회단체 측에서 오영훈 지사에게 "기관통합형으로 정해 놓고 가는 것이냐"는 질문이 던져졌고, 이에 오 지사는 "장기적으론 기관통합형으로 가는 게 맞다"면서도 허나 그건 자신의 개인적 철학일 뿐이라는 단서조항을 달았다. 그러면서 오 지사는 "이를 도민들이 받아들이길 어려워하는 걸 안다"며 "용역 과정에서 의견이 모아지는 방향, 도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러한 여 대변인의 브리핑에 기자단에선 '기초자치단체 부활에 힘을 실어주는 것인가'라는 잘문이 제기됐다. 이에 여 대변인은 "기초단체 부활은 오 지사의 선거공약 1호였다"면서 "기본적으로 부활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고, 도민사회에서도 60% 이상이 부활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설령 그렇다할지라도 도민 공론화의 결과를 섣불리 예단해서도 안 되고 예단할 수도 없다. 앞으로 진행될 도민 공론화 과정에선 기초자치단체 부활 뿐만 아니라 현행 행정체제 유지안과 다른 형태의 행정시 체제안 등 여러 대안들이 거론될 수 있고, 기초단체 부활로 결론이 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러한 발언은 이미 특정 방향성을 정해 놓고 가는 셈이라는 걸 자인한 것이나 다름없다. 결국 이날 행정체제 용역 착수보고회가 비공개로 진행된 건, 오영훈 지사의 이러한 의중이 위원회에 '확실히' 전달되기 위한 것이 아니었겠느냐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게 하는 정황이 되고 있다.

소통을 한다곤 하지만 대신 전하는 걸로만 듣고 '자기네들'끼리만 소통을 하겠다는 뉘앙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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