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중에 협의체 구성해 재취업에 행정력 지원" 약속

오영훈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14일 도청 앞 맞은편 인도에 설치된 천막농성장을 방문했다.

이 천막농성장은 제주북부광역환경관리센터(봉개동 소각장)에 근무하던 56명의 노동자들이 세운 것으로, 지난해 11월 7일에 설치해 이날 딱 100일째가 되는 날이다. 

인도 상에 농성장을 설치하는 건 엄연한 불법이다. 때문에 이곳을 관리하는 제주시는 얼마든지 행정예고를 통해 철거할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도청 앞에 천막을 치고 지난 100일 동안 농성을 벌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제주도청'에 있기 때문이었다.

이들 56명의 노동자들은 지난 달 말일자로 고용업체로부터 전원 해고 통지를 받았다.

소각장은 민간위탁에 맡겨졌었지만, 이들의 해고는 사실 제주도정이 결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제주자치도는 환경자원순환센터 설립으로 봉개동 주민들과의 약속에 따라 더는 소각장을 운영할 수 없게 되자 지난해 가동 중단을 선언했다. 당초 2020년 2월 28일에 민간위탁이 종료될 예정이었으나, 봉개동 주민들과 협약 끝에 3년 더 연장하기로 합의했고, 그 기한이 올해 2월 28일이다.

가동 중단 선언 뒤, 노동자들은 대책 마련을 요구했지만 제주도정은 별다른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고, 이날 천막농성 100일째 되는 날에야 대책마련의 청사진이 제시됐다.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14일 제주북부광역환경관리센터 노동자들이 설치한 도청 앞 천막농성장을 방문해 이야기를 듣고 있다.
▲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14일 제주북부광역환경관리센터 노동자들이 설치한 도청 앞 천막농성장을 방문해 이야기를 듣고 있다.

# 협의체 구성, 올해 연말까지 운영하면서 대안 마련

오영훈 지사는 "어쨌든 지금 위탁기관이어서 고용법과 법적 권한에 대한 문제를 볼 수밖에 없던 상황이어서 이에 대한 양해를 구한다"며 "당장 방법을 찾은 건 아니지만, 우선 드릴 수 있는 약속은 협의체를 구성해서 올해 연말까지 직업훈련 내지는 실업급여, 재취업 과정에 행정이 할 수 있는 협력을 충분히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 지사는 "앞으로 이런 유사한 문제가 계속 발생할 수 있끼 때문에 10명 이상의 집단해고가 발생했을 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도 차원에서 제도적인 방법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느껴졌다"고 부연했다.

이에 대해 오 지사는 "조례 제·개정 등을 통해 뒷받침 돼야 하고, 그런 과정에서 노조 측과 민주노총 등 노동 관련 단체에서도 다양한 의견을 주면 최대한 반영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오 지사는 "그간 출퇴근할 때 천막을 보면서 좀 무거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며 대화에 나선 게 늦어져서 '미안하다'는 감정을 전달했다. 

이에 제주북부광역환경관리센터 노조위원회 안용남 위원장은 "언제쯤에야 지사가 올까했다. 어쨌거나 이렇게 직접 방문해 주셨으니 어떤 대책이 좀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생긴다"며 "해고자 대부분이 40대 중후반이어서 어떻게든 계속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최대한 이른 시간에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신경 써 달라"고 당부했다.

임기환 민주노총제주본부장은 "우선 책임 있게 나서 준 데 대해 환영한다"며 "노정협의체 구성이 문제 해결을 위한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모두가 함께 노력했으면 한다. 무엇보다 지사께서 말한 것처럼 집단 고용위기 발생 시 이번 사례가 좋은 선례가 됐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오 지사는 "제주도정에서 운영하는 다른 여러 기관에 재취업을 할 수 있다면 가장 좋은 방법이 되겠지만, 채용의 과정이 공정해야 한다"며 "게다가 지금 청년취업 상황도 간단치 않은 부분이라 면미랗게 보면서 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오 지사는 "추후에 업체 측과 계속해서 같이 논의를 해나가자"고 부연하자, 임기환 본부장은 "해법에 대해 행정과 노조 간 생각이 다를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 노정협의기구에서의 논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용남 위원장은 "그렇다고 협의체가 구성됐다고 해서 다 해결될 수 있다고 보진 않는다"며 "협의체 운영으로 어느 정도의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면 그 때에 천막을 철수토록 하겠다"면서 "저희도 집으로 빨리 돌아갈 수 있도록 부탁드린다"고 거듭 협조를 주문했다.

이에 노동자 측에선 일단 도청 앞에서 확성기를 통해 시위에 나서는 행위를 중단하고, 이번 사태와 관련해 제주도정을 비판하는 현수막 등을 철거키로 했다.

한편, 이번 문제와 관련해 제주도정은 노정 협의체를 올해 중에 구성한 뒤 올해 연말까지 운영키로 했다. 이 협의체를 통해 실업급여의 문제와 직업훈련, 재취업과 관련해 제주도정이 행정적인 뒷받침을 하기로 약속했다.

이와 함께 10명 이상의 집단해고가 발생했을 시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한 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해 제도개선을 추진키로 했다.

이 외 노동전담 부서 설치와 관련해선 임기 내에 설치하겠다고 재확인 시켜줬다. 오 지사는 "업무량에 대한 분석과 노조 수 등 객관적인 데이터를 확보하고 분석이 마쳐지면 (노동전담기구를)설치하게 될 것"이라며 "그 시기가 멀진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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