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축제평가위원회 통해 시민 의견수렴 예고

지난 2019년에 개최됐던 제주들불축제 현장.
▲ 지난 2019년에 개최됐던 제주들불축제 현장.

들불축제 행사의 시기가 옮겨지거나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오름불놓기 프로그램이 없어질 수도 있을 전망이다.

제주시는 정부가 산불방지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자, 지난 9일 밤 늦게 이번 들불축제에서 진행될 예정이던 불 관련 모든 행사 프로그램을 취소키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들불축제의 메인행사였던 오름불놓기 장관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못 보게 됐다. 지난 해엔 강원도 지역에서 대형산불이 발생해 그 여파로 들불축제가 전면 취소된 바 있다.

이번 결정과 관련해 강병삼 제주시장이 10일 브리핑을 하는 과정에서 이 문제가 집중 거론됐다. 들불축제 개최 시기가 산불이 발생할 위험이 높은 때와 매해 겹쳐지고 있어서다. 과거에도 강풍이나 비 등의 날씨 문제로 들불축제 행사기간이 변경됐었다. 때문에 앞으로 들불축제가 정상적으로 같은 시기에 개최되지 못할 우려가 제기됐다.

강병삼 시장은 "일리있는 지적"이라며 "20년 이상 지속돼 온 행사다보니 시장이나 행정이 마음대로 정할 수 없다"면서 "올해 축제가 끝난 뒤, 축제평가위원회에서 평가를 진행할 때 시민들의 의견을 듣고 심도있게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의견수렴을 통해 만일 들불축제 개최시기를 변경한다고 할 경우, 올해 산불특별 대책기간이 4월 30일까지 지정된 것을 감안했을 때 그 이후 보단 입춘 시기로 앞당겨 개최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입춘은 절기상 보통 2월 4~5일경에 돌아오므로 현 시점보다 한 달 앞당겨지게 된다.

들불축제는 목초지를 불 태워 새로운 싹이 자라나게 하는 목적도 있기에 산불위험이 적은 초봄 때가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렇게 될 경우 매우 높은 확률로 추운 날에 행사를 치르게 돼 방문객들이 줄어들 가능성이 제기된다. 제주시에서 들불축제는 1년 중 가장 신경쓰는 행사이기도 하고, 40만 명 정도가 방문할 것으로 기대되는 대형축제여서 이 부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와 함께 최근 제주도 내 일부 정당이나 시민사회단체에선 들불축제가 기후위기 시대에 역행하는 행사라며 축제 자체를 폐지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서도 강 시장은 "준비 과정에서 그런 지적들이 있었다"며 이 문제 역시 축제평가위에서 의견수렴을 거쳐 결정토록 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허나 들불축제에서 '불'을 빼버리면 '앙꼬 없는 찐빵'이 되는 것이나 다름없을터라 들불축제의 정체성이 사라지게 된다. 때문에 제주시에선 손쉽게 불을 놓을 수 있는 석유 등의 발화물질을 최대한 적게 사용하는 방법 등으로 부분 수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키워드
#들불축제
저작권자 © 뉴스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