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자치도, 9년만에 의료법인 설립 및 운영지침 개정
헬스케어타운 내 의료기관 임차 허용... 시민사회단체 "이건 명백한 특혜될 것"

녹지국제병원(제주영리병원).
▲ 개설허가를 받지 못해 지금은 빈 건물로 남아있는 옛 녹지국제병원(제주영리병원).

부산 지역도 허용했다가 부작용이 심각했던 의료법인 임차 허용을 제주특별자치도가 결국 도입키로 하면서 논란이 일 전망이다.

제주자치도는 지난 2014년 이후 9년만에 의료법인 분사무소 설립기준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으로 '의료법인 설립 및 운영지침'을 개정했다고 17일 밝혔다. 개정 과정에만 약 2년여가 소요됐으며, 의료법인 설립 허가 조건과 분사무소 개설 설치 조건을 별도 항목으로 규정했다.

우선 현행 제도에선 의료법인이 의료기관을 운영하고자 할 경우엔 직접 건물을 지어야 한다. 허나 이번 개정으로 제주헬스케어타운 내의 시설을 임차해 개설할 수 있도록 변경됐다.

녹지그룹이 헬스케어타운에 투자해 설립하고 운영하려던 녹지국제병원 건물을 특정 국내 의료법인이 사용할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럴 경우, 부지 매입과 건물 설립에 공적자금이 투입된 곳을 특정 의료법인에게 임차헤 줄 경우 '특혜' 소지가 따라붙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의료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 운동본부'의 오상원 정책기획국장은 "부산에서 이걸 개정해 시행하다가 철회한 이유가 있다. 의료법인들이 난립하다보니 질이 낮아졌는데, 제주에서도 그런 일이 발생하면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이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 부산은 지난 2013년 9월부터 의료법인에게 부동산 임차를 허용한 바 있으나 시행 8년만에 철회됐다. 자기자본이 부실한 의료법인들이 난립하면서 의료 질이 급하락했고, 부실경영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비판이 제기될 것을 의식해서인지 제주자치도는 의료법인 설립허가 조건에서 법인 자본보유를 강화하도록 명시했다. 병원 개설 허가 후 6개월 동안 소요되는 인건비 등 경상적 경비를 보유하도록 하는 항목을 신설했고, 임차기간을 10년 이상, 임차료를 5년 선납 조건을 달았다.

또한 의료법인 난립 방지를 위해 주사무소에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을 운영하지 않은 경우엔 분사무소 허가를 불가하도록 단서조항을 추가했다.

강동원 도민안전실장은 "이번 지침 개정을 통해 제주헬스케어 타운 내 우수 의료기관 유치 활성화와 지역의 의료 불균형 해소, 의료질 향상 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도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의료의 공공성 제고에 기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허나, 이번 지침개정으로 특정 의료기관이 헬스케어타운에 들어설 수 있는 조건이 갖춰졌기에 강동원 실장의 '의료 공공성 제고에 기여하겠다'는 말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아무리 의료법인 난립과 부실경영을 막기 위한 단서조항을 달았다곤 하지만, 특정 의료기관이 '의료 공공성'을 제고할 수 있다고 보기는 무리수다.

이를 두고 의료영리화저지본부 오상원 정책기획국장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영리병원으로 등록한 차병원의 경우만 보더라도 임차가 되면 어떤 과목을 진료할지 알 수 없다"며 해외 여러 곳에 영리병원을 두고 있는 차병원의 제주 진출 가능성도 암시했다. 여전히 국내 영리병원 1호가 제주에서 탄생될 수 의혹이 도사린다는 지적이다.

이어 오 국장은 "이번 개정으로 인해 의료법인으로서 불가능한 각종 부대사업과 결부된 편법적 영리 행위를 막을 수 없게 됐다"며 "헬스케어타운에만 적용하는 특례지침 변경은 결국 제주도 내 다른 의료법인에 대한 형평성 논란을 불어오게 될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의료법인 분사무소의 임차 허용을 반대했다.

특히 오상원 국장은 전임 보건복지여성국장이었던 임태봉 국장의 "의료법인 난립 우려로 검토가 필요하다"는 발언을 끄집어내며 "JDC의 민원처리 부서로 전락한 제주도정을 규탄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JDC가 지은 건물에 특정 의료기관의 특혜를 봐주기 위해 일단 제도적으로 손질을 했다고 봐야 한다"며 "이번 개정의 이면에 감춰진 진실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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