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16일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상장기업 20개 만들기'
"사전 공모된 유권자 기망" VS "얽힌 이해 관계 있어 오영훈과 상관 없다"

3월22일 오후 공직선거법 재판에 출석하는 오영훈 제주지사와 변호인단
3월22일 오후 공직선거법 재판에 출석하는 오영훈 제주지사와 변호인단

오영훈 제주도지시가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출석했다. 지난해 전국동시지방선거 과정에서 오영훈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상장기업 20개 만들기' 협약식이 쟁점으로 다뤄졌다. 

검찰은 당초 진행키로 서귀포 지역 장소에서 오영훈 선거사무소로 변경된 사유와 협약식과 컨설팅 등 일련 과정을 통해 후보자가 유권자들의 인식을 흐려놓게 했다고 강조했다. 반면, 오영훈 측은 당시 상황과 여건을 설명하면서 의도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검찰의 제기한 모든 공소사실은 전면 부인했다.

22일 오후 2시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부장판사 진재경)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영훈 제주도지사, 정원태 서울본부장, 김태형 대외협력특보, 사단법인 대표 A씨, 컨설팅대표 B씨 재판을 진행했다. 

재판은 모든 피고인이 나섰다. 다만 B씨 측은 모든 혐의를 인정해 추후 재판 참석을 요청하고, 자리를 떠났다. 본 재판 첫 번째 증인으로는 선관위 관계자, 사단법인 사무국장, 사단법인 사무원 등 3명이 출석했다. 

검찰은 기소 요지를 설명하면서 논리 싸움 시작을 알렸다. 검사 측은 ①피고인들 지위 ②불법선거운동 사전 개요 ③범행 개요 ④주요 증거자료 등이 담긴 PPT 자료를 준비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사단법인 대표 A씨는 2022년 5월16일 오영훈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기업 관계자와 기자 등을 동원해 '상장기업 20개 만들기' 협약식을 개최했다. A씨는 도내 7개의 상장기업을 모집했고, B씨는 도외 지역 4개 기업을 끌어왔다. 

검찰 측은 '상장기업 만들기' 업체들 대부분이 상장될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공약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처럼 포장해 선거운동에 활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재판에서는 상장 가능성이 희박한 업체가 포함된 정황도 나왔다. 증인으로 나선 사단법인 사무국장에 질문을 던진 검찰은 섭외가 된 도내 업체들이 구체적인 사업을 물었다.

업체 중에는 1인이 운영하는 커피숍도 존재했다. 검찰은 "1인 회사면 상장 가능성이 있느냐"고 반문했고, 사무국장은 "없겠죠.."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제주지방법원.
제주지방법원.

성장 가능성이 희박한 업체도 모집 후 사단법인 A씨는 2022년 6월 법인 자금으로 컨설팅 대표 B씨에 협약식 개최 비용 550만원을 두 차례 나눠 전달했다. 검찰은 이 과정을 오영훈 후보자를 위한 정치자금 제공으로 판단해 오영훈 도지사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제주도정 정원태 서울본부장과 김태형 대외협력특보, 오영훈 제주지사는 지방선거를 위한 초석으로 지지선언을 기획한 혐의다. 

검찰은 2022년 4월 더불어민주당 당내경선에 대비해 선거캠프 내 '지지선언 관리팀'을 기획·운영하면서 각종 단체 지지를 유도하는 등 허용되지 않는 운동에 나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지선언은 기자회견 후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일련의 과정이 "당내경선 여론 형성을 왜곡했다"는 것이 검찰의 시선이다.

구체적으로 검찰 측은 ①제주 모 교직원 3,205명 ②시민단체 ③121개 직능단체 회원·가족 2만210명 ④2030제주 청년 3,661명 ⑤ 모 대학 교수 등의 지지선언 등을 언급했다.

검찰과 변호인 측은 출석한 3명의 증인에 2022년 5월16일 오영훈 선거사무소에서 진행된 협약식, 간담회, 업무협약 등에 대한 배경을 질문하는데 주 시간을 할애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은 지난해 5월20일 선거관리위원회가 오영훈 선거캠프와 연루자의 공모 여부를 살펴달라는 고발에서 시작됐다. 검찰은 3차례 압수수색 진행 후 2022년 11월23일 피고인들을 기소했다. 

첫 번째 증인으로 나선 선관위 관계자는 익명의 제보로 시작돼 조사 후 검찰에 고발하게 된 배경에 대한 질문에 답변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당시 5월16일 오전 11시쯤 제보자가 컨설팅으로 알고 참석했다가, 오영훈 후보자가 나눠주는 명함과 홍보물을 보고 연락을 해왔다"고 진술했다. 

"사건이 어떤 문제가 있었는가"라는 검찰 물음에 선관위 관계자는, "컨설팅을 명분으로 참여 단체를 오영훈 선거사무소에 모이게 하고, 업무협약을 개최한 이후 '상장기업 20개 만들기'를 한 사안이 직무상 위반 행위로 판단했다"고 답했다. 선관위는 직무나 거래상 특수 지위가 발동됐다는 시선으로 고발하게 됐다는 판단이다. 

검찰은 사단법인 사무국장에게 압수수색으로 입수한 메모를 제시하기도 했다. 메모지 상단은 '3월 오영'이라는 글귀와 함께 간담회는 5월16일 서귀포시에 위치한 사단법인 사무실에서 연다는 내용이 기재됐다. 

'3월 오영'이라는 글귀를 근거로 검찰 측은 "무슨 의미"라고 물었다. 선거가 시작되기 전부터 오영훈 후보자와 사전 모의가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추정인데, 사무국장은 "잘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사단법인 사무국장은 장소가 변경된 사유를 타지역에서 참여하는 업체들을 위한 배려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공항이 있는 제주시에서 서귀포까지 이동거리 등 문제가 있어서 장소를 변경했다는 것이다. 

▲ 약 4시간 가량 진행된 재판을 마치고 소감을 밝히고 있는 오영훈 제주도지사 ©Newsjeju
▲ 약 4시간 가량 진행된 재판을 마치고 소감을 밝히고 있는 오영훈 제주도지사 ©Newsjeju

재판과정에서는 애초 사단법인 A씨는 제주시권내 다른 장소를 섭외해보려 노력했으나 마땅한 곳을 찾지 못했다는 발언도 오갔다. 

이 과정에서 도지사 유력 후보와 면담을 갖고 싶어했던 컨설팅 대표 B씨 입장과 선거사무소에서 준비하던 기자회견 내용이 부족했던 찰나 등 여러 사정이 겹쳤다고 변호인 측은 설명했다. 이 때문에 오영훈 선거사무소에서 컨설팅과 면담, 업무협약이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됐다는 주장이다. 

오영훈 변호인은 "선거사무소에서 일련의 일들이 진행됐기에 검찰은 오영훈 후보가 주도적으로 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을 뿐"이라며 "업무협약도 자율적인 사안으로, 2022년 3월부터 공모 관계로 일사천리 진행된 사안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검찰 측은 "컨설팅은 명목에 불과하고 업무협약 행사를 열면서 기자를 동원해 기사화가 되도록 했다"며 "실체는 사실상 선거운동으로, 유권자들로 하여금 오영훈 후보자의 성과처럼 보이게 만들었다"고 위반 행위임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에도 여러 관련자들을 증인으로 불러 재판을 이어나가기로 했다. 다음 공판은 당시 오영훈 선거사무소에서 진행된 '상장기업 20개 만들기' 협약식 27분짜리 영상도 시청된다.

한편 오영훈 제주지사는 4시간 가량 재판을 마친 뒤 "특별히 할 말이 없다. 변호인이 저의 입장을 잘 대변했다"며 "재판부가 잘 판단할 일이기에 성실히 재판에 임하는 것이 도민 걱정을 끼치지 않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협약식을 사전선거운동으로 보는 시선에 대해 한 마디 해 달라"는 질문에는, "재판 관련 언급은 자제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자리를 떠났다. 

제주지방검찰청 관계자는 "오영훈 선거캠프가 국고로 운영되는 비영리법인을 이용해 기업체들을 후보자 공약 호옵에 동원시켰다"며 "당내경선을 대비해 지지선언을 기획하는 등 혐의에 대한 공소를 엄정하게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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