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선관위의 이해할 수 없는 정당법 해석

▲ 우리공화당 등의 극우 보수정당이 내건 4.3 왜곡 현수막이 제주사회를 들끓게 하고 있다. ©Newsjeju
▲ 우리공화당 등의 극우 보수정당이 내건 4.3 왜곡 현수막이 제주사회를 들끓게 하고 있다. ©Newsjeju

제주가 우리공화당 등이 내건 4.3 왜곡 현수막으로 들끓고 있다.

4.3 관련 단체들 뿐만 아니라 제주도정과 의회, 교육청까지 나서 이들 보수 정당 및 단체들이 내건 현수막 글귀가 '왜곡'이라고 비판했다. '왜곡'은 말 그대로 '사실과 달리 그릇되게 하거나 진실과 다르게 함'을 일컫는 말이다.

제주도민들도 누구나 할 것 없이 모두 '왜곡 현수막'이라고 지칭하고 있어 잘못된 일이라는 인식이 팽배할 법하나 행정에서도 "내려달라"고 요청만 하고 있을 뿐 이를 어쩌지 못하고 있다.

잘못된 것 같은데 법률을 위반한 게 아니어서다.

정작 제주특별자치도선거관리위원회는 이를 다르게 해석하고 있어 문제의 해결을 내놓지 못하게 하고 있다. 우리공화당 등은 사실과 다른 표현을 썼기에 명예훼손에 저촉될 수 있고, 이는 정당법에서 정한 '활동의 자유'라고 볼 수 있느냐의 문제를 야기시킨다.

23일 이 사태와 관련해 제주4.3 관련 단체들이 제주도청 3층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가졌을 때, 제주도정에 이 문제에 대한 질의가 던져졌다. 조상범 특별자치행정국장은 "선관위로부터 통상적인 정당활동이라는 해석을 받았다"며 현재로선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 답했다.

정당법 제37조 2항에선 정당이 특정 정당이나 공직선거의 후보자를 지지 혹은 추천하거나 반대함이 없이 자당의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에 대한 입장을 인쇄물, 시설물, 광고 등을 이용해 홍보하는 행위는 통상적인 정당활동으로 보장돼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제주도선관위에선 이번 우리공화당 등이 내건 현수막은 정당법에 의거해 행해진 '정당활동'이라고 봤다. 문제는 그 내용이 사실을 왜곡하건 말건 상관없다는 데 있다.

현안에 대한 입장을 게시했을 뿐이라는 이유다. 선관위에선 문구의 내용이 '왜곡됐는지의 사실 여부'를 보는 게 아니라 정당법이나 공직선거법 혹은 옥외광고물법에 저촉되는지만을 살펴보기 때문이다.

특정 정당을 비방했으면 문제가 된다. 내용에 대한 문제를 삼는 경우는 공직선거법을 저촉하는지의 여부만 살핀다. 선거 대상자에 대한 허위사실 공표죄가 그렇다. 즉, 이번 사안은 선관위에서 다룰 사안이 아니라는 얘기다.

옥외광고물법에서도 제8조에 의해 정당은 허가 및 신고, 금지 및 제한 등에 관한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 옥외광고물법에선 금지광고물을 따로 규정하고는 있으나 정당은 정당법 제37조 2항에 따른다고 돼 있다.

금지광고물은 △범죄행위를 정당화하거나 잔인하게 표현하는 것 △음란하거나 퇴폐적인 내용 등으로 미풍양속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것 △청소년의 보호 및 선도를 방해할 우려가 있는 것 △사행심을 부추기는 것 △인종차별적 또는 성차별적 내용으로 인권침해의 우려가 있는 것 등이다.

특히 지난해 12월 6일에 옥외광고물법이 일부 개정되면서 동법 시행령 제35조의 2에 따라 정당은 ▲정당의 명칭과 ▲정당의 연락처 ▲설치업체의 연락처 ▲15일 이내의 표시기간을 명시만 하면 어떤 내용이든지 게시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이유로 극우 성향의 전직 대통령을 혐오하는 표현을 담은 현수막도 정당이 내걸었다면 선관위에선 이를 제제할 방법이 없다.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발을 할 수 있을 뿐이다.

그래서 이 '통상적인 정당활동'이라는 범위가 매우 넓어서 문제인 것이다. 사실을 왜곡했다하더라도 정치인에 관련된 게 아니면 이를 다툴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를 뒤집어서 보면, 이번에 논란된 현수막을 누군가 훼손하더라도 정당법이나 공직선거법 상 저촉을 받지 않는다는 뜻이 된다. 단순히 옥외광고물법 위반에 따른 처벌만을 받는다.

이에 대해 고희범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은 "이를 정당활동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고희범 이사장은 "통상적인 정당활동이라는 게 정치적인 목적의 활동을 자유롭게 보장하자는 건데, 국가가 결정한 사실을 부정하고 있다. 이는 도민분열을 일으키겠다는 목적이어서 통상적인 정당활동으로 보지 않을 수 있을텐데 선관위가 너무 폭넓게 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고 이사장은 "정당법 그늘에 숨어서 이런 폭력적인 행위의 만행을 일삼는다고 무얼 얻을 게 있다는 건지 모르겠다"며 "하루빨리 국회에 발의된 제주4.3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제주4.3을 왜곡 시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을 담은 제주4.3특별법 개정안은 지난 9일 송재호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시 갑)에 의해 발의된 상태다. 제주4·3 진상조사 결과와 희생자, 유족, 관련 단체를 모욕 비방하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경우 처벌하는 내용을 담았다. 법안이 통과되면 진상조사 결과를 왜곡해 명예를 훼손할 시 최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저작권자 © 뉴스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