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산업단지 조성사업 공모에 신청조차 안 해놓고 이제와서
제주도정이 자체 추진할 수 있다며 호언장담... 산업단지 조성할 예산은?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조감도.
▲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조감도.

오영훈 제주도정이 수소도시와 도심항공교통(UAM), 우주산업에 이어 산업단지 조성도 국가 정책의 주요사업에 반영시키지 못하게 됐다.

정부는 지난 15일 첨단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해 전국에 15개의 국가산업단지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전국 11개 지역이 선정됐는데 제주는 빠졌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배터리, 바이오, 미래차, 로봇 등 6개 분야를 '첨단산업'으로 지정하고, 오는 2026년까지 민간 주도로 550조 원을 집중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이를 직접 발표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들 6개 첨단산업을 키울 후보지 15개소를 정했다.

문제는 최근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제주의 담대한 발전전략을 구상했다며 연이어 발표했던 수소도시나 UAM, 우주산업 등의 전략사업들이 모두 정부의 핵심사업에 반영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수소도시 조성사업은 이미 정부가 평택과 남양주, 당진, 보령, 광양, 포항 등 6곳에서 추진하겠다고 발표했고, 수소 관련 국가산업단지 조성 후보지로도 충청 홍성군 내포신도시와 전북 완주시를 선정했다. 

제주는 함덕리에 조성한 수소 충전소 실증사업 하나가 전부다.

그린수소 실증사업 착수 기념행사.
▲ 제주자치도는 지난해 9월에 그린수소 실증사업 착수 기념행사를 가졌지만, 정작 국토부의 수소도시 조성사업 대상지역에선 제외됐다.

도심항공교통으로 불리는 UAM  사업이나 소형 위성 발사체 등의 우주산업 역시 마찬가지다. 국토부가 전남 고흥 지역을 UAM 실증지역으로 정한데 이어, 이날 정부가 고흥에 우주발사체 전초기지를 구축하기 위해 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고 정했다.

또한 대전도 우주항공 산업을 위한 국가산업단지 후보지로 선정되면서, 소형 위성 발사체의 최적 장소가 제주라고 강조해왔던 오영훈 지사의 당찬 포부는 머쓱해지게 됐다.

이 뿐만이 아니다. 미래자동차 산업은 광주와 홍성 및 대구에, 미래 모빌리티 사업은 천안에 국가산업단지로 조성키로 했다. 2차 전지도 홍성군이 가져가면서 제주는 뭐 하나 건져 온 게 없다.

이렇게 된 건, 제주도정이 국가산단 공모사업에 아예 신청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8월에 관련 공문이 전달됐지만 제주도정은 자격 요건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최명동 경제활력국장은 "기본적으로 지자체가 산단을 계획하고 있으면서 기업의 유치 의향서를 받은 지자체를 선정 요건으로 검토한 것 같아 요건에 맞지 않은 것으로 판단해 부득이 신청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답했다.

그럼에도 최명동 국장은 "그린수소와 민간우주산업, 도심항공교통 등 신성장산업 추진은 계획대로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향후 산업 간 연결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현재 몇 개의 기업들이 제주의 UAM이나 우주산업 등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즉, 정부의 국가산단 조성계획 발표에 제주가 빠지게 되자, 정부 지원 없이도 제주도정이 자체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지난 23일에 신산업단지 조성계획을 발표했던 것이다.

▲ 정부가 발표한 15곳의 국가산업단지 조성계획 후보지. ©Newsjeju
▲ 정부가 발표한 15곳의 국가산업단지 조성계획 후보지. ©Newsjeju

# 정말 정부 지원 없이 산업단지 조성 가능할까

정부가 정한 15개 국가산업단지 지역엔 오는 2026년까지 무려 550조 원의 국비가 투입된다. 이런 재원 없이 제주도정의 지방비만으로 산업단지 조성이 과연 가능할지가 관건이 된다.

현재 제주에 조성된 국가산업단지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추진 중인 첨단과학기술단지 2곳이 전부다. 1단지(아라동, 109만 8000㎡)는 지난 2004년부터 추진해 2010년에 완료됐고 5800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됐다. 2단지(월평동, 84만 8000㎡)는 2016년부터 조성되기 시작해 2027년에 완료할 목표로 추진 중에 있다. 3182억 원이 투입된다.

2단지 조성이 마무리되면 4127억 원을 들여 3단지 계획이 추진된다. 2031년 조성을 목표로 약 100만㎡의 부지에 조성한다는 계획이 제3차 제주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에 반영돼 있다.

이 외 산업단지는 제주도개발공사에서 조성한 제주용암해수산업단지 1곳이 있다. 제주시 구좌읍 19만 7000㎡ 부지에 지난 2009년부터 2015년까지 조성한 곳이다. 이와 함께 농공단지가 구좌(6만 7000㎡)와 금능(13만㎡), 대정(11만 5000㎡) 등 3곳에 조성돼 있다. 허나 농공단지는 대부분 8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 사이에 조성된 곳들이라 현 기준에서 산업단지라고 보기엔 민망할 정도로 열악한 상태다.

산업단지는 아니지만 아파트형 공장으로 비슷한 기능을 수행할 제주지식산업센터 건립사업은 올해 1월부터 착공에 돌입했다. 산천단과 별빛누리공원 입구에 약 300억 원(국비 160억 원)을 투입해 오는 2024년 9월에 완공될 예정이다. 연면적 8180㎡의 이곳엔 37개의 산업시설과 창업지원시설, 공용작업실 등이 들어선다.

제주자치도는 국가산단과는 별개로 스마트 그린산업단지를 일반산업단지로 조성해 나갈 계획이라면서 현재 용역을 통해 개발가능한 후보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즉, 이날 제주도정이 발표한 산업단지 조성계획은 어디인지 모를 20만㎡의 부지에 얼마가 투입될지 모르는 '스마트 그린산업단지' 조성계획이 전부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오는 2025년에 UAM 상용화를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제주도정은 한국공항공사 컨소시엄과 14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 제주특별자치도는 오는 2025년에 UAM 상용화를 이뤄내겠다고 밝혔지만, 정부는 전남 고흥 지역을 도심항공교통 실증사업 지역으로 선정했다..

이에 대해 최명동 국장은 "국가산단이냐 일반산단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면서 "어차피 산단을 조성하기 위한 원가에 따라 정부나 지자체가 진입시설을 지원하는 것일 뿐이어서 비용적인 면이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 국장은 "예산 그 자체보단 산단에 입주할 수 있는 기업들은 국가가 종용한다고 해서 유치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기업이 원해야 가능한 것이어서 기반시설을 조성해 놓는 게 중요한 것"이라며 "물론 정부의 주도 하에 조성되는 국가산단에 전폭 지원을 얘기하고는 있지만 기업들은 미래 가치를 보고 판단하기 때문에 제주가 그 가치를 보일 수만 있다면 정부도 나서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최 국장은 "스마트 그린산단은 일반산단에 스마트그린을 입힌다는 개념"이라며 "지금의 농공단지에도 얼마든지 스마트그린을 입힐 수 있기에, 수익을 내기 위해 재정을 투입한다기 보다는 기업들이 분양을 받아 투자를 하는 것이기에 공익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기자단에선 옛 탐라대 부지가 후보지가 될 수도 있느냐는 질문이 제기됐고 최 국장은 "국가산단도 일반산단도 아니"라면서 통합연구(R&D) 클러스터로 조성될 것이라고 답했다. 즉, 새로운 부지에 일반산단이 들어설 것이고 거기에 '스마트그린'의 형태를 띠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허나 수소도시나 UAM, 우주산업, 폐배터리 등 잇따른 정부의 주요 전략사업에서 제주가 배제되거나 선택되지 못하면서 타 지역에 비해 경쟁력이 뒤쳐질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했다.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저작권자 © 뉴스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