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CC, 인류가 생존하려면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 1.5℃ 이내로 제한해야
이를 위해 2034년까지 가스발전소 모두 퇴출시켜야 하는 상황이나
2036년까지 더 늘린다는 계획 세운 정부, 이럴거면 '파리협정'엔 왜 참여했나

인류의 역사가 약 1만 년이라지만 최근 기후위기 상황을 보면 생존 기한이 1000년은 커녕 수백년도 남아 있지 않아 보인다.

흔히 지금 학부모들의 자녀들은 기후위기의 시대에서 살게 될 거라고들 한다. 근현대인류가 일자리 구하기에 허덕이며 경제발전에만 지나치게 치우쳐 온 결과, 지금 지구에서 벌어지는 각종 기후재난들의 상황을 지켜보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인류가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시작한 건 20세기 후반의 일로 얼마되지 않았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가 설립된 게 1988년이었고, 지구온난화 규제와 방지를 위한 국제협약이었던 교토의정서가 2005년에 체결됐었다. 교토의정서의 기한만료로 2015년에 합의된 게 '파리협정'이다.

이 '파리협정'은 무려 전 세계 195개국이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하기로 한 최초의 세계적 기후합의다. 당연히 우리나라도 참여했다.

IPCC가 지난 20일에 6차 종합보고서를 발표했는데, 그 내용이 실로 매우 무겁다. 인류가 계속 생존하기 위해선 '앞으로 10년의 행동이 매우 중요하다'고 경고했다. 오는 2030년까지 지난 2019년에 비해 온실가스를 43% 줄여야 앞으로 10년 후 지구의 평균기온이 1.5℃ 이내로 상승하는 걸 제한할 수 있다는 게 보고서의 핵심 내용이다.

이 보고서에 의해 국내외 연구기관에서 도출된 '에너지 전환 보고서'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량은 2030년까지 90% 줄이고, 2035년에는 0에 수렴해야 한다. 현 상황을 보면 실현 불가능에 가까운 목표다.

불가능에 가깝다 하더라도 온실가스를 줄여야 하는 건 당면과제이기에, 현재 국내 60%의 전력생산을 책임지고 있는 화력발전 혹은 가스발전 시설을 줄여야만 한다. 이에 따라 2034년까지는 국내서 가동 중인 101기(43.5GW)의 가스발전소를 전부 멈춰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오는 2036년까지 23.4GW의 가스발전을 추가로 건설할 계획을 세워둔 상태다.

▲ 제주환경운동연합 등의 환경단체들이 27일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와 제주를 비롯한 지자체를 향해 가스발전소의 확대 계획을 철회하고 현재 남아있는 화력발전소를 퇴출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Newsjeju
▲ 제주환경운동연합 등의 환경단체들이 27일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와 제주를 비롯한 지자체를 향해 가스발전소의 확대 계획을 철회하고 현재 남아있는 화력발전소를 퇴출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Newsjeju

# 2030년까지 탄소 배출 제로 목표라던 제주도정, 가스발전소 증설은 더?

이러한 위기에 제주환경운동연합과 경기환경운동연합, 기후위기비상행동 등 10곳의 관련 시민사회단체들이 27일 공동성명을 내고 정부와 각 지자체를 향해 가스발전 확대 계획을 철회하고 가스발전소 퇴출 계획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독일 기후 연구기관인 '클라이밋 애널리틱스'와 국내 연구기관인 사단법인 '기후솔루션'이 발간한 '가스발전의 종말 : 2035년까지의 에너지 전환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101기의 가스발전소 중 올해 당장 18기를 퇴출시켜야 한다. 그 18기 중 한 곳이 한림복합화력발전소(한림발전소)로 지목됐다.

제주엔 2개의 화력발전소가 가동 중에 있는데, 105MW 규모로 운영되는 한림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이 6만 6887kg이다. 이보다 발전용량이 훨씬 큰 제주복합화력발전소(230MW)에서 배출한 질소산화물은 6만 5000kg다. 발전기가 오래돼 그만큼 오염물질 배출량이 더 많다는 얘기다.

이 상황에서, 정부가 올해 초 발표한 제10차 전략수급기본계획에 의하면 제주엔 총 4기(600MW) 규모의 신규 가스(LNG)발전소가 세워질 예정이다.

이를 두고 이들 단체들은 "화력발전에 대한 감축로드맵을 세우지도 않은 상태에서 신규 LNG발전소를 세운다는 건, 제주도의 탄소중립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게다가 마지막에 세워질 가스발전소의 준공시기는 무려 2033년이다. 이는 '카본프리 아일랜드 2030'를 표방했던 계획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43% 더 감축시켜야 할 판에 일단은 더 배출해야만 하겠다는 조치여서다. 

▲'남제주 액화천연가스(LNG) 복합화력 발전소'가 첫 삽을 떴다. 발전소가 완공되면 제주도 전역에 전력 공급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이면서 대규모 정전사태 예방과 수요 증가에 대비한 전력 수급이 안정화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Newsjeju
▲ 지난 2019년 '남제주 액화천연가스(LNG) 복합화력 발전소' 착공식. ©Newsjeju

# 대책은 수소발전?... 50% 혼소 기술도 2044년께에야 가능

사하라 사막에 눈이 내리고, 한여름에도 폭설이 내리는 곳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겨울에 봄꽃이 필 때도 종종 목격된다. 산불이 몇 달 동안 지속되기도 하는 등 유례없는 기후재난이 전 세계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는 이러한 위험성에 위기의식을 느끼는 것 같진 않아 보인다. '파리협정'에 가입해 놓고도 온실가스 감축규제에 역행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어서다. 문제의 심각성이 아직도 피부에 와닿지 않다고 느끼고 있기 때문인걸까.

제주도정에선 신규 LNG발전소가 추후엔 수소발전소로 전환될 것이기에 문제가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현재도 수소를 혼소시켜 가스발전소를 가동시키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허나 문제는 그 시기에 있다. 100% 수소로만 발전소가 가동될 수 있는 시점은 아직 가늠조차 안 되고 있다. 현재 기술력이 약 25% 정도인데, 50%를 실현시킬 수 있는 시점이 2044년은 돼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두고 환경단체들은 "사실상 화석연료의 사용을 2030년 이후에도 지속하겠다는 얘기나 다름없다"며 "에너지경제연구원에서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50%의 수소 혼소 시에도 탄소 저감률은 고작 23%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들은 "수소 혼소는 그저 신기루일 뿐"이라며 "2034년까지 약 10년이 남은 현 시점에서 기존 가스발전소를 퇴출시키고 신규 가스발전소 건설 계획을 철회할 것을 정부에 강력히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제주에서 12.5MW 규모로 추진되는 그린수소 실증사업 조감도.
▲ 제주에서 12.5MW 규모로 추진되는 그린수소 실증사업 조감도.

# 수소발전도 아니라면 대안은?

화력발전의 대안으로 정부는 최근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크게 늘리고 있으나, 이 역시 궁극적인 대안은 되지 못한다.

이유는 전력계통의 불안전성 때문이다. 태양광이나 풍력 등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소는 연료인 햇빛이나 바람의 자원이 무한하긴 하지만 일정하게 수급되지 않기 때문에 발전량을 완벽히 통제할 수 없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존재한다.

자원의 양을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가 없기에 연료가 지나치게 많거나 부족하게 되면 블랙아웃(대규모 정전)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신재생에너지 발전에 대한 출력제한이 이뤄지고 있는 상태고,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가 늘면서 그 횟수와 양이 점점 많아지고만 있다. 이러다보니 현실은 화력발전이 기본이 되고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보조 수단으로 쓰고 있는 태생적 한계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이 문제를 보완하고자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를 개발하려는 중이나 아직도 안전성(화재) 문제를 완전히 풀진 못했다. 넘쳐나는 발전량을 타 지역과 주고받기 위한 해저케이블도 추가 조성 중이나 이 문제를 해결할 근본적인 장치는 되지 못한다.

때문에 혹자는 원자력 발전이 최적의 대안이라고들 한다. 허나 원자력 발전도 치명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최근 일본이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는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가 그것이다. 핵분열에 의한 에너지 생산은 효율적이나 폭발 시 매우 큰 위험을 안고 있기도 하다.

▲ ITER 전경과 토카막의 축소 모형. 사진=Wikimedia. ©Newsjeju
▲ 핵융합로가 조성 중인 ITER 전경과 토카막의 축소 모형. 사진=Wikimedia commons. ©Newsjeju

# 인류의 꿈, 무한 에너지... 실현 가능할까

이에 인류는 이 모든 단점을 극복시킬 차세대 대체자원을 개발하고 있다.  핵융합로가 인류를 구원할 답이 될 수 있다. 단, 만들 수만 있다면.

핵융합은 핵분열과 정반대의 과정으로 에너지를 얻는다. 원자력 발전소는 '핵분열'이라는 말 그대로 하나의 원자를 분해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포집하는 방식인데 반해, 핵융합에선 가벼운 두 원자핵을 결합시켜 더 무거운 원자핵을 생성해 낼 때 엄청난 열 에너지를 방출하게 된다.

높은 온도와 엄청난 압력으로 중수소와 삼중 수소가 뭉치면서 헬륨으로 변하는 태양의 가동 원리여서 '핵융합로'를 흔히 '인공태양'이라고 부른다. 연료를 바닷물에서 얻을 수 있는데다가 핵융합 과정에선 핵분열과 달리 방사능 등의 치명적인 폐기물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꿈의 에너지'라 불리기도 한다. 방사성 쓰레기가 일부 발생하긴 하나 수십년 이내에 자연화 될 수 있는 중저준위이며, 체르노빌과 같은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핵융합로는 이 방출되는 에너지를 가두는 장치다. 영화 '아이언맨'에서 주인공의 가슴에 달린 장치가 이것이다. 문제는 이 에너지의 온도가 자그마치 1억℃를 훌쩍 넘는다는 데 있다.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한 7(35)개의 나라(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 일본, 유럽연합 29개국)가 프랑스에 모여 이 에너지를 가둘 장치 '토카막'를 만들고 있다. 이른바 국제 핵융합 실험로 ITER(이터)다. 이터는 10년 이상의 설계를 거치고 2007년부터 공사가 시작됐고, 토카막은 2025년 완공 목표로 2020년 7월부터 조립이 시작됐다. 2040년까지 실험 운영을 통해 실제 운용 가능성을 따져볼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토카막(핵융합 발생 진공용기)의 9개 조각 중 6번째 조각과 열 차폐체, 초전도 도체 등의 부속품 제작을 맡았다. 한국이 ITER 제작에 함께 할 수 있었던 건, 이미 2007년에 'KSTAR'라 불리는 토카막 장치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문제는 가동시간이다. 1억℃의 초고온 플라즈마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이 현재 기술론 수십초에 불과하다. KSTAR는 지난 2021년에 30초 가동에 성공했으며, 이게 현재도 세계 최고 기록이다.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은 올해 중에 50초에 도전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최소 300초 이상 가동시켜야 의미가 있을 걸로 보고 있음에 따라 오는 2050년에 300초 이상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허나 앞으로 10년 후 지구의 평균기온이 1.5℃ 이상 상승해버리면 지금의 기후재난은 더욱 심각해져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돼 버릴지 모른다.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가스발전소 의존량을 줄여야 한다고 촉구하는 목소리는 너무나도 당연한 얘기이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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