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오름보전연구소 "멀리서 보면 아름답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

▲ 지난 2021년 들불축제 뒤 폭약 잔류물로 훼손됐던 새별오름 지표(사진 위)와 지난해 축제 때 중장비를 동원한 철거로 훼손된 모습들. 사진=(사)제주오름보전연구소. ©Newsjeju
▲ 지난 2021년 들불축제 뒤 폭약 잔류물로 훼손됐던 새별오름 지표(사진 위)와 지난해 축제 때 중장비를 동원한 철거로 훼손된 모습들. 사진=(사)제주오름보전연구소. ©Newsjeju

최근 전국적인 봄철 산불 발생으로 취소된 들불축제에 대한 방향 전환이 모색되고 있는 가운데, 사단법인 제주오름보전연구소는 축제 자체를 폐지할 것을 촉구했다.

제주시는 들불축제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듣고자 지난달 20일부터 31일까지 소통방을 개설해 의견수렴에 나섰다. 시는 의견을 취합 중이며 아직 어떤 방향성을 내놓진 않았다.

이에 제주오름보전연구소는 오는 8일에 새별오름 현장에서 들불축제 폐지 서명운동에 나서겠다며 행정당국에서 축제의 대안을 찾는 노력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들불축제는 1997년께부터 시작됐다. 본래 해충을 없앤 좋은 풀을 가축에 먹이고 불탄 재로 거친 땅을 비옥하게 했던 방애불 놓기가 그 해(1997년)부터 새해의 무사안녕과 액운타파 등의 취지로 옮겨와 개최됐다.

제주오름보전연구소는 지금의 들불축제 모습이 그러한 취지에서 벗어났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불꽃의 화려함을 내기 위해 휘발성 물질을 뿌리고, 화약을 사용한 폭죽놀이로 변모하는 순간부터 애초의 가치를 훼손시켰다"며 "멀리서보면 아름답지만 가까이 가보면 축제를 하기 위해 설치했던 온갖 시설물과 화약 잔류물, 타다 남은 비닐류와 전선들이 방치돼 있는 걸 쉽게 목격할 수 있다"고 적시했다.

이어 연구소는 "행사장의 천막터 주변과 주차장에도 불꽃의 화려함 뒤에 버려진 온갖 쓰레기들은 축제의 또 다른 얼굴"이라며 "이렇듯 축제를 위해 새별오름의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연구소는 "지금의 들불축제는 불꽃놀이 그 자체일 뿐, 새별오름을 위한 건 없다. 하룻밤의 화려함을 즐기고 난 뒤의 검은 그림자가 매년 새별오름을 뒤덮고 있다"면서 축제는 이미 변질됐다고 질타했다.

또한 연구소는 "지난 20년 간 화약을 사용한 폭죽으로 토양오염과 식생피복의 변화 등에 대해 어떤 환경조사를 하지도 않았다"며 "조속히 환경조사를 벌인 뒤 오염물질을 제거해야 한다"고도 촉구했다.

그러면서 연구소는 "더는 이대로 놔둬선 안 된다"며 당장 자연휴식년제로 지정하고 보전가능한 수용력 범위 안에서 계절별 특성을 고려한 탐방인원을 설정할 것을 요구했다. 이른바 탐방예약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한편, 연구소는 오는 8일 오후 2시부터 새별오름 현장에서 들불축제 폐지를 위한 서명운동을 전개한다.

▲ 올해 들불축제 행사 준비 과정에서 방치된 새별오름 주변 쓰레기들(사진 위)과 예전 행사 때 태우고 남아 토양에 박혀 있는 비닐류들. 사진=(사)제주오름보전연구소. ©Newsjeju
▲ 올해 들불축제 행사 준비 과정에서 방치된 새별오름 주변 쓰레기들(사진 위)과 예전 행사 때 태우고 남아 토양에 박혀 있는 비닐류들. 사진=(사)제주오름보전연구소. ©Newsje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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