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재안전9급 이 지 훈. ©Newsje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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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재안전9급 이 지 훈

 그런 날이었다. 다이어트랍시고, 돈을 아낀답시고 끼니 거르기를 무리하게 하는 나날 중 하루였다. 늘 상 그러듯 편의점에 가 하루 식량인 김밥을 들고 판매대에 갔는데 내 생각과 적혔던 금액보다 비쌌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짜증을 부리며 점원을 대했다. 점원 분도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건 옆에 거에요.” 그대로 대충 구매하고 나왔고, 나는 충격에 빠졌다. 내가 선택해서 굶어 놓고 남에게 짜증을 부리다니, 바로 굶는 것은 그만뒀다. 내가 했던 불친절이 나에게 던져진 돌멩이처럼 돌아왔다.
내가 잘못 본 게 아닐 수도 있고, 점원이 잘못 적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것은 사소하다. 내가 그냥 “어, 제가 생각한 금액이랑 다르네요. 죄송해요. 그건 어디에 있죠?”라는 짧은 문답의 서문을 던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 대신 점원에게 불친절을 던졌고 나에게도 그러했다. 그때 그 점원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내가 나에게 던진 불친절은 여전히 박혀있다.
친절이란 그런 것 같다. 친절은 작아서 잘 보이지 않고 지나치기 쉽다. 하지만 그렇게 친절은 옆을 지나쳐서 가기에 나의 마음을 불편하고 무겁게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지나가면서 한 번 즈음은 볼 수 있는 들꽃처럼 나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은은한 향이 있다. 마치 지초와 난초가 그러하듯 말이다. 우리는 모르고 지나칠 수 있지만 그곳에 있음은 확실할 것이다. 공자도 말하셨지 않았는가. ‘지란생어심림 불이무인이불방’, ‘지초와 난초는 깊은 숲 속에서나 자라나, 사람이 없다고 그 향을 감추지 않는다’. 군자의 덕이 그러하니 사람의 덕도 비슷할 것이다. 친절은 그렇게 행해도 안 보일 수 있지만 아마 그 자리에서 그대로 있는 채로 향기를 내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친절은 남을 위하는 게 아니다. 내가 그 은은한 향이 있는 곳을 거닐게 해주는, 나를 위한 것이다. 그러니 나는 오늘 한 번 더 웃고, 한 번 더 친절해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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