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덕면 이 수 희. ©Newsjeju
▲ 안덕면 이 수 희. ©Newsjeju

안덕면 이 수 희

1월 17일, 인사발령으로 안덕면사무소에 온 첫날 안덕119센터에서 연락이 왔다. ‘집 안에서 화로를 펴 생활하시는 어르신이 있다. 위험해 보인다. 같이 방문해보자’. 전화 한통을 받고 곧장 A어르신 댁으로 달려갔다. 도착해보니 눈앞에 보이는 것은 컨테이너 집으로 겉으로만 봐도 추위와 더위에 취약한 집으로 보였다. A어르신은 왜 이 집에 계속 살고 있을까? 

집 안 상황은 더욱 열악했다. 작은 컨테이너 안에는 이곳저곳에 식기, 옷, 항아리 등 각종 물건들로 가득했고 침대라고는 믿기지 않는 가구 위에는 옷과 이불들로 가득했다. 흔히 쓰는 전기장판 조차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문제의 화로가 침대 옆에 있었다. 방금도 불이 타올랐던 것처럼 숯불 냄새가 컨테이너 전체를 감싸고 있었다. 119센터에서는 컨테이너 집 내부에 화재감지기를 설치한 후 소화기를 배치해 주었고, 화로 사용은 위험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안내한 후 얼른 나가라는 어르신의 큰 목소리에 쫓겨나듯 어르신 집에서 나왔다.

안덕면 맞춤형복지팀과 안덕면 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어르신을 어렵게 설득한 후 주거환경개선을 위해 나섰고 컨테이너 지붕 교체와 함께 수납정리를 도왔다. 욕을 쓰고 화를 내며 거부감을 표현하셨던 어르신은 수납전문가가 설치해 준 수납장이 마음에 드셨는지 어르신 물건을 새 수납장에 정리를 하려고 하니, 어르신도 옆에서 느리지만 신중하게 당신 물건을 옮겼다.

그리고 그 끝에는 어르신이 나의 주머니에 꼬깃꼬깃한 만 원 짜리 2장을 넣어주셨고, “저희는 이 돈 받으면 안돼요.”라고 웃으며 말씀드리자 계속해서 주머니 속에 돈을 집어 넣으시던 어르신 덕분에 맞춤형복지팀과 지역사회보장협의체위원 모두가 웃으며 내가 공무원으로서 진행한 첫 봉사활동을 마무리했다.

왜 이 집에서만 생활하시려고 하는 지, 이해가 되지 않았던 어르신의 행동이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단순한 고집이 아닌 어르신만의 익숙한 무언가이고 잃고 싶지 않은 무언가이지 않았을까? 이날은 우리가 어르신의 소중한 집에 따듯함을 더해준 날이었다.

A어르신은 사실 기존 재산이 있어 수급자도 아니기 때문에 도움이 필요하지만 도움을 받을 수 없는, 흔히 말하는 ‘복지사각지대’다. 하지만 어르신은 정신건강상의 이유로 재산이 있어도 쓰지도 못하고 도움을 드리고자 하면 거절 의사가 확고하신 분이라 지역사회에서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서 도움을 주지 않으면 일상생활 유지가 어려웠다.
맞춤형복지팀은 이런 곳이다. 눈에 띄지 않지만 눈에 보여야 하는, 그런 복지사각지대 대상자을 찾고 그들에게 달려가 맞춤형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그들을 찾기 위해 우리 맞춤형복지팀은 오늘도 하루를 힘차게 시작해 본다.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저작권자 © 뉴스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