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방법원, '공직선거법' 두 번째 공판 진행
2022년 5월16일 '상장기업 20개 만들기 협약식' 어떤 일 있었길래
증인 "교육으로 알고 참여 했지만···실상은 선거 목적"
'선거 전단지' 목격 주장···변호인 "자세하게 묘사하고, 떠올려 봐"
검찰 VS 증인 VS 변호인, 서로 충돌 또 충돌

3월22일 오후 공직선거법 재판에 출석하는 오영훈 제주지사와 변호인단
공직선거법 재판에 출석하는 오영훈 제주지사와 변호인단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 오영훈 제주도지사 두 번째 재판이 진행됐다. 재판은 지난해 '상장기업 20개 만들기 협약식' 현장에 갔다가 선관위에 고발한 당사자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증인은 당시 협약식이 "부적절했다"며 선거용으로 작용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명료한 기억을 요구한 변호인 측과 증인은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19일 오후 2시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부장판사 진재경)는 '공식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영훈 제주도지사, 정원태 서울본부장, 김태형 대외협력특보, 사단법인 대표 A씨, 컨설팅대표 B씨 재판을 열었다. 

이날 검찰은 두 가지 동영상을 재생하면서 논리 싸움 포문을 열었다. 영상은 2022년 5월16일 오영훈 선거캠프에서 열린 '상장기업 20개 만들기 협약식' 현장 촬영물과 2022년 11월23일 제주도청에서 이뤄진 오영훈 지사가 기자회견 내용이다. 

협약식 촬영물은 약 27분 분량으로 오영훈 후보자 발언, 서명과 단체 기념사진 등 장면이 담겼다. 도청 영상물은 오영훈 지사가 검찰의 사건 기소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내용이다. 

당초 조율된 영상물 시청 시간은 30분이었지만, 재생 중간 검찰과 변호사의 설전이 오가면서 1시간가량 논리 싸움을 펼쳤다.

오영훈 변호인단은 "영상물 자체만 놓고 보면 선거캠프에서 치밀하게 주도한 것처럼 보이나 자발적인 참가 기업에서 비롯됐다"며 "선거캠프는 장소만 제공했고, 당시 오영훈 후보자는 인사 발언을 했을 뿐"이라며 사전에 공모가 없었음을 강조했다. 

반면 검찰은 지난해 5월16일은 선거 운동 기간 전으로 치밀한 사전 공모를 통해 협약식까지 이뤄졌다는 시선이다. 

공직선거법 재판에서 '협약식'은 중요 쟁점 중 하나다. 

검찰은 공소사실에도 사단법인 대표 A씨가 협약식을 진행하면서 '컨설팅' 명분으로 업체를 모아 오영훈 지사 공약과 연계한 것으로 직시했다. 실체는 선거운동으로, 유권자들에게 오영훈 후보자의 성과처럼 보이도록 사전 공모를 통해 행사를 개최했다는 것이다. 

영상물 재생도 검찰의 시선을 뒷받침하기 위한 전략이다. '협약식' 당일 오영훈 후보자는 "저는 출마 기자회견을 통해 20대 상장 기업 약속을 한 바 있다. 그 이후 많은 기업에서 문의가 왔고...현장 방문을 통해 고민하는 등 이 자리를 마련했다...오늘은 1차 간담회고, 향후 2차, 3차가 계속되어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

검찰 측은 "(영상에서도 나오듯) 선거캠프에 상장 기업 현수막까지 걸어놓고 대부분의 발언자는 오영훈 후보자였다"며 "스스로도 향후 두 번째 간담회도 할 것은 발언 등이 있어 위법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협약식 진행 과정에서 덕담으로 지원하겠다는 취지로, 사전 선거운동 홍보는 일절 없었다"고 방어했다. 

제주지방법원.
제주지방법원.

재판은 ㄱ씨가 증인으로 나섰다. ㄱ씨는 당시 사단법인 대표 A씨가 있는 기관에서 수행하는 관련 사업과 교육 등을 신청했던 법인을 준비했던 인물로 2022년 5월16일 제주시에 위치한 오영훈 캠프에서 진행된 '상장기업 20개 만들기 협약식' 참석했다가 반발하고, 선관위에 고발한 당사자다. 

진술에 따르면 ㄱ씨는 협약식이 아닌 단순한 사업 관련 교육을 받는 자리로만 인지했다. 평소 교육은 서귀포에 있는 기관에서 이뤄졌지만, 관련자 측으로부터 '서울에서 내려오는 강사 편의를 위해 공항과 가까운 제주시로 장소를 하게 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장소가 오영훈 선거캠프로 결정된 이유로 '강의를 위한 공간을 구하기 어려웠다'고 사단법인 사무국장으로부터 전달받았다고 진술했다. 

"멘토 교육 컨설팅으로만 알고 있었느냐"는 검찰 질문에 ㄱ씨는 "그렇다"고 답변했다. 또 "건물 안으로 들어갔더니, 오영훈 후보자가 한 명씩 악수하면서 반겼고, 교육 관련 내용이 아닌 선거 전단지가 있어 항의를 하고 나왔다"고 언급했다. 

검찰은 "당일 협약서 서명 종이는 ㄱ씨 이름이 기입됐었는데 알고 있었느냐"고 물었다. 

ㄱ씨는 "저는 교육 프로그램인 줄 알고 나갔고, 취지가 다른 서명 자리였다면 신청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강의를 위한 공간이 마땅히 없다는 것도 이해가 안 갔고, 선거와 관련된 자리처럼 느껴져 '이용당한 것 같다'는 생각에 화가 났다"고 답했다.

오영훈 변호인 측은 ㄱ씨가 현장에서 봤다고 진술한 '선거 전단지'에 대해 추긍했다. 전단지가 확실히 '선거'와 관련된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다. ㄱ씨는 "벌써 1년이 지나서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제주 발전에 관한 문구를 기억한다"고 했다. 

변호인 측은 "제주 발전 내용이 결국 컨설팅 주요 내용이 아니겠느냐. 선거 홍보라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서 "당시 참여한 사람들의 대화 내용은 기억하는가"라고 질문했다. 

ㄱ씨는 "제가 안면이 있는 참여 업체 사람들은 '이거 선거 내용 맞지? 우리가 알고 온 것과 다르다'고 수군거렸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재차 같은 사안에 대해 변호인은 집요하게 답변을 요구했고, 증인 측은 "1년이 지난 사안을 세세하게 어떻게 다 기억하느냐"고 받아쳤다. 

'선거 전단지'를 목격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정원태 변호인 측도 집요했다. "묘사를 해봐라", "전단지 재질을 기억하느냐", "색깔을 기억하느냐", "페이지를 기억하느냐", "크기를 말해 달라", "전단지가 접혀있었느냐, 깨끗하게 펴져 있었느냐"는 등의 질문이다. 

또렷하고 명확한 설명을 요구하는 유사한 질문에 증인은 넌더리가 났는지, "1년 전 일에 대해 계속 물어본다면, 반대로 변호사는 1년 전 읽은 신문 기사를 다 기억하냐"며 고개를 저었다.

"기억해 내라"와 "세세하게 어떻게 기억하느냐" 등의 신경전으로 치닫자, 검찰은 결국 오영훈 후보자의 정식 홍보물 자료를 꺼내 들고 "혹시 이런 형식입니까"라고 물었다. 

변호인 측은 "유도 질문으로, 형사소송 규정 위배"라면서 항의했다. 검찰은 "유도 질문이 아니다"라면서 신경전이 양측으로 전이됐다. 증인은 "유사한 형식으로 기억한다"고 답했다. 

이날 재판은 ㄱ씨 외에도 제주도청 전·현직 직원 3명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재판부는 5월10일 오영훈 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세 번째 재판을 진행한다. 

저작권자 © 뉴스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